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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3 ㅣ J Mystery 4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11월
평점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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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권에서 다루는 여섯 편의 사건도 각기 다른 상황과 수수께끼를 품고 있다. 아몬드 냄새가 나는 노인의 독살 사건에서는 자살과 타살의 가능성을 놓고 의문이 이어지고, 강변에서 발견된 익사체는 피해자가 실제로 강물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괴도 레전드의 예고장과 사라진 보물을 둘러싼 사건은 정통 추리물의 도난 미스터리를 떠올리게 하고, 유아용 의자에 앉혀진 노부인의 시신과 전직 경륜 선수 조카의 알리바이는 거리와 시간이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추리의 대상으로 삼는다.
여기에 신축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과 사라진 소지품, 목검에 맞아 숨진 임대업자의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독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 수수께끼를 차례로 마주한다.
특히 이번 사건들은 눈에 보이는 사실만으로 진실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가 물에 빠져 죽었다면 당연히 물에 빠진 흔적을 떠올리고, 현장에 남은 물건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추리에서 중요한 것은 눈앞에 놓인 정보 자체보다 그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 일이다. 사실을 발견하는 것과 사실의 의미를 알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아가씨는 저에 비해서 눈만큼은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눈앞에 있는 힌트를 전혀 깨닫지 못하시다니······ 저는 아가씨에게 진심으로 실망했습니다.”
이 대사는 추리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무언가를 보았다고 해서 그것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앞에 단서가 놓여 있어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익숙한 관념에 갇혀 있다면 정작 중요한 사실을 지나칠 수 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마다 다른 것을 발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인상적인 또 다른 부분은 가게야마의 추리가 날카로울수록 레이코의 반응은 더욱 인간적이라는 점이다. 독자로서는 그녀보다 먼저 정답을 알아차리고 싶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레이코가 놓친 부분을 함께 고민하다가 가게야마의 추리에 감탄하기도 한다.
🔖“거기까지 깨달았다면 범인이 누구인지는 이미 눈치채셨겠지요?”
“어? 눈치채?!” 레이코는 한순간 생각하고, 그리고 단호하게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 전혀 모르겠어.”
이 장면은 레이코라는 인물의 매력을 한껏 잘 보여준다. 사건의 일부를 이해했다고 해서 모든 진실을 알아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는 솔직하게 드러낸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는 추리의 출발점일 것이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거나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고집한다면 새로운 단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면 부족함을 인정하면 다른 가능성을 살펴볼 여지가 생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자신의 판단을 정답이라고 믿을까. 이미 내린 결론에 맞춰 상황을 해석하고, 그 결론과 다른 정보는 무심코 외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실에 가까워지려면 때로는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레이코가 가게야마의 독설에 발끈하면서도 결국 그의 추리를 듣는 이유 역시 자신의 판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레이코가 청산가리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가자마쓰리 경부에게 반론하는 장면이다.
🔖“저기, 경부님. 청산성의 독이 곧 청산가리인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만약 이것이 청산가리로 인한 죽음이라고 해도 살인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자살일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대목은 추리에서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과 성급한 결론을 경계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어떤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사실도 여러 가능성을 품고 있을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을 하나씩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구분하고 판단하는 능력일 것이다.
무엇보다 3권은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 권의 마지막은 그동안 함께했던 인물들과 작별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레이코가 사건을 설명하고 가게야마가 독설을 던지는 익숙한 장면, 가자마쓰리 경부의 허세 섞인 행동까지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독자는 어느새 사건의 해결만큼이나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한다.
이번 권에서는 레이코와 가자마쓰리 경부와의 저녁 식사의 이유가 무엇인지 많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낼 것이며, 기대를 더욱 높일 것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저녁식사'가 사건을 되짚고 진실을 확인하는 특별한 순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식사는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흥미로운 장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3》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것은 진실은 언제나 눈앞에 놓여 있다고 해서 저절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 많은 것을 보는 일보다 이미 보고 있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저녁식사 후에 펼쳐지는 여섯 편의 사건은 끝났지만, 세상을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보라는 깨달음은 여전히 남는다. 어쩌면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다만 그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눈을 뜨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바라보고, 의심하고, 생각해야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게야마의 독설은 이제 들을 수 없겠지만, 눈앞의 힌트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습관만큼은 오래 남을 것 같다.
서로의 부족함을 놀리고 타박하면서도 곁을 지키는 레이코와 가게야마처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완벽한 이해보다는 서툰 인정과 작은 신뢰로 이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세 권의 이야기는 비록 끝났지만, 곁에 있는 사람과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이 남게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수수께끼는..
늘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알아보는 일인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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