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나는 북유럽 - 풍경 너머의 삶을 만나는 북유럽 인문 여행
나영주(찰스)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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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책과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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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는 많지만, 어떤 곳은 풍경만 기억에 남고 어떤 곳은 삶의 태도까지 함께 남는다. 《다시 떠나는 북유럽》은 내게 후자에 속하는 책처럼 느껴졌다.

북유럽은 내게 아직 사진과 다큐멘터리 속 풍경으로만 남아 있는 미지의 세계였다. 그래서 130여 개국을 다닌 여행 전문가가 쓴 책이라는 점은 이력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세계 곳곳을 경험한 사람이 북유럽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피오르드나 오로라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라는 점이 글 곳곳에서 전해진다. 그래서 여행지를 설명하면서도 건축과 역사, 음식과 문화, 철학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북유럽이라고 하면 높은 행복지수, 복지제도, 오로라, 피오르드 정도만 떠올렸는데, 이 책은 그 행복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온 긴 역사와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특히 덴마크의 휘게, 스웨덴의 라곰, 핀란드의 사우나 문화처럼 이미 익숙하게 들었던 단어들도 하나의 철학으로 설명해 준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인상깊었던 점은 다섯 나라를 하나의 이미지로 묶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웅장한 자연, 덴마크의 일상 속 여유, 스웨덴의 균형감, 핀란드의 고요함, 아이슬란드의 압도적인 대자연까지. 같은 북유럽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각 나라가 가진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가치관까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어 여행을 떠나기 전 한 권으로 큰 그림을 그려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가 풍경을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곳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해 준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북유럽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도 그 나라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이미 다녀온 사람이라면 미처 보지 못했던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유럽은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는 곳이었다.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내가 찾고 있던 것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여행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것은 낯선 장소가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기 자신인지도 모른다. 좋은 여행은 지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폭을 넓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고, 우리는 그 흔적 위를 걷고 있다."

브릭스달 빙하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기후변화로 후퇴하는 현실까지 함께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그 풍경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했다. 경이로움과 책임감이 동시에 전해지는 문장이었다.

덴마크를 설명하는 부분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과하지 않기에 오래 남고, 조용하기에 더욱 단단하다."라는 표현은 덴마크의 디자인뿐 아니라 삶의 태도까지 함축하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경쟁과 속도가 당연한 시대에 북유럽 사람들은 덜 가지면서도 더 만족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북유럽 사람들이 말하는 휘게와 라곰, 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은 특별한 성공보다 평범한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이 땅 앞에서는 걱정이 작아집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 '아이슬란드'를 다룬 부분에서 짧은 문장이었지만 큰 위로가 되었다. 고민은 사라지지 않더라도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며 비록 짊어진 걱정과 불안은 그대로일지라도 자연은 그것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언젠가 직접 아이슬란드에 서서 같은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떠남'이 아니라 오히려 '돌아옴'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여행의 끝이 곧 일상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 준다.
좋은 여행은 멀리 다녀오는 것만이 아니라, 돌아온 뒤 이전과 조금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전해 준다.

더 많이 가지려는 삶이 아니라 더 깊이 살아가는 삶,
더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리듬을 지키는 삶.

북유럽은 각자의 삶을 자연과 균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사람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행복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 삶의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배움의 공간처럼 이 책을 통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간의 개념마저 흐려지는 이 순간....하루의 끝이 아닌 '계속되는 현재'속에 존재하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행복은 정적인 순간에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비가 오면 잠시 비를 맞고, 햇살이 비치면 그 온기를 느껴보는
여유와 안정감이 일상인 북유럽에 와 있다고 문득 상상해 본다.

언젠가 북유럽을 여행하게 된다면 유명한 관광지 앞에서 인증사진을 남기기보다, 그 풍경이 왜 아름답게 남아 있는지, 그곳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을 마친 뒤 내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는지를 더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아마 그때는 풍경보다 삶의 태도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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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의 마법병원 2 ㅣ 런던이의 마법
김미란 지음 / 주부(JUBOO)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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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juboo 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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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것은 '이사'라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어른에게는 새로운 집으로 옮겨 가는 일일 뿐이지만, 아이에게는 익숙했던 세상이 한순간에 바뀌는 커다란 변화이기에.
친구와 헤어지고, 정들었던 공간을 떠나며,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시간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런던이의 마법병원 2》는 바로 그 작고도 큰 마음을 판타지라는 따뜻한 옷으로 감싸 안아 주는 이야기였다.

이번 이야기는 친구와의 이별과 새로운 환경이라는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성장의 과정을 다룬다. 런던이는 이사를 앞두고 가장 소중한 친구였던 장수풍뎅이 양심이와 이별한다. 나무 아래에 양심이를 묻어 주며 🔖"빨리 풀어주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는 장면은 아이의 순수한 죄책감과 슬픔을 고스란히 전해 준다.

그 뒤 무지개가 내려오고 다시 만나는 양심이의 모습은 현실이라기보다 런던이의 마음속에서 피어난 위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무지개 마법병원은 상처 입은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속에서 색깔마다 다른 감정을 표현한 구성이 특히 인상 깊었다. 주황빛에서는 어린 시절의 용기를 떠올리고, 남색빛에서는 늦은 밤까지 가족을 위해 일하는 아빠의 사랑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보라빛에서는 기다림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빨강빛에서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앞에 서게 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정확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도 색깔이라는 상징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되어 준다. 판타지이면서도 아이들의 실제 감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담아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런던이는 여전히 친구가 그립고, 새로운 학교가 무섭고, 낯선 나라가 두렵다. 하지만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성장이란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한 걸음 내딛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전해 주는 이야기였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양심이가 런던이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두려움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이야."

두려움을 없애야만 앞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문장은 오히려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말해 준다. 아이에게는 용기가 되고, 어른에게는 잊고 있었던 삶의 태도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영어 수업에서 런던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한 글자씩 읽어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O… r… a… n… g… e."

그리고 이어지는
🔖"Good job, London!"

선생님의 한마디는 칭찬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용기를 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응원이었다. 아이들은 이런 작은 인정 하나로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한마디일 수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놓인 아이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문득 내 어린 시절과 더불어 내 아이의 어린 시절도 떠올랐다. 새로운 반에 처음 들어갔던 날,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기억,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은 무서웠던 순간들이 하나둘 생각났다. 그래서인지 런던이의 마음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아이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지만 결국은 어른이 된 나 자신의 어린 시절도 함께 위로받는 시간이었다.

아이는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수많은 걱정과 두려움을 품고 살아간다. 부모는 그 마음을 모두 알 수 없기에 더욱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이 곁에서 기다려 주고 믿어 주는 어른들의 모습은 부모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아이와 함께 읽는 부모라면 런던이가 행복한 아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힘든 순간마다 아이의 마음을 믿어 주는 어른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아이가 두려워할 때 성급하게 "괜찮아."라고 말하기보다, 먼저 그 마음을 충분히 들어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새로운 시작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나는 어른이지만 이 책을 다시 펼쳐 보고 싶다.

"괜찮아. 무서워도 괜찮아.
너는 지금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 앞에 서 있는 거야."
이 따뜻한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에도,
어른이 된 우리의 마음에도 오래도록 작은 무지개처럼 머물기를 바란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런던이가 또 어떤 성장과 용기를 보여 줄지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만드는, 오래 마음속에 남을 따뜻한 판타지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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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 식물과 동물, 그리고 진화의 위대한 로맨스
라일리 블랙 지음, 조정남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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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세종서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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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역시 수억 년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식물들의 역사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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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언제나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늘 공룡의 거대한 몸집과 압도적인 존재감은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의 중심에 서 있었고, 자연스럽게 나 역시 생명의 역사는 강한 동물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룡이 그렇게 거대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간은 왜 지금 이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을까.

그 질문의 답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미처 바라보지 않았던 '식물' 속에 숨어 있었다. 공룡을 존재하게 만든 숲, 산소를 만들어낸 광합성, 생태계를 이루는 식물의 역할을 따라가다 보면, 진짜 주인공은 언제나 초록빛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특히 저자가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을 찾다가 우연히 나뭇잎 화석을 발견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공룡을 찾지 못한 실패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 작은 잎사귀 하나가 공룡이 살아가던 세계 전체를 이해하는 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이야기는 고생물학이 생태계를 복원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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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 세상이 사실은 보이지 않는 우연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자연을 좀 더 직관적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은 지금의 세상이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의 숲도, 공룡도, 인간도 수없이 많은 우연과 환경 변화가 차곡차곡 쌓인 결과임을 보여준다. 단 하나의 변화만 달랐어도 지금의 지구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만든다.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경험이었다.


식물이 바위를 분해해 칼슘을 순환시키고, 그 칼슘이 결국 동물의 뼈를 만드는 과정 역시 매우 흥미로웠다. 🔖"식물이 바위에서 칼슘을 흡수하고... 물고기들이 칼슘을 섭취하고 연골로 이루어진 뼈대를 좀 더 단단한 뼈로 만든다."

평소에는 식물과 동물을 완전히 다른 존재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진화를 가능하게 해 준 하나의 연결된 생명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식물은 스스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생명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존재였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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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화를 경쟁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꽃과 곤충, 박쥐와 식물, 숲과 동물처럼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며 함께 진화해 온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생명의 역사는 살아남기 위한 싸움만이 아니라 공생과 협력의 역사이기도 했음을 알게 된다.

🔖"지구 육상식물의 번창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새로운 연주자들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선율을 완전히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진화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한 표현은 과학책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식물 하나의 변화가 또 다른 생명을 불러오고, 그것이 다시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를 바꾸는 모습은 거대한 교향곡처럼 이어진다. 과학적 설명과 문학적인 표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부분이라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다.

또한 식물 역시 끊임없이 위험을 감지하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식물은 놀라울 만큼 민감한 존재다."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진동을 감지하고 화학 신호를 보내며 살아남기 위해 진화해 왔다는 사실은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침묵은 무능함이 아니라 또 다른 생존 방식이라는 점을 식물은 오래전부터 보여주고 있었던 셈이다. 늘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사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명이었다.

🔖"나무들도 나름의 복잡한 사후세계가 있다."라는 문장은 생태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숲을 이루고, 쓰러진 뒤에는 또 다른 생명들의 집이 된다. 죽음조차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자연의 순환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감탄했던 부분은 식물의 섬세함을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잎 속의 엽록체조차 태양의 반복적인 궤적을 따라 움직인다."는 문장을 읽으며,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식물이 사실은 햇빛 한 줄기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식물은 침묵 속에서도 쉬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점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식물은 박쥐가 생식이라는 허드렛일을 대신해주는 대가로 꿀을 조금만 만들어도 충분하다."는 문장은 공생이 얼마나 절묘한 균형 위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생명은 서로를 필요로 하며 함께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반면 🔖"은행나무에게는 곤충보다 바람이 훨씬 더 믿음직스러웠다."는 문장은 같은 식물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떤 존재는 협력을 택했고, 어떤 존재는 독립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자연에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맞는 다양한 생존 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저자가 '판도(Pando)'라는 거대한 사시나무 군락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대목도 인상 깊었다. 🔖"식물의 희망은 희망 더하기 시간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희망은 오랜 시간 축적되는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은 서두르지 않지만 멈추지도 않는다. 조금씩 자라며 결국 세상을 바꾸어 왔다는 사실은 인간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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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남는 깨달음은 인간은 자연의 정점이 아니라 자연의 긴 역사 속 아주 늦게 등장한 한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산소도, 걷는 숲도, 먹는 음식도 수억 년 동안 식물이 만들어 놓은 결과 위에서 가능해진 삶이다. 그래서 식물을 보호하는 일은 나무 몇 그루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역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치열하게 진화했고, 독성 물질을 만들고, 화학 신호를 보내며, 수분 매개자를 끌어들이고,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전략을 바꾸어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동안 식물은 늘 배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식물이야말로 생명의 무대를 만든 가장 위대한 연출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가의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다. 그 작은 존재 안에는 수억 년 동안 지구를 바꾸어 온 역사가 담겨 있고,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먹는 음식, 심지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도 식물의 오랜 진화 위에서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오늘 역시, 아주 오래전 초록빛 생명들이 써 내려온 거대한 이야기의 마지막 한 장면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만드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식물이 만들어준 세상 위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식물과 함께 같은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에 동참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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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신간도서 #과학도서 #진화 #식물 #생명과학
#환경 #생태계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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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 안개, 절벽, 그리고 내면의 불꽃
짐 콜린스 지음, 고영훈.윤영호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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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젠가 누구에게나 '절벽'을 준비한다.
중요한 것은 절벽이 찾아오지 않는 삶이 아니라,
그 이후를 어떻게 살아내느냐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한 번쯤 멈춰 선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살아가면서 수없이 목표들. 취업을 하고, 승진을 하고, 원하는 곳에 도달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면 또 다른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성공하는 방법 뿐 아니라,
성공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을 이어가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짐 콜린스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는 바로 그 질문을 향해 나아가는 책이었다. 그동안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과 리더를 연구한 저자로 기억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업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연구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10년 동안 34명의 삶을 추적하며 공통점을 찾아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성공한 사람들조차 번아웃과 상실, 방향을 잃는 시간을 피해 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큰 위로가 되었다.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이것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다."

흔히 무엇을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정작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뒤로 미루곤 한다. 이 책은 그 질문의 순서를 바꿔 놓는다.
성취보다 방향이, 결과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았던 것은 '절벽'과 '안개'라는 표현이었다. 절벽은 예상하지 못한 상실과 실패, 번아웃처럼 삶을 한순간에 뒤흔드는 사건이고, 안개는 그 이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을 의미한다. 저자는 그 안개 속에서는 멀리 내다보려고 애쓰기보다 지금 보이는 한 걸음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날 안개 속에서 혼란과 방향 상실을 겪게 되더라도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는 문장은 오래 곱씹게 되었다. 힘든 시기에는 빨리 답을 찾아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스스로를 더 괴롭히곤 했는데, 안개는 원래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특히🔖"안개 속에서 단계적 발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 순간 명료함을 발견하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라는 문장은 조급함 때문에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흥미로웠던 개념은 '인코딩(Encoding)'이었다.

🎈하나의 큰일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
1. 인코딩(타고난 성향)을 발견하고 활용했다.
2. 돈의 방향을 뒤집었다.
3. 내면의 불꽃에 집중했다.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는 이미 자신만의 성향과 강점이 존재하며, 그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생각은 무척 위로가 되었다. 내가 부족해서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아직 내 안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일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164쪽에서 말하는 "'하는 것'을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공감됐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보다 매일 글을 쓰는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보다 운동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결국 오래간다는 메시지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삶의 원칙처럼 느껴졌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을 때 내면의 불꽃도 오래 타오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삶의 이른 시절 심어둔 씨앗에 다시 물을 주는 이 회귀의 패턴은… 오래전에 심어졌지만 돌보지 못한 씨앗이 있는가?"라는 대목에서는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어릴 적 좋아했던 일,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살았던 꿈, 언젠가 다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새로운 삶은 오래전 내 안에 있었던 불씨를 다시 발견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인정도 받지 못하더라도 당신이 기꺼이 떠안을 책임은 무엇인가?"

평소에는 인정받는 일에만 의미를 두기 쉬운데, 이 질문은 삶의 중심이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사람을 오래 움직이게 하는 힘은 스스로 선택한 책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운에 대한 시각 또한 흥미로웠다.
성공한 사람은 운이 좋았다고 쉽게 말하지만, 저자는 중요한 것은
운의 양이 아니라 그 기회를 어떻게 연결했는지라고 이야기한다.

☆🔖'나탈리의 순간(Not All Time In Life Equal)'이라는 개념은
인생의 모든 시간이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어떤 선택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꾸기도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하루를 조금 더 소중히 바라보게 되었다.

책에는 캐서린 그레이엄, 마이클 J. 폭스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등장한다. 특히 228쪽에서 마이클 J. 폭스가 병을 받아들이며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구분해 나가는 과정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태도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는 짐 콜린스가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스톡데일 패러독스'와도 맞닿아 있었다.
현실은 냉정하게 인정하되 결국에는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는 자세. 위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현실적인 조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오래 사랑할 수 있는가'
'무엇을 위해 기꺼이 책임질 수 있는가'
'안개 속에서도 오늘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가'

절벽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나이도, 직업도, 지금의 성공도 그것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안개 속에서도 한 걸음씩 걸어가는 용기다.
하지만 안개를 통과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 내면의 불꽃을 발견하는 일.


이 책은 그 고된 시간을 견디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507쪽에 이르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두께만큼이나 오래 남을 질문을 선물받은 기분이었다.
안개 속에서도 한 걸음을 내딛고, 다시 내면의 불꽃을 지펴가는 사람.
이 책을 읽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져 본다.


이 책을 덮으며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지만, 책은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려준다.
삶은 완벽한 계획 속에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도 오늘의 한 걸음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조금씩 길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 책은 성공을 꿈꾸는 사람보다, 지금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인생책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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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도서 #신간도서 #신간 #신간도서추천
#어떻게살아낼것인가 #짐콜린스 #필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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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열심히 산다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8
김화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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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민음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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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이 재미있었다. 악마가 열심히 산다고? 보통 악마라면 게으르게 인간을 유혹하거나, 특별한 힘으로 사람을 파멸시키는 존재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정반대였다. 읽고 나니 제목은 농담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상징하는 핵심 문장이었다. 가장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악마 Z였고, 사람을 가장 깊이 상처 입히는 것은 악마가 아니라 사랑과 관계, 그리고 사람의 말과 시선이었다.

책을 덮는 순간 '정말 악마가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정작 인간인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마음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게 된다.

🔖"악마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정작 인간들을 못나게 슬프게 만들고, 죽고 싶게 만들고, 인간들을 붕 띄우거나 나락으로 처박는 건 자꾸만 사랑이다. 악마의 몫인 걸 자꾸 사랑이 해냈다."

이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면서도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악마보다 사랑이 더 잔인할 수 있다는 역설은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가까운 사람의 말 한마디, 기대와 실망,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인간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는 사실을 씁쓸하면서도 유머 있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악마는 오히려 인간보다 덜 무서운 존재처럼 느껴졌다.

가영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세상과의 연결을 끊은 채 살아간다.
사람을 좋아했기에 더 크게 다쳤고, 그래서 누구도 만나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악마가 소원을 물었을 때의 장면은 삶에 대한 의욕마저 사라진 한 사람의 마음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화려한 비극보다 이런 무기력함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런 가영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 것 역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악마 Z와 종현, 그리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 간다.

몸을 바꾸는 설정은 판타지지만, 그 안에서 들여다보는 감정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악마 Z는 처음에는 인정받기 위해 거래를 시작한다.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살아가며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발견한다. 스쿠터를 타고 달리고, 음악을 듣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일상 말이다.

너무 익숙해서 잊고 살아가는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느끼는 기쁨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행복은 평범한 하루 안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악마가 먼저 깨닫는다는 설정도 참 재미있었다. 몸은 바뀌었지만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이라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도 끝내 해결해야 하는 것은 자기 안의 상처라는 사실을 이야기해 준다.

🔖"행복은 언제나 스몰 사이즈 정도여야 좋았다. 가늠이 가능할 때. 몸에 맞을 때."

이 문장을 읽으며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온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더 큰 성공과 더 많은 것을 바라느라 지금 손에 쥔 행복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영은 자신의 크기에 맞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그 담담한 문장이 오히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종현은 어린 시절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진짜 소원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엉뚱한 능력을 빌었던 사람이다. 사람의 체온을 볼 수 있는 능력은 생겼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원했던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줄 단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종현이 건네는 다정함에는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상대의 말을 묵묵히 들어 주는 작은 행동들뿐이다. 그런데 그 작은 행동이야말로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작품은 보여 준다.

🔖"체념은 얼마간의 자유가 되었다. 어차피 난 사랑받지 못하니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껏 다정할 수 있었다."

처음 읽을 때는 슬픈 문장이었지만, 다시 읽으니 역설적인 해방감도 느껴졌다. 기대를 모두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누군가를 대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물론 체념이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사랑받으려 애쓰느라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개를 끄덕일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남기 싫다는 마음, 미움받기 싫다는 마음이 어설프게 뭉쳐지면 중요한 것을 잊게 되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미움받지 않으려 애쓰다 보면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잊어버리기 쉽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동안, 정작 나 자신에게는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 문장은 인간관계 속에서 흔들렸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 주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천사긴 한데 건망증이 심해서 자꾸만 잊는 거야. 자기가 누군지, 우리가 누군지. 그러나 우리는 알지. 그는 천사라는 걸."

이 문장을 읽고 처음부터 다시 제목을 떠올렸다.
어쩌면 악마 Z는 처음부터 악마라는 이름을 가진 천사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파멸시키기보다 다시 살아가게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며, 인정받고 싶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또한 악마 사회를 인간 사회처럼 그려 낸 설정도 흥미로웠다.
인정을 받기 위해 성과를 내야 하고,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악마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인정은 모든 악마의 둘도 없는 목표"라는 문장은 결국 인간도 평생 인정받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악마를 통해 인간 사회를 비추는 방식이 무척 영리했다.


이 작품은 판타지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배경, 고립과 상실,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끌어 안으며 작은 온기가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책을 읽고 느낀 바와 같이 행복을 거창하게 생각할수록 오히려 더 멀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커피 한 잔, 함께하는 식사, 스쿠터를 타며 맞는 바람처럼 아주 작은 행복들은 의외로 오래 남는다. 악마 Z가 인간 세상을 살아가며 발견한 즐거움도 모두 그런 사소한 것들이었다. 여기서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는 전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의 마음 앞에서 당황하고, 울고, 배우고, 성장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함께 견뎌 줄 사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사람, 그리고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누군가는 이 작품을 읽고 악마가 귀엽다고 말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판타지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악마는 열심히 산다》는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회복해 가는 이야기였다.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고,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먹고, 오늘 하루를 무탈하게 버텨 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을 덮고 난 뒤에는 악마보다 인간을, 기적보다 다정을 더 믿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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