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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16. 한국추리/반전이 없다/조영주. ★★★★★. 20200114-15. 344p
: "이 책들요, 누가 반전만 싹 찢어갔어요."
위의 한 문장만 보고 오 이 책 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 라는 마음으로 읽게 된 책 :)
알고보니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하는
'제2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40년 동안 형사 생활을 해왔지만 갑자기 생긴 안면인식장애로 정년퇴직을 코앞에 두고 결국 유급휴가를 낸 형사 친전.
평생을 같이 살아온 가족도, 심지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조차 못 알아보는 탓에
매일 어린이집에 손자 나무를 데리러 갈 때마다 진땀을 뺀다.
그러던 어느 날, 구청에서 소일거리로 시간제 근무를 하는 50년 악우 김씨의 부탁으로
자신의 집에서 무너진 천장에 깔려 죽었다는 독거노인의 집에 찾아갔다가
노인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닌 살인임을 밝혀낸다.
알아볼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뭉개진 노인의 얼굴과 반전 부분이 다 뜯겨나간 피 묻은 책 여섯 권,
그와 함께 역시 반전이 찢겨져 옆에 놓여있던 애거서 크리스트의 <ABC 살인사건>.
살해당한 노인의 정체와 찢겨나간 반전 페이지들.. 단서를 쫓던 중 또 다른 살인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과연 친전은 안면인식장애를 극복하고 범인을 붙잡아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범행도구가 책이라니! 거기다 그냥 책도 아니고 추리소설에서 젤 중요한 반전이 모두 뜯겼다고?!
거기다 책에 파묻힌 것 마냥 죽은 시체까지!!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흥미를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설정들ㅋㅋ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보고 한 권 쯤은 읽어보았을 애거서 크리스티부터
작중 친전이 넘나 좋아하고 초판부터 소장하고 있는 추리소설 작가 초이세로 등장하는 마쓰모토 세이초까지.
사실 세이초에 대해선 금시초문이었으나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테지만!) 한 때 애정했던 애거서는 넘나 반가웠다 ㅎㅎ
"저, 부삽으로 머리를 얻어맞았습니다."
"아팠겠네."
"괜찮습니다. 복수했거든요. 엉덩이를 그냥 발로 콱."
"과잉진압이네."
친전의 말에 나영이 짧게 웃었다. (p213)
인천 헌책방거리부터 파주 출판도시 등 실제 있는 공간?지역이 등장하기에
더 실감도 나고 가독성도 흡입력도 좋았던 책.
책을 사랑하는, 특히 추리소설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작가는 덕질까지 하는(ㅋㅋ)
츤데레 형사 친전이라는 캐릭터도 맘에 들었지만
뭔가 내가 아는 일반적인 형사 같지 않았던ㅋㅋ 독특한 매력을 선보였던 김나영 형사도 넘 맘에 들었기에
더더 등장인물들에게 집중하며 재밌게 읽어나갔던 것 같다 :)
"사건에도 그런게 있었으면 좋겠네요. 일기예보 같은 거 말이에요."
"몰랐습니까?"
"뭘요?"
"사건의 일기예보, 그게 바로 우리의 일이라는 거.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의 정보를 모아 다시 일어날지도 모를 사건을 예측하고,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 말입니다." (p236)
범인은 왜 반전 페이지들을 다 뜯어갔을까?
왜 책을 흉기로 피해자들의 얼굴을 뭉개버렸을까? 피해자는 왜 우비를 입고 죽었을까?
모든 궁금증이 밝혀질 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건이 다 해결되면 오히려 벌써 끝난다고? 하며 아쉬움이 생겼던..
친전과 김나영 형사의 케미를 좀 더 보고싶었는데! 후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조영주 작가님은 이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된건데,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 :))
+) 긴 갈색 머리에 흰색 테 안경을 쓴 여자였다. 여자는 한참 노트북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중략)
언젠가 침례가 말했다. 근처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단골이 있다.
희한하게도 이 단골은 카페에서 퇴근하면 다른 카페 (정확히 말하자면 침례의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펴고 뭔가 한참 쓴다. 어쩌다 한 번 흘깃 본 화면 속에 '살인' '시체' '무기'같은 단어가
무성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추리소설가 지망생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 확실치 않다. (p187)
- 그냥 아무것도 아닌 손님 1 일 수도 있지만, 굉장히 묘사가 잘 되어있는 것 같아서...
혹시 작가님을 반영한 건 아닐까! 하는 소소한 생각을 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