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 전에
한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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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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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유난히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계절이 있다.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거라는 확신조차 갖기 어려운 날들. 분명 계절은 흘러가고 있는데 나만 한자리에 멈춰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지금의 힘겨움이 언제쯤 끝날지, 내게도 다시 따뜻한 날이 찾아올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한봄 작가의 《봄이 오기 전에》는 겨울만 되면 사고의 트라우마로 저체온증을 겪는 봄,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된 첫사랑 도영. 여기에 전생부터 이어진 인연으로 얽힌 설과 율까지. 서로 다른 상처와 사연을 품은 네 청춘의 이야기는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는 과정에 머물지 않고, 지나간 시간과 풀리지 않은 감정, 그리고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흥미로웠던 건 겨울과 봄이라는 계절을 인물들의 삶과 감정에 연결했다는 점이다. 겨울은 그저 춥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이자, 벗어나고 싶은 상처일 수 있다. 반대로 봄은 모든 것이 해결된 완벽한 순간이라기보다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시간에 가까울 것이다.

대개 힘든 일이 지나가면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나의 어려움을 넘어서면 또 다른 고민이 기다리고 있고,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마음도 예상치 못한 순간 다시 흔들린다. 그래서 인생을 겨울과 봄으로 나눈다면, 그 두 계절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뭐든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고통이나 힘듦이 몰려오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행복이 다가오면 금세 떠나가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 이상하다.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이 사라질까 봐 불안해하고, 고통 역시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힘든 순간에는 이 시간이 끝없이 이어질 것처럼 느낀다. 같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행복은 짧게 머물고 불행은 오래 머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그토록 견디기 어려웠던 시간도 결국 지나왔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시간을 통과한 우리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까.


🔖“반드시 거쳐야 할 것,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빠질 수밖에 없는 것. 필연적인 운명과 같은 것들이죠. 우리는 억겁이라는 무수히 긴 세월을 보내야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해요.”

인연이라는 단어는 참 묘하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어떤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지지만, 어떤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때로는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까지 바꾸어 놓는다.

그런 의미에서 인연은 서로의 삶에 남긴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 인물들이 전생과 현생을 넘나들며 얽히는 설정은 이러한 인연의 무게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 맺어진 관계가 현재의 선택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주어진 운명 앞에서 사람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이 전하는 인연의 의미도 관계를 통해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은 너무 오래 가지고 있으면 그건 독처럼 자신에게 무척이나 해롭다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쉽게 그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억울함과 분노가 남아 있고,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때로는 그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다시 아파진다.

그런데 미움이라는 감정은 참 아이러니하다. 상대방을 향해 시작된 감정인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작 나 자신의 하루를 갉아먹는다. 이미 지나간 일을 되풀이해서 떠올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상상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의 평온까지 계속 내어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나 자신을 과거에서 조금씩 꺼내 주는 과정일 수도 있으니까.

이 책이 전하는 따뜻함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더욱 깊어진다. 누군가의 아픔을 쉽게 판단하거나 괜찮아질 거라는 말로 서둘러 덮어버리지 않고,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곁에 머무는 것. 작은 위로와 진심 어린 마음이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된 경험도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나 좋았던 추억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은 사소한 일로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낼 힘이 나기도 했고 혹은 좋았던 추억들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은 무심코 건넨 안부 한마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별것 아닌 일에도 함께 웃었던 순간이다. 힘든 날에는 그런 기억 하나가 다시 하루를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건넨 말 한마디가 그런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별생각 없이 했던 작은 친절이 상대방에게는 꽤 오랫동안 꺼내 볼 수 있는 위로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따뜻함은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살피려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봄이 오기 전에》

봄이 오기 전에는 반드시 겨울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까.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도 그 계절을 기다리는 동안 발견할 수 있는 온기가 있다는 뜻일까.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따뜻한 겨울은 추운 시간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되는 순간일 것이다. 나의 겨울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고, 서로에게 등불이 되어줄 수 있다면 계절의 온도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인생에서 겨울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 겨울을 건너는 방법은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배워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며 그때도 참 애썼다고,
잘 견뎌냈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게 된다.

사람에게는 찾아오는 계절이 늘 같지 않다.
누군가는 이제 막 봄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아직 긴 겨울 한가운데에 있으며,
또 누군가는 따뜻했던 봄을 지나 다시 추운 계절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봄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늦게 꽃을 피운다고 해서 잘못된 것도 아니고,
잠시 추운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앞으로의 계절까지 추우리라는 법도 없으니까.

봄이 오기 전에, 필요한 것은 지금의 겨울을 함께 건너줄 온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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