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ㅣ J Mystery 4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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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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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은 추리소설이 주는 긴장감과 유머가 주는 즐거움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인 사건이라는 다소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인물들의 독특한 관계와 엉뚱한 대화가 이야기에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특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건을 해결하는 장소가 경찰서도, 범죄 현장도 아닌 저녁식사가 끝난 뒤라는 점에서 기존의 형사 추리물과는 다른 매력을 예고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개성 강한 세 인물이다.

호쇼 레이코는 호쇼 그룹 총수의 외동딸이라는 화려한 배경을 가졌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평범한 형사로 살아가려 한다. 부유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성장했음에도 자신의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가 되고 싶어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마음처럼 추리가 풀리지 않고, 사건의 단서를 눈앞에 두고도 진실에 도달하지 못하는 모습은 어딘가 인간적이다. 유능한 형사가 되고 싶은 욕심과 현실적인 추리 능력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반면 가자마쓰리 경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눈길을 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살아온 재벌가 도련님이면서 경찰 조직의 간부라는 위치까지 갖췄지만, 정작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자신감은 넘치지만 눈치가 부족하고, 자기 자랑을 즐기는 모습은 사건의 긴장감을 잠시 내려놓게 만드는 웃음의 요소다.

그리고 이 두 사람 사이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인물이 바로 가게야마다. 호쇼 가문의 집사이자 운전수인 그는 경찰관도 탐정도 아니지만, 레이코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의 실마리를 단번에 찾아낸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의 추리 능력보다도 그것을 전달하는 태도다. 사건을 설명하는 레이코에게 위로와 격려 대신 날카로운 독설을 퍼붓는다.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를 향한 예의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말들이지만, 그 독설 속에는 사건을 꿰뚫어 보는 정확한 논리가 담겨 있다.

이들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추리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사와 조력자의 관계를 뒤집어 놓은 듯하다. 형사는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오고, 집사는 저녁식사 후에야 비로소 탐정의 역할을 시작한다. 직업과 신분, 능력과 역할이 서로 어긋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다.


여섯 편의 사건, 여섯 가지 수수께끼!💕

연립주택에서 부츠를 신은 채 발견된 여성의 시신, 재혼을 앞둔 노년의 동물병원 원장의 죽음, 장미 정원에 놓인 여인의 시신, 결혼식장에서 벌어진 친구의 실종과 살인 사건, 알몸으로 발견된 남성의 죽음, 그리고 서재에서 다잉 메시지를 남긴 금융회사 사장의 죽음까지. 여섯 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공간과 인물, 살해 방식과 수수께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장에 남겨진 흔적과 사소해 보이는 물건, 용의자들의 진술과 알리바이, 사건 전후의 행동들이 하나씩 제시되면서 독자에게도 추리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 독서의 시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작가가 감춰놓은 진실을 독자 스스로 찾아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범인일까?',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 '혹시 내가 놓친 단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며 사건을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레이코와 함께 추리하고, 가게야마의 설명을 들으며 앞서 생각했던 추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눈은 멋으로 달고 다니십니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단서를 바로 앞에 두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레이코를 향한 가게야마의 냉정한 지적이다. 이 한마디에는 그의 뛰어난 관찰력과 상대의 허점을 놓치지 않는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시에 독자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독자는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정말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혹은 너무나도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간단한 것도 이해하지 못하시다니, 그래도 아가씨가 프로 형사이십니까? 솔직히 아마추어보다 수준이 낮으십니다."

이 문장은 그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통 누군가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면 격려하거나 함께 고민해 주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가게야마는 정반대다. 사건을 설명하는 사람의 자존심을 먼저 무너뜨릴 정도로 직설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무례함이 불쾌하기보다는 웃음을 유발한다. 레이코가 진지하게 사건을 고민할수록 가게야마의 말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그 간극에서 만들어지는 유머가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유쾌하게 만든다.

🔖“집사에게 멍청이 취급받을 바에야 미궁에 빠지는 편이 나아.”

이 대목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레이코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다. 누구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자신이 잘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다른 사람에게 지적받는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레이코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가게야마를 찾아간다. 자존심과 성장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레이코의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정확한 추리라도 매번 자신을 멍청이라고 평가하는 집사 앞에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럼에도 레이코가 계속해서 가게야마에게 사건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의 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의 성격은 맞지 않지만,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는 묘하게 잘 맞는 관계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레이코가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단순히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전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게야마의 추리는 바로 그 익숙한 생각의 틈을 파고든다.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선택일 수 있고, 평범해 보이는 물건 하나에도 사건의 방향을 바꿀 만한 의미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추리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고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잔혹한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지나치게 무겁거나 어둡게 흘러가지 않는다. 살인이라는 소재가 가진 긴장감과 인물들 사이에서 오가는 유쾌한 대화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여섯 편의 단편이 각각 독립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어 한 사건을 마무리한 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재미도 있다. 복잡한 세계관이나 방대한 인물 관계를 따라가야 하는 장편 추리소설과 달리, 매번 새로운 사건을 만나는 방식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치밀한 복선과 복잡한 트릭,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작품에도 논리적인 추론과 사건의 반전이 존재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개성과 대화다.

레이코가 사건을 풀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 가게야마가 기다렸다는 듯 독설을 날리는 순간, 그리고 자신이 가진 배경과 능력을 과시하는 가자마쓰리 경부의 엉뚱한 행동까지.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성격이 만들어내는 상황은 사건 자체만큼이나 흥미롭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 작품이 독자가 웃고 즐기며 추리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추리소설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을 읽고 나면 가게야마의 독설만큼이나 레이코의 모습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태도, 그리고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는 모습이 그렇다.


저녁식사 후에 시작되는 또 하나의 추리 시간!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은 정통 추리의 구조를 바탕으로 유머와 개성 있는 캐릭터를 결합한 작품이다. 여섯 가지 사건을 따라가며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관계가 독서의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가게야마의 독설은 독자가 놓친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레이코가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지 못해 답답해할 때마다 가게야마가 내놓는 추리는 막혀 있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는 순간처럼 시원한 만족감을 준다.


무엇보다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그것이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화려한 저택의 우아한 저녁식사와 그 뒤에 이어지는 날카로운 추리,
그리고 아가씨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흔드는 집사의 독설.

무겁고 복잡한 사건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추리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저녁식사 후 호쇼 저택에서 펼쳐지는 이 유쾌한 추리의 시간을 권하고 싶다.

추리는 머리로 하지만, 재미는 가게야마의 입에서 완성된다.
사건은 끝났지만, 레이코와 가게야마의 다음 저녁식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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