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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를 믿지 마라 - 일상을 뒤흔드는 건망증의 위험과 기억력의 비밀
캐서린 제이콥슨 라민 지음, 이영미 옮김 / 흐름출판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인간의 기억은 경이롭지만 오류로 가득 찬 도구다.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기억은 돌에 새겨진 것이 아니다.
시간이 가면 지워지기도하고 변하기도 하며, 다른 것을 끌어들여 커지기까지 한다."
[프리모 레비 - 익사한 사람들과 구출된 이들] 서문의 글과 함께 나는 이 책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25세가 지나면서 인간은 노화되기 시작한다.'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나의 건망증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실수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순간까지도 공부해야 할 프로그램이 담겨 있는 CD 한장을 메모해놓고도
3번이나 가져 오지 않고 지금까지도 내 손안에 없는 상태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의 사소한 실수들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의 의문과 함께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지금보다 훨씬 젊어질 나의 뇌를 기대하며 기록하려고 한다.
사소한 실수 혹은 건망증으로 자신의 뇌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걱정 없이 각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저자 역시 그랬다. 갑작스레 불어닥친 집중력과 기억력의 감퇴로 인해 사소한 문제가 심각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문제의 출발지점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며 노력했던 흔적은 책 속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이번 책을 통해서 뇌에 관한 문제들이 중년이상의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란 것을 나는 실감했다.
책에서도 말했듯이 '단어와 생각이 경고도 없이 사라지는가에 잡다한 정보가 정작 정답을 찾는 과정을 방해한다.'
고 하여 빠르게 사회변화가 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또한, 영상심리학자인 해리엇 러너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기억력 감퇴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불안감입니다. 불안감 때문에 건망증이 확대됩니다.
책상 위에서 파일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 자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신 능력이 급격하게 퇴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문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위의 책 속 구절을 봐도 현대사회에서 건망증 혹은 기억력감퇴는 모든세대의 문제점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망증이나 기억력의 감퇴 등을 무슨 그리 큰일이 일어날것처럼 썼냐? 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런 문제들은 좀 더 큰문제들의 초석이 되기에 쉽게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두뇌 영양제, 14일 기억력 처방 프로그램, 집중력을 높여주는 음식들,오메가3, 머리가 좋아지는 게임등을
경험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뇌에 무슨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뇌와 기억력에 관한 편견과 진실에 한발짝 더 다가선다.
스트레스가 기억에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는 편견을 깨부수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학습과 기억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해마가 손상된다는 불편한 진실과
붉은살 생선을 많이 먹는 일본과 각종 신선한 야채를 듬뿍 첨가해 만든 카레를 먹는 인도가
상대적으로 뇌 관련 질병의 발생률이 낮다는 것등 익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상식적인 내용에서 부터
어릴적받은 스트레스가 기억력 손상을 낳는다는 것, 부모와 자식간의 스킨십이 많으면 스트레스에 강한 내성이
길러진다는 것, 어린 시절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이 아이의 지능을 결정한다는 것, 지나친 흡연,
폭음으로 인한 현상(우린 필름이 끊겼다고 하죠--;;) , 비만과 당뇨, 고혈압, 빈혈등 몸이 아프면 뇌기능이 저하된다는
등의 그냥 단순히 알고만 있는 수준의 내용들에 대한 과학적 접근까지 다루고 있다.
또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멀미약,감기약, 수면제등)들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읽어내려가면서
나의 미국친구가 우리나라에 와서 약국에서 너무 많은 약을 주는데 이는 건강에 해롭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멀미약이 일시적인 기억상실을 일으키는 것으로 악명높다는 걸 알게 됐다.
멀미약뿐 아니라 대부분의 약은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막음으로써 작용한다. 그로 인해 해마의 활동이 통제된다.
[241p]
그리고 호르몬요법의 득과 실, 가벼운 뇌진탕을 가볍게 보지 말하야 하는 이유를 읽으면서 그동안 나는 얼마나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약하고 부드러운 뇌에 대해 무지했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다음 본문 중 글을 보면서 여러분도 주의했으면 합니다.
경미한 TBI(연속적인 외상성 뇌손상)가 몇 달 혹은 몇 년 뒤 인지 장애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노인성 치매의 발병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TBI는 또 아밀로이드반 생성을 촉진하고 해마의 뉴런이 죽도록 부추긴다.
2005년 발표된 연구는 은퇴한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들이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36%나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53p]
그리 골칫거리가 되지 않을 사항까지도 심각해져 때론 두통을 느끼면서 이 책에 심취했던 것 같다.
이렇게 생각되로 되지 않는 뇌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방법을 읽어나가면서 막혀 있던 내 숨통이 트였다.
우선 소개된 명상훈련법(마음돌보기 명상)을 통해 약에 의존하지 않는 법을 알아나가고
산만한 사람을 위한 간이 명상법등을 소개하고 있다.
등푸른생선과 푸른채소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환경오염으로 인해 100% 신뢰할 수만은 없다고도 설명해주고 있다.
노년기 두뇌 건강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일생 동안 머리를 이용해 어떤 사고를 해왔는가? 라고 합니다.
익숙한것들과 결별선언하여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기, 40대 다시 학교를 가는 열정,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상호 교류를 통해 극복해 낸 이야기의 직접경험담등으로 두뇌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진실의 글들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조금 빨리 혹은 적당한 시기에 이 책을 읽었음에 나는 행운아라고 본다.
저자의 말들을 인용하면서 마침표를 긋는다.
들여다볼수록 나는 더 많은 걸 이해하게 됐다.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이거나 초기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인지장애에 사실 다른 원인이 있었다.
저자와 함께 직접경험했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는 치유와 공포감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책속에 빠져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