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우울해하며 인상 쓰고있던 오후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소식을 접했습니다.

전날의 우울을 떨쳐내지 못하고 출근하던 아침,

문득 "내가 아는 누군가가 죽는 일이라도 생긴다는 예감인가... 기분도 바닥이고 날씨도 참 그렇다." 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아직까지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우울증이 자살의 시작단계라는 사실만을 사실로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결국 우울에서 헤어나오지못한 스물다섯의 죽음 앞에서 내 우울이란 단지 그런 척 가장한 것처럼 남루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다음날, 타고 가던 버스에서 불이 나 중간에 다른 차로 옮겨야만 했습니다. 버스뒤에서 검은 연기가 마구 솟고 뻘건 불길이 치솟는 광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지하철도 아닌데 버스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네."
"뒷문도 안 열어주고 기사는 저 혼자 도망간거야?"
"설마 저거 터지는 건 아니겠지?"
"계속 모르고 달렸으면 어쩔뻔 했어?"

내가 했던 생각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니 살았다고 웃어야 할지 죽을뻔했다고 울어야 할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다른 버스에 올라타서도 내몸에서 나는 불냄새를 의식하면서 내가 죽을뻔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곱씹어봤지만 여전히 거짓말 같기만 했습니다.

믿기지 않는 거짓말 같은 일들이 벌어진 채로 나의 한 주가 또 가고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