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도 ㅣ 허밍북스 슬릿 1
조강우 지음 / 허밍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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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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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는 존재하지만 언젠가는 지도에서도 사라질 섬이 있다면,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갈까. 자신이 살아온 집과 익숙한 풍경이 조금씩 바다에 잠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어떤 상실감으로 다가올까. 그리고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끝까지 섬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조강우 작가의 《동백도》는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인 섬을 배경으로 한 실종 사건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실종의 진실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재난만이 아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불안이 만들어내는 집단의 광기, 그리고 진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입사 3년 차 기자 김연우는 아직 자신의 이름을 내건 대표 기사를 쓰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동백도에서 실종된 여성을 찾아달라는 제보가 들어온다.
행정상으로는 이미 이주가 완료된 섬, 그러나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
그리고 서류상으로는 섬을 떠났지만 실제로는 사라져버린 이수아.

기자에게 이번 취재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였을 것이다. 실종 사건과 곧 사라질 섬이라는 소재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기사였을 테니까. 하지만 그가 동백도에 도착한 뒤 마주한 것은 예상했던 취재 현장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태풍이 지나간 밤 11시 47분. 섬의 모든 것이 멈춰버린다.
전기와 통신은 물론이고 자동차와 배, 심지어 시계까지 작동하지 않는다.
외부와 연결되는 모든 통로가 끊어진 공간.
그곳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의 규칙에 의지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왔던 이유는 재난의 규모보다 재난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휴대전화로 확인하는 뉴스,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연락망, 그리고 언제든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는 믿음까지.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정보가 사라진 자리를 소문이 대신하는 과정이다.

🔖“봤다가 아니었다. 봤다더라. 소문은 그렇게, 전기가 없는 섬의 유일한 연료가 되었다.”

이 문장은 작품의 분위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기가 끊긴 섬에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더 이상 기계나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말이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반복된 이야기는 어느 순간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도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간다. 누군가가 올린 짧은 영상과 몇 줄의 게시물,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사실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맞춰 정보를 해석하고, 때로는 그 이야기에 분노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한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까지 그만큼 성숙해졌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잘못된 이야기가 진실보다 먼저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동백도는 단절된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통해 현재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품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기자와 인플루언서의 대비다.

두 사람 모두 무언가를 기록하고 세상에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기록하는 방식과 그 기록을 바라보는 태도는 다르다. 기자에게는 기사로 만들어야 할 사건이 있고, 인플루언서에게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콘텐츠가 있다. 한 사람은 취재 수첩을 들고, 다른 한 사람은 카메라를 든다.

그런데 섬의 모든 장치가 멈추면서 두 사람이 의지하던 기록의 방식도 흔들린다.

🔖“나는 아직 적을 수 있었지만, 이수민은 찍을 수 없었다.”

짧은 문장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와 기록에 대한 서로 다른 욕망이 응축되어 있다. 무엇을 기록하느냐만큼 중요한 것은 왜 기록하려 하는가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남기기 위해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인지.

김연우 역시 자신이 이수민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 또한 특종을 기대하며 섬에 들어온 인물이다. 다른 사람의 불행과 실종을 자신의 성과로 바꾸려 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대목을 읽으며 기록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을 수집하는 능력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이야기로 옮길 때 그 사람의 삶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의 불행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은 기자와 인플루언서의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오늘날 기록하고 전달하는 모든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동백도라는 공간이 가진 상징성도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섬이라는 설정은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기후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평생 살아온 터전을 잃는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이웃, 삶의 방식과 기억을 한꺼번에 잃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동백도가 사라지는 섬이라는 사실보다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욱 마음에 남는다. 세상은 이미 그들을 떠난 사람으로 분류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누가 죽어도 장사 잘돼요. 다만 물이 보이냐 안 보이느냐의 차이지."

죽음조차 누군가에게는 소비되고 거래되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뉴스가 되는 죽음과 그렇지 못한 죽음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동백도라는 섬이 사라져 간다는 사실은 자연환경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발과 정책, 행정적인 절차 속에서 어떤 사람들의 삶은 숫자로 정리되고, 어떤 사람들의 사연은 제대로 들리지 않은 채 뒤로 밀려난다.

이주 완료라는 문서 한 장이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존재까지 지워줄 수는 없다. 행정적으로는 떠난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 간극이야말로 작품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 중 하나라고 느꼈다.

그리고 작품을 읽으며 인상적으로 다가온 또 하나의 요소는 바다다.
동백도에서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두려움의 대상이며,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존재다.

동백도는 여전히 집이고, 떠나지 못한 이유가 있으며,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육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오랫동안 바다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사람이 바라보는 바다는 분명 다를 것이다.

🔖"지금은 파도가 높아. 방향도 안 맞고. 들물 끝자락 지나고. 바람이 서쪽으로 더 틀면 그때 북쪽으로 탈 수 있어."

이 말에는 오랜 시간 물가에서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과 경험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 바다는 막막한 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바람과 파도, 물때를 읽어 길을 찾아야 하는 공간이다.

동백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동안 당연하게 믿어왔던 기준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문서와 공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오고, 기술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순간에도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은 누군가에게 살아남을 방법이 된다.

위기 속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 속에서 쌓아온 감각과 타인의 경험을 인정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에서 재난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가두는 동시에 그동안 감춰져 있던 관계와 감정을 밖으로 끌어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붉은 불빛을 두고 누군가는 핵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심판이라고 말한다.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사실을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설명해 줄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누군가를 향한 의심과 혐오로 번져간다.

불안한 사람들은 질서를 원하지만, 정작 자신이 믿는 질서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워한다.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명분은 어느새 타인을 배제하는 이유가 되고, 정의와 구원을 이야기하던 목소리는 누군가를 심판하는 언어로 변한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낯설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고 싶어 한다. 불확실성을 견디는 일보다 명확한 적을 만들어내는 일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백도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심리는 현 사회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무엇보다 '사라진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섬이 사라지고, 사람이 사라지고, 통신이 끊기고, 기록이 멈춘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기억하는 일마저 사라지는 순간이 아닐까.

바위틈에 끼어 있는 방호복 소매에서 발견한 이름, '이수아'.

이 장면은 한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절박함으로 다가왔다. 이름이 적혀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존재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많은 소문과 추측 속에서 사건은 거대한 이야기로 변해가지만, 그 시작에는 한 사람을 찾고 싶어 하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있다.

이 부분에서 사건의 규모와 사람의 존재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재난과 사회적 혼란에 주목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사라진 가족 한 사람을 찾는 일이 그 어떤 사건보다 절실할 수 있다.

뉴스가 될 만한 사건과 한 사람에게 절실한 사건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놓치지 않는 것이 기록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일 것이다.


《동백도》는 재난이라는 장르적 긴장감을 바탕으로 인간의 공포와 욕망, 미디어의 책임, 공동체의 민낯을 함께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다. 실종된 여성을 찾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자는 누가 사라졌는가만큼이나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동백도라는 섬의 이미지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섬은 조금씩 사라지고,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점점 더 서로를 믿지 못한다.
모든 것이 멈춘 공간에서 오히려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은 더욱 빠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거창한 정의나 그럴듯한 문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이름, 한 사람의 삶을 기억하려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매일 수많은 이야기를 보고 듣고 기록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 속에서 정작 한 사람의 진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섬이 사라지는 일은 자연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잊고,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며,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로 누군가를 심판하는 일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그것은 경계하고 돌아봐야 할 인간의 몫이다.

사라지는 섬에서 벌어진 재난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은,
재난 앞에서 드러난 사람들의 민낯이었다.

범인을 찾고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는 스릴러를 넘어, 우리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기록하며 타인의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동백도》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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