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도록 - 권오중의 삶의 긍정
권오중 지음 / 수오서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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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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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바라는 삶의 모습이 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별일 없이 밥을 먹고 웃는 것, 하루의 피곤함을 투덜거리면서도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것. 너무나 당연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다. 그런데 그 당연함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온 소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자주 잊고 살아갔던 걸까.

배우 권오중의 첫 에세이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도록》은 언제나 유쾌하고 거침없는 모습으로 기억했던 배우의 얼굴 뒤에 아들을 향한 절박한 마음과 남편으로서의 미숙함, 아버지로서 감당해야 했던 두려움, 그리고 자기 자신을 마주하며 조금씩 변화해 온 시간이 담겨 있다.

이 책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아픔을 극복한 사람의 성공담으로 삶을 단순하게 정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력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희망도,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저절로 아문다는 위로도 쉽게 건네지 않는다. 어떤 문제는 아무리 애써도 답을 찾을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곁에 머무는 것뿐인 순간도 있다. 그 막막함을 외면하지 않은 채, 그럼에도 삶을 이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살다 보면 노력과 결과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실패할 수 있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온 힘을 다해도 그 사람의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때, 사람은 문제 자체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에 더 깊이 흔들리기도 한다.

권오중은 아들을 위해 수많은 병원과 치료 센터를 찾아다녔지만, 끝내 쉽게 답을 얻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한다. 부모라면 아이가 아플 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해줄 방법이 있다면 자신의 시간과 돈, 마음을 모두 쏟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간절함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지켜보는 이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된다.


책을 읽으며 남은 것은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감탄만이 아니었다. 사랑이 깊다고 해서 언제나 상대를 구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 무력함을 인정하는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 힘들어하면 해결책부터 찾으려 한다. 어떻게 하면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모든 아픔에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더라도 상대의 곁을 지키는 것, 섣부른 위로 대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조금씩 단단해질 수 있다.

책 속에서 오래 시선이 머물게 된 문장은 이것이다.
🔖“아픔이 나를 파괴하러 온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가장 정직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 문장을 읽으며 아픔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은 그 자체로 고통이다. 누군가에게 찾아온 불행에 반드시 의미가 있다고 말하거나, 아픔 덕분에 성장했으니 다행이라고 정리하는 것은 때로 당사자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위로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픔을 겪은 뒤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는 있다.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되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소중히 여기게 되며,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픔이 찾아온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하더라도, 그 아픔을 통과한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조금씩 선택할 수 있다. 내게 이 문장은 고통이 내 삶의 전부를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말라는 당부처럼 다가왔다.


책에서 가장 묵직하게 다가온 주제는 평범한 하루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루를 살아내면서도 불평할 이유를 쉽게 찾아낸다.
충분히 쉬지 못했다고 투덜거리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내일이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때로는 답답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그 평범한 하루가 간절한 바람이 될 수 있다.

책 속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부모가 바라는 일상이 담겨 있다. 아이가 직장 생활을 하며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직장 상사 때문에 속상해하고, 실패한 일 때문에 좌절하는 하루를 살아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런 하루를 살아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대목은 평범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평범하다고 부르는 삶은 사실 수많은 조건이 무사히 맞물려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하며,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오는 것. 때로는 귀찮고 지겨운 반복이지만, 그 반복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바람일 수 있다.

별다른 대화 없이 지나친 가족과의 저녁 식사, 아무렇지 않게 나눈 안부,
집에 돌아와 편히 쉴 수 있는 시간.

이 책은 그런 순간들을 행복으로 포장하지 않으며, 너무 익숙해져서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

평범한 하루를 기적이라고 부르는 일은 지금 내 삶에 이미 존재하는 소중함을 알아차릴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의미에 가깝다. 행복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순간을 다시 바라볼 때 발견되기도 하니까.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권오중이 아들의 아픔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아들의 병을 낫게 하는 것이 가장 절박한 목표였을 것이다. 부모에게 아이의 고통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며, 무엇이든 해보려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오랜 시간 답을 찾지 못하면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 속에서 혁준은 우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유를 묻자, 아프면 빨리 병원에 데려다주고 싶고 위급하면 구급차라도 불러주고 싶다고 대답한다.

이 장면이 마음에 남는 까닭은 아픔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단정적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통을 겪었다고 해서 누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픔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혁준은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보고,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빨리 도움받기를 바란다.

누구보다 자신의 고통을 잘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지나치지 못하는 모습.
그 안에는 억지로 배운 교훈보다 훨씬 깊은 이해가 담겨 있다.

이 장면을 통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나누고, 한쪽이 베풀고 다른 쪽은 그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위로받기도 하고, 내가 가르쳐 준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기도 한다.

권오중이 봉사를 통해 자신의 시선을 바꾸어가는 과정 역시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삶의 무게를 만나고, 자신이 가진 생각과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도움은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해는 누군가를 내 기준에 맞추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참 묘하다.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상대의 마음을 쉽게 짐작해 버린다. 고맙다는 말을 나중으로 미루고, 미안하다는 말을 삼키며, 가족이니까 이해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책에는 남편으로서 미숙했던 자신의 모습과 아내에게 상처를 주었던 시간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좋은 남편이나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 상대가 내게 해준 것을 뒤늦게라도 알아보는 일, 내가 옳다고 믿었던 태도를 다시 돌아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완벽한 배우자나 부모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일 것이다. 잘못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잘못을 알아차렸을 때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사랑한다는 말에 머물지 않고 일상 속 행동으로 그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은 함께 걷는 속도를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머무는 것. 상대가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도 사랑의 중요한 방식일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서로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태도다.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다 보면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삶을 실패나 부족함으로 바라보기 쉽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걷는 것은 아니다.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각자가 짊어진 조건과 현실은 다르며,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권오중의 가족이 지나온 시간은 그런 기준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책 속에서 아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살아가고, 아버지는 그 속도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랐을지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중요한 것은 남들과 같은 모습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아들과 함께 걷는 장면에서 전해지는 마음이 인상적이다.

🔖“먼 훗날 혁준이가 자기 삶을 돌아볼 때, 이 아빠의 팔꿈치가 기억되기를.”

이 문장을 읽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좋은 환경이나 많은 기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오래 남는 것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기억일지도 모른다.

힘들 때 손을 잡아준 사람, 자신의 속도를 재촉하지 않았던 사람, 부족한 모습을 보여도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 그런 존재가 있었다는 기억은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책 속에는 자신의 질투와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도 담겨 있다.

🔖“성장이란 성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못난 괴물과 매일 민망하게 인사를 나누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은 인간적인 성장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조금 바꾸어 놓는다. 성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전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모습을 떠올린다. 감정을 잘 다스리고, 타인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사람은 그렇게 깔끔하게 변하지 않는다. 어제는 이해했다고 생각한 일을 오늘 다시 질투할 수도 있고, 반성했던 행동을 또 반복할 수도 있다. 마음을 다잡았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작은 일에 흔들리며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성장은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모른 척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치유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대체로 치유를 아픔이 사라지는 상태로 이해한다. 병이 낫고, 상처가 아물고, 슬픔을 더 이상 느끼지 않으며, 마침내 이전의 평온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 그런 결말을 바라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어떤 아픔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남기도 하고, 여전히 걱정되는 현실이 있으며, 과거의 상처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픔이 남아 있는 삶은 아직 치유되지 못한 삶일까.

책을 읽으며 떠올린 치유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아픔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더라도 그 아픔만 바라보며 살아가지는 않는 것.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현실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을 발견하는 것. 삶의 모든 문제가 풀린 다음에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권오중의 가족에게도 평범한 하루는 긴 시간의 고민과 기다림을 거쳐 조금씩 의미를 달리하게 된 순간일 것이다. 모든 문제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 하루를 이전과는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책을 통해 돌아보게 되는 것은 행복을 미래의 어느 지점에만 두고 살아가는 습관이다.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일이 해결되면,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걱정거리가 사라지면 그때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다. 당장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있는데 무조건 현재에 만족하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완벽해지는 날만 기다리다 보면, 그날이 오기 전까지의 삶을 온통 준비 기간으로만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어려움 속에서도 잠깐 웃을 수 있고, 걱정이 남아 있어도 누군가와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으며, 완벽하지 않은 하루에도 작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말하는 기적은 그런 순간을 알아보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 가지를 마음에 남기고 싶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삶이 의미 있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픔이 남아 있어도 사랑할 수 있고,
불안이 사라지지 않아도 누군가와 웃을 수 있으며,
완벽하지 않은 하루에도 감사할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기다려온 하루가,
내게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하루일 수 있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달라질지 모른다.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도록》은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지금 조금 긴 어둠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도, 아무 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느라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사람에게도 건네주고 싶은 이야기다.

오늘의 아픔이 내일의 기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의 아픔 때문에 내일의 가능성까지 미리 포기할 필요도 없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과 함께 살아가더라도,
오늘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힘겨운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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