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숲길을 단테와 함께 걸었다 - 나다운 삶을 위한 가장 지적이고 대담한 여정
마사 벡 지음, 박여진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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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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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분명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문득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정작 내 마음은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느라 바쁘게 살아왔지만 어느 날 문득 지금의 삶이 정말 내가 원했던 모습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동안 잘해왔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지는 순간. 그런 혼란이 반드시 무언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뤄둔 채 살아왔기에,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내면의 신호가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마사 벡의 《어두운 숲길을 단테와 함께 걸었다》는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어두운 숲과 지옥, 연옥, 천국의 여정을 따라가며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어떻게 다시 발견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고전 속 인물의 여정을 현대인의 심리와 삶에 연결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무엇보다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데도 왜 마음은 좀처럼 편안해지지 않는지 돌아보게 한다.

정말 행복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행복해 보이는 삶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걸까.


책 속에서 단테가 발견한 ‘기쁨의 산’은 내게 인상적인 상징으로 다가왔다.
어두운 숲에서 벗어나려는 단테에게 산은 분명 올바른 출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산을 오르려 할수록 진정한 목적지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 장면은 현실과도 닮아 있다.

누군가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리고,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며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찾아내고, 지금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 비로소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정상에 도착하더라도 곧 더 높은 산이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책은 이러한 마음을 ‘기쁨의 산’이라는 은유로 보여준다. (50~53쪽)
이 부분을 읽으며 행복을 미래의 어느 시점에 도착해야 얻을 수 있는 보상처럼 생각해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보다 나아져야만 괜찮아질 수 있고, 더 많이 이루어야만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현재의 나는 언제나 부족한 사람으로 남게 된다.

사람마다 원하는 삶의 모양은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큰 성취가 행복의 이유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일상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이 더 큰 기쁨일 수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은 곳에 올라갔느냐가 아니라, 내가 오르고 있는 그 산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산인지 묻는 일일 것이다.


책에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그 혼란과 절망감은 우리의 내적 체계가 완벽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그런 감정을 빨리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흔들리면 내가 약해진 것 같고,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미 가진 것이 있는데도 허전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탓할 때도 있다.

그러나 책은 지금의 삶과 내면의 욕구 사이에 간격이 생겼음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관점은 감정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
혼란을 느끼는 나를 고쳐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들어볼 기회로 삼게 하기 때문이다.

삶의 전환점은 더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할 수도 있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책의 지옥편에서 눈길이 머문 주제는 자기 배신이었다.

하기 싫은 일도 책임감 때문에 해야 하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삼키기도 한다. 현실을 살아가는 데는 타협과 인내가 필요하며, 모든 순간 자신의 감정만을 앞세울 수는 없다. 그러나 타협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진심을 부정하는 일이 습관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싫으면서도 좋다고 말하고, 힘들면서도 괜찮다고 대답하고,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설득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선명하게 알기 어려워진다.

책 속 문장은 이러한 문제를 날카롭게 짚는다.

🔖“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진실처럼 씩씩하게 말하는 것은 영혼을 죽이는 행위다.”

이 문장을 읽으며 긍정적인 태도와 자기기만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가능성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반면 자기기만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현실을 외면한 채 괜찮다는 말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일에 가깝다.

힘든 상황에서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언제나 잘못은 아니다. 때로는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벌어주기도 하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견디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면 긍정은 위로가 아니라 또 다른 억압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자기 이해가 언제나 자신을 좋아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감정과 부끄러운 욕심,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두려움까지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단테는 어두운 숲을 벗어나기 위해 곧바로 천국으로 향하지 않는다.
스승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지옥으로 들어간다.

이 여정의 구조는
'왜 우리는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때로는 그 고통을 들여다봐야 할까?'
묻고 있다.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은 늘 편안하지만은 않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다 보면 오랫동안 외면했던 기억과 마주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줄 알았던 길이 사실은 타인의 기대에 맞춘 길이었음을 깨달을 수도 있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했던 행동 속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었음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런 깨달음은 처음에는 불편하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기도 하고, 앞으로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막막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을 이해하려면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함부로 지워버릴 수 없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지로 잊으려 하거나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겁을 죽이려면 희망과 공포만이 존재하는, 오직 거기에만 골몰하게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현재에만 집중해야 한다.”

미래를 계획하는 일은 필요하다. 위험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태도는 우리를 보호한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붙잡혀 사는 것은 다를 것이다.

좋은 결과를 상상하며 현재를 견디다가도 실패할 가능성에 불안해지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다 정작 지금 할 수 있는 일마저 놓칠 수 있다.

이럴 때 현재에 집중한다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모든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시선을 돌리는 일에 가깝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는 대신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내는 것.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하기보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 모든 것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부터 시작하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현재는 미래를 위해 잠시 견뎌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된다.


책의 후반부에서 만나는 문장은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진정으로 아는 것을 알고, 진정으로 느끼는 것을 느끼고, 진정으로 의도한 것을 말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라. 그것이 나로 온전해지는 길이다.”

이 문장이 좋았다. 나답게 살기 위해 반드시 대단한 결심을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도 외면하지 않는 것,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원하는 삶을 향해 작더라도 실제적인 행동을 시작하는 것.

이런 작은 선택들이 쌓이면 마음과 행동 사이의 간격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나다운 삶은 누군가가 대신 정해줄 수 없다.
책이 길을 안내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어떤 길을 걸을지는 자신의 몫이다.


책의 후반부 여정에서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사랑에 관한 시선이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머물면서/사랑의 빛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거란다.”

그리고 책의 이 문장도 마음에 남는다.

🔖“태양과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 I'amor che move il sole e l'altre stelle'이라는 사실을.”

두 문장을 함께 떠올리면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감정만을 뜻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일,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 삶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사랑의 범위 안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바꾸려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관계를 잃을까 봐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도 한다. 때로는 타인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한계를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부정하면서 누군가에게 온전히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쉽지 않다.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타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무조건 참거나 자신의 존재를 축소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나의 경계를 지킬 수 있고,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더라도 나 자신의 가치를 전부 부정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온전함은 나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인간다운 존재로 바라보는 태도에 가까울 것이다.


책이 지옥과 연옥을 지나 천국에 이르는 여정을 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내면의 진실과 삶의 행동을 조화시키는 과정은 다른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방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나서도 어두운 숲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숲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불안과 후회, 말하지 못한 마음과 오래된 두려움이 뒤엉켜 있는 숲 말이다.

그러나 그 숲에 들어섰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 남들이 먼저 도착한 곳을 따라가기보다 나에게 맞는 길을 찾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묻혀 있던 내면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마지막에 만나는 천국은 멀리 떨어진 특별한 장소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하는 행동이 조금씩 일치하고,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진심을 더 믿을 수 있으며, 지금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되는 순간.

그곳이야말로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곳일 수 있다.

길을 잃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의 삶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기를.
남들이 가는 길에서 잠시 벗어났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맞는 길을 찾는 시작일 수 있음을 기억하기를.


지금 나는 길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이제야 나의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일까.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었다고 해서 앞으로의 모든 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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