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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남종영 감수 / 돌고래 / 2022년 9월
평점 :
희귀종 탐사에 관한 자연과학 서적인 줄 알았는데, 아마존의 신화를 발굴한 문학 작품 같았다.
아마존강과 열대 우림의 생태를 시적으로 노래하는 시집이자 동물학이 만나는
희귀한 경험이었다. 과학자가 아마존을 탐사하며 아마존 사람들이 믿는 분홍돌고래 신화까지
탐사할 줄은 몰랐다. 문화인류학자들의 영역일 것만 같았는데, 자연과학자가 신화를 비롯한
초자연적인 체험까지 전하니 오묘했다.
아세안 영화 관련 강연에서 태국이 공포 영화가 발달한 이유가 정글 속 대자연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샤머니즘이 결부된 독특한 문화때문이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과학자가 아마존 돌고래 신화에 매료될 정도로 아마존은 깊은 내면의 두려움과 가장 어두운
욕망을 투사하는 곳인 것 같다. 돌고래가 인간이 바라는 대로 모습을 바꾸거나
수중도시인 엥캉치로 사람들을 유인하는 것은 아마존에 대한 사람들의 경외심과 호기심이
투영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컷 돌고래는 엥캉치로 처녀를 데려가고 싶어하고,
암컷 돌고래는 총각을 데려가고 싶어한다니 인간중심적 사고가 아닌가 싶었다.
서구인들에게 아마존이 엘도라도나 최후의 미개척지, 초록의 지옥, 신비한 여전사, 지상낙원의 이미지라면
아마존 사람들에게 아마존은 재생과 파괴, 힘과 영감의 원천이다.
그래서 그들의 믿음을 미신이라고만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이 우리보다 멍청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뭔가를 믿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잊지 말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아마존강은 전 세계 강물의 반을 차지하고, 지구 산소의 1/10을 공급해주므로 우리의 숨결은 아마존과 잇닿아 있다.
그리고 아마존에서의 생명체들은 우리가 과학관이나 아쿠아리움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모습은 본 모습과 딴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자와 같은 열정적인 과학자들은 본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아마존을 탐사한 것이고, 이런 과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신비에 가려져 있던 생명체들의 본모습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저자가 진드기에 물려 온 몸에 성난 뾰루지를 치료하기 위해
모기가 바글바글한 샤워실에서 디트와 과일즙을 바르고 오들오들 떨고,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아야후아스카를 마시고 환각제 때문에
인도 여행을 하며 설사병을 앓을 때나 뎅기열을 앓았을 때보다도 더 심하게 아파할 때는 정말 걱정스러웠다.
정글 탐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고생스러웠다.
서북부 아마존의 인디헤나들은 정글에서 식료품점과 철물점, 수리점, 약국을
본다고 하는데 여러 부족들이 지닌 폭넓은 식물학적 지식을 기록하며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하니, 그런 과학자들 덕분에 관련 약초들이 제대로 규명되어서
많은 질병을 개선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되면 참 좋겠다.
저자가 알려준 아마존 파괴의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해 놀랐다.
보호구역을 설정하는 것만으로 생태계 보호가 보장되지도 않고,
법을 만들어놓았다고 해서 정부가 반드시 그 법을 발효시킨다거나 지킨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서명한 나라에서도
멸종이 임박한 동물들이 고작 5달러 남짓한 돈 몇 푼에 손쉽게 팔리고 있다니 충격적이었다.
사금 채취를 위해 채취통 속에 첨가한 수은이 강으로 흘러들어 수은 중독의 문제도 있었다.
고무의 시대에서 황금의 시대, 그리고 나무의 시대를 겪는 동안
아마존 사람들은 질병만 얻었고 곧 다른 세계들도 망가질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주민들이 원하기만 하면 생물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보존하겠다 해도 정권이 바뀌면 의미가 없지만
지역 주민들이 원해서 추진하는 자연보호는 변덕스럽지 않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으키는 정치적 운동은 멈추기 어렵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오묘한 아마존 신화 이야기는 결국 아마존을 보존해야 함을 강하게 전달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