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생물들의 다양한 짝짓기 본성을 멋지게 그린 소설이다.

그런데 인간들만이 1부1처제로서 그 본성을 억압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들만이 '환상'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되버렸다.

남자, 여자, 사내, 연희, 세중.

이들은 모두 각자의 환상으로 삶을 지탱한다.

나는 남자를 닮았다. 현실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환상을 쫒는 몽상가. 

 

*성에

'추운 겨울에 유리창이나 벽 같은 데 김이 서려서 서리처럼 하얗게 얼어붙은 것.' 

 

이 책의 제목은 마땅히 '성애(性愛)'가 맞다.

성(sexuality)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행위가 얼마나 본성적인 것인지 너무나 잘 그리고 있다.

그러나 무슨 에로비디오 제목도 아니고 그렇게 하면 값 떨어지지. 작가의 센스를 보라. 아니 창조성이라고 해야겠다.

 

'동시에', '다양한 대상과' 짝짓고 싶은 본성을 제도로서 억압하니, 마치 겨울이면 흔히 생기고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면 금새 녹아없어지는 성에처럼, 사랑도 여러 대상을 향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사내, 이 세 사람이 함께 성을 나눈 것도 겨울산이고, 세중과 연희도 설산에 갇혀 성을 나누었으니..그래서 작가는 '성에'라고 제목을 지었나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잠이 잘 안올 정도로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요즘 계속 그런 것들을 접하고 있어서 그렇겠지만..

인간의 성을 여성과 남성으로 이분화시켜 사고하는 것과 이성애 중심의 사고를 완전히 뒤집어 엎는 중이다. 그리고 인간의 성행위에 사랑이 전제되어야한다는 도덕적 잣대가 타당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는 중이다. 과연 인간의 성행위는 여타의 생물들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쨌든 1부1처제는 세중의 말처럼 인간 스스로 '갈등을 자초'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또 세중의 말에 따르면 갈등을 자초하야 새로운 생명력을 가진다 하니, 1부1처제의 갈등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유토피아일까??<200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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