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
백석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2년 9월
평점 :
우리의 가슴에 평생 간직하고픈 시들을 필사할 수 있는 시집이라는 출판사의
근거있는 자부심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필사 시집이었다.
백석, 박인환, 김영랑, 김소월, 정지용, 한용운, 윤동주
한국인이라면 호불호 없을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들을 곱씹어보며
짧은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방법 중 하나였다.
천고마비의 계절, 말 대신 내가 살이 포동포동 찌는 계절에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 하는데 필사 시집을 통해
먼가 제대로 수양하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어린 시절에 비해 감수성이 메말라 서글프기도 했지만,
어릴 땐 그냥 스르륵 지나가 별로 인상깊지 않았거나
별로 눈길을 끌지 않았던 시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 하니 좋았다.
워낙 유명하고 주옥같은 시들이라 천천히 음미하며 읊어보고
한획 한획 정성을 다해 오래간만에 손글씨를 써보니
색다르게 느껴져 더 좋았던 것 같다.
시인들의 시인으로 사랑받는 백석 시인의 시집을 북한 사투리 주석을 열심히 찾아보며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었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라는 '비'라는 짧은 시를 필사하니
개비린내가 개 특유의 비린내를 말하는지 다른 북한사투리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검색해보니 개의 비린내라는 사람도 갯가의 비린내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출처가 불분명하여 다음에 더 찾아봐야겠다.
뭐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 백석 시의 묘미이지 않겠는가.
비 오는 날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흥얼거리곤 했는데
당분간은 백석 시인의 시를 읊조리며 개비린내를 느낄 것 같다.
필사 시집이라서 그런지 긴 시는 길게 호흡하며 써내려가는데 집중을 더 해야해서 그런지
비교적 짧은 시들은 필 사 후 한참 내려다보게 되어서 그런지
시인이 표현하고자 했던 마음이 과연 이런 것일까 자꾸 되새김질하게 되어
그냥 시집보다 더 낭독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