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추천의 글에서 이책을 친절한 글이라 해서 놀랐다. 나는 읽는 내내 불친절하다 여겼는데. 아 알만한 이들이 읽으면 친절한 글인가보다 한다. 내가 부적절한 독자였네 하며. 몰랐던 개념,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것은 좋다. 내가 무식쟁이였구나 하면 된다. 근데 본문에서 풀어 쓰면 좋을 것을 주석의 난무로 읽기가 곤욕스러웠다. 페이지를 왔다갔다 하는 것도 글자가 너무 작은 것도. 포스트휴먼도 좋지만 총기 떨어지고 노안 진행중인 현재 휴먼도 배려 좀 해주지. 내겐 어려웠던 책이라는 소리.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는 것이 지적놀음은 아닐 것이다. 이책이 던지는 담론에 동의가 안되는 바는 아니지만 감명을 받진 못했다. 내겐 아직 상상보다 손상이 더 절박하게 와닿아서일까? 손상을 회복하는 데에도(회복불가라면 파국을 기다려야하나?) 상상이 필요한 건 맞지만 지금으로선 손상을 제대로 아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 내가 책을 못 쫓아가는 것이다. 저자나 저자가 인용한 이들처럼 이미 손상의 절박함을 깨닫고 대안적인 담론을 고민하는 것은 필요하고 감사한 일이다.많이 앞서가는 책이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이책을 통해 손상된 행성을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긍정적이다. 손상된 것들이 나를 비롯해 더 많은 이들의 머리를 내려치고 가슴을 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