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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리 히후미의 일 인분의 삶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주현정 옮김 / 로즈윙클프레스 / 2026년 10월
평점 :
※이 게시물은 요조앤 ( @yozo_anne ) 님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로즈윙클프레스 ( @rosewinklepress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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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을 혼자서도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스스로 해결하고, 외로움이나 불안 같은 감정도 의연하게 견뎌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라고 여길 때가 많다.
하지만 정말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어야만 어른이 되는 걸까?
《도마리 히후미의 일 인분의 삶》은 서른여섯 살의 싱글 여성 도마리 히후미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홀로서기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혼자 살아가는 일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자신의 생활을 책임지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용기와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보는 작은 시도가 필요하다.
일찌감치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생활해 온 히후미에게는 오랫동안 서로 의지하며 지내온 나오토가 있었다. 가족과 떨어져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에게 서로의 존재는 일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나누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을 것이다.
특별한 약속을 하지 않아도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사소한 일에도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혼자 사는 삶에서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안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오토가 결혼을 발표한다. 축하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히후미의 마음에는 기쁨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감이 밀려온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나오토에게 의지하고 있었는지, 그 사람이 없는 일상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를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히후미가 두려워한 것은 익숙하게 의지하던 관계가 사라진 뒤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였을 것이다.
전구 하나를 갈아 끼우는 일부터 고장 난 가전제품을 해결하는 일, 혼자 아플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고민하는 일까지. 다른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일상이 히후미에게는 하나하나 넘어야 할 산처럼 다가온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순간들이라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문득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 두렵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혼자서도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몸이 아프거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면 갑자기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건강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작은 불편함도 아픈 순간에는 크게 느껴지고, 누군가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 문장은 그저 몸이 아픈 어느 날, 환한 세상 속에 자신만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감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마음에 오래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조차 괜히 미안하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부족하거나 나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오토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상실감에 머물던 히후미는 조금씩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직장 동료인 미사키와 노부요시, 가까운 이웃과 가족, 자주 찾는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까지. 이전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일부였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히후미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생활을 살아가면서도 필요할 때 손을 내밀고, 사소한 안부를 묻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계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관계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 히후미는 이렇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친절을 받으면 자신도 친절을 베풀고 싶어진다."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친절은 그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음속에 남아 있다가 또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친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작은 호의들이 쌓이면 낯설었던 동네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타인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내가 살아가는 동네로 바뀌어 간다.
이 대목을 읽으며 우연히 마주친 사람의 작은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틸 힘이 될 수도 있고, 무심코 건넨 안부 한마디가 외로운 마음을 달래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히후미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조금씩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진정한 독립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독립은 타인과의 관계를 끊어내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책임지면서도 필요할 때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힘을 갖는 일에 가깝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내되,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은 도움을 청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배워야 할 진짜 어른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것은 히후미가 고향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두 개의 마음이 존재한다. 지금 내가 선택한 삶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과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다. 부모님의 노후를 생각하고, 언젠가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면서도 지금 살아가는 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싶어진다.
히후미 역시 그런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는가보다 지금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는다.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꾸릴 준비가 되었다!"라는 마음은 도쿄라는 공간에 정착하겠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더 이상 누군가의 존재에 자신의 일상을 맡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꾸려나가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진다.
책을 읽으며 유독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히후미가 달을 바라보며 츠키미 우동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예쁜 달을 바라보며 한 끼를 즐기는 모습. 화려한 외식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자신의 하루를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행복은 지금 내 앞에 놓인 작은 일상을 기꺼이 누릴 수 있을 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혼자 먹는 식사도 누군가와 함께 먹는 식사만큼 소중할 수 있고, 혼자 보내는 저녁도 그 나름의 온기를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일 것이다.
물론 혼자 살아가는 삶이 언제나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와 건강에 대한 걱정, 가족에 대한 책임, 나이가 들어갈수록 커지는 미래의 불안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히후미가 마주하는 일상의 어려움은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히후미의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어른이 되는 모습이 아니다. 서툴게 실수하고, 때로는 외로움에 울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 문장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인생은 어떻게든 되는 거잖아."
이 말에는 무책임한 낙관보다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난 뒤에야 얻을 수 있는 담담한 믿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어려움이 앞으로의 삶까지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고, 혼자라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히후미는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읽고 생각하게 된 것은 '나의 세계는 스스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조심스러워지고, 익숙한 관계와 생활 반경 안에서만 머물고 싶어질 때가 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고,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익숙한 것들만 지키다 보면 나의 세계 역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히후미는 나오토의 결혼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겪으며 이전보다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던 관계가 여러 사람에게로 확장되고,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하나씩 해내기 시작한다.
상실은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
《도마리 히후미의 일 인분의 삶》은 혼자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다정한 위로를,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에게는 작은 용기를 건네는 소설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관계의 온기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람은 모두 각자의 일 인분을 살아간다.
누군가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나만의 시간과 선택,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그 일 인분의 삶이 반드시 혼자만의 삶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어도,
잠시 걸음을 맞추고 힘든 날 손을 내밀어 줄 수는 있다.
그렇게 각자의 삶이 나란히 이어질 때 혼자라는 사실이 조금은 덜 외로워질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오늘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일 인분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고. 때로는 외로워도 괜찮다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작은 행복을 발견하며,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면 된다고.
나의 삶은 내가 살아가는 오늘들이 차곡차곡 쌓여 완성되는 것이니까.
혼자라서 불안한 날에도, 함께라서 따뜻한 날에도
자신의 일 인분을 묵묵히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다정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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