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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해류 -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에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최재천 감수 / 은행나무 / 2022년 9월
평점 :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통해 동적 평형에 대해 쉽게 잘 설명해줬던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가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로망인 갈라파고스 군도를
관광루트가 아니라 비글호의 탐사 방식으로 탐사한 이야기이다.
저자가 교수가 아니라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것, 자신의 생일 등
TMI 정보가 중간 중간 있기는 하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갈라파고스 군도가 아닌가.
게다가 생물학자가 단순 관광객이 아니라 박물학자 선언을 하고 간
갈라파고스이니 진화의 최전선에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를 만끽할 수 있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22/09/30/19/timschel1_3331883249.jpg)
섬에서 섬으로 이동할 때 신발 바닥에 붙은 모래까지 깔끔하게 털어내어
인간의 이동에 따른 생태계의 교란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데
똥을 바닷속으로 그대로 방출한다는 것은 좀 놀라웠다.
똥 속에 포함된 모든 장내미생물들이 다 죽어있지는 않을텐데
그런 미생물들이 생태계를 교란시키지는 않는지 걱정이 되었다.
피시스의 원리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처리법이며, 장내세균들이 우리 내부의 공생자로
기생체도 병원체도 아니어서 괜찮다며 설명을 해주었지만 걱정이 완전 사라지지는 않았다.
선박평형수도 정화하고 함부로 버리면 안 되는데
화장실 관련은 관리가 너무 소홀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천적이 없는 땅거북은 대사의 속도를 저하시켜 오래 살면서
그만큼 더 크게 성장하며 200년 넘게 살 수 있고,
길이는 1m 이상, 몸무게는 최대 300kg이라는데
사진이 아니라 직접 조우하면 얼마나 경이로울까 싶었다.
땅거북, 이구아나, 도마뱀, 새, 한정된 포유류인 쥐와 박쥐라는 신기한 구성원들이
환경을 나누어 서식하면서 양보하면서 오랜 세월 평화롭게 살아온 모습이
정말 이국적이고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것 같다.
한정된 자원과 식량을 두고 쟁탈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생태적 지위를 누리며
서로 자유롭게 살아와서 그런지 인간이 근처에 가도 우유자적이라니
그 여유로운 모습을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타자를 경계하거나 겁에 질려 도주하지도 않고 호기심 어리게 쳐다보다
자기 일을 하는 그 여유는 자발적인 이타성을 알려준다고 하니,
인간의 개입에 의해 그들의 선택의 자유를 앗아가지만 않으면 그 평화가 계속 된다니
정말 신세계라 할 수 있다.
생명의 본질인 자유로움을 눈에 담아 올 수 있는 곳,
타 생명체와 서로 상호작용하며 상보적인 공존을 지향하는 자발적 이타성을 확인하며,
공존이나 생식을 위한 목적 없이 오로지 호기심과 흥미와 놀이가 있을 뿐이라는
생명 본래의 행동을 보여주는 극장을 직접 보고 온 교수님이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