일등석 기차 여행 #그림에세이

일등석 기차 여행 ㅣ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다니 토랑 지음, 엄지영 옮김 / 요요 / 2022년 10월

2022 볼로냐 도서전 선정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품이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내 안으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는 추천 말에 기대가 되었다.

참된 일등석 여행의 의미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클레멘티나의 아버지 델피 씨는 딸에게 더 좋은 것만을 해주고 싶어한

성실한 분으로 평생 딸에게 상류 사회의 매너와 에티켓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셨다.

오랜 세월 행정 공무원으로 일하며 쌓은 인맥으로 딸에게 좋은 신랑감을 구해 주는 것이 

델피 씨 삶의 목표였는데, 어느 날 발생한 전쟁에 의해 모든 것이 한 순간 사라져 버렸다.

졸지에 고아가 된 클레멘티나에게는 집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인맥도, 약속된 미래도

폭탄의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다행히 그녀를 불쌍히 여긴 이웃들이 내어준

다락방에서 생활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의기소침하고 우울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봄이 시작되자 클레멘티나는 자신의 삶을 영원히 바꿀 결정을 내렸다.

아버지가 저축해 놓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찾아 옷과 모자를 사고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일 년 동안 일등석을 타고 여행할 수 있는 기차표를 산 것이다.

일등석 기차 여행 동안 그녀는 이 나라에서 부유한 신사들과 어울리며

아버지가 그렇게 바라던 대로 좋은 신랑감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기차 여행 동안 전쟁이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않다는 사실도 눈으로 확인하고,

여전히 반짝거리는 바다도 보며 클레멘티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8월의 어느 날, 나라를 잿더미로 만든 전쟁과 복구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부를 축적한 은행가를 만나게 되었다. 그 신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농장과 저택으로

그녀를 초대해서 자신이 그녀를 정원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되어 행복과 즐거움을 주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클레멘티나는 계속 기차 여행을 선택했고 가을이 되어 전쟁을 지휘한 공으로 수많은 훈장을

받은 장군을 만나게 된다. 그는 엄청난 미술 작품이 수집된 저택으로 그녀를 초대하여

클레멘티나에게 자신의 소장품 중에 최고의 걸작이 되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저택과 아름다운 작품들이 아닌 계속 여행하길 선택했고,

겨울을 지나며 산간 지역의 왕을 만나게 되었다.

왕은 그녀를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들이 가득한 궁전으로 초대해서 그녀를 자신의 왕관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보석이 되게 해 주길 청하지만, 그녀는 왕국와 막대한 부가 아니라

여행을 선택한다. 전쟁의 폐허에서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연약한 여인이 눈 앞의 안락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클레멘티나와 같은 여성들이 존재했기에 이 세상은 변화해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소유물과 장식품 같은 존재가 아니라 정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 위한 용기를 내고 실천해 옮긴다는 것,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을 선택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