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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권지은 지음 / 부크럼 / 2026년 9월
평점 :
※이 게시물은 요조앤 ( @yozo_anne ) 님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부크럼 ( @bookrum.official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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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는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처럼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만나고 가장 오래 함께해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할 때가 많다.
잘하지 못한 일은 오래 기억하면서 잘해낸 일은 쉽게 지나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는 마음을 쓰면서 정작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한다.
권지은 작가의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말들은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아주 사소하고 현실적인 마음의 태도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잘 버티고 있는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것, 남의 기준과 비교하지 않는 것, 때로는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실패가 아니라 용기로 받아들이는 것. 행복 역시 멀리 있는 내가 만들어 놓은 일상의 안락함을 제대로 누리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사실 이토록 줄곧 향하던 길에서 다른 노선을 생각한다는 건, 여태 펼쳐 온 꿈이 나와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건 포기가 아니라 용기다.”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한 번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만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이유로 마음이 떠난 일도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의 시간까지 내어줄 필요는 없다. 방향을 바꾸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포기’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때로는 내려놓는 것이 나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일 수 있으니까.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많이 애썼다고. 여러 일 사이에서 잘 버텨 줘서 고맙다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응원한다고.”라는 문장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참 따뜻할 것 같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쉽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힘들 때는 왜 그렇게 쉽게 나를 몰아붙이는 걸까.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적어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내가 만든 안락함을 내가 만끽하는 것.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매일이 모여 깊은 안정이 채워지는 것.”이라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행복을 생각하면 자꾸 큰 사건을 떠올린다. 원하는 것을 이루거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누군가에게 사랑받거나, 인생에서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 삶의 대부분은 아주 평범한 날들로 이루어진다. 잘 먹고 잘 자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편안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 행복은 평범한 날을 대하는 자신의 마음속에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은 자연스럽게 ‘나’에서 ‘사랑’으로, 다시 ‘우리’라는 관계로 시선을 넓힌다.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나를 희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소중히 여긴다는 이유로 나를 잃어버려서도 안 된다. 건강한 사랑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각자의 존재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특히 🔖“사랑을 발음하지 않고도 사랑을 담을 수 있는 언어들이 있다.”라는 문장도 참 좋았다.
사랑은 반드시 ‘사랑해’라는 말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늦은 밤 잘 들어갔는지 묻는 말,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주는 것, 힘든 날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 상대가 선택한 길을 믿어주는 것처럼 아주 작은 행동에도 사랑은 담길 수 있다.
그래서 사랑의 크기를 말의 크기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이어지는 관계에서는 작은 다정함이 더 깊은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특히 눈길이 머문 부분은 관계에 대한 시선이었다.
🔖“남에게 어떠한 사람이길 바라지 말고, 나부터 내가 그리는 사람이 되자.”
관계 속에서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배려해주기를 바라고, 진심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정작 나는 상대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에는 인색할 때가 있다.
물론 모든 관계에서 내가 먼저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보자는 의미에 가깝게 다가왔다.
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나 역시 상대를 존중하고 있는지,
다정한 관계를 원한다면 나 역시 다정함을 건네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
관계는 내가 어떤 태도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데서부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당신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만큼, 당신을 온 마음 다해 소중히 여기는 이가 지금도 변함없이 곁에 있음을 잊지 말고 살아갈 것.”
힘든 순간에는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관계가 틀어졌거나 기대했던 일이 어긋났을 때는 지금까지 나를 아껴준 사람들의 마음까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이 문장은 힘든 순간일수록 시야를 조금 넓혀보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관계보다 먼저 나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대하는 것.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고 나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괜찮아.”
“많이 애썼어.”
“조금 늦어도 괜찮아.”
듣고 싶었던 말은 그저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한마디, 계속 잘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허락이었을지도 모른다.
삶은 앞으로도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변할 수 있고, 열심히 해온 일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오래 붙잡고 있던 것을 놓아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흔들리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놓지 않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나를 사랑하는 일’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기에 다른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나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기에 상대의 마음에도 조금 더 귀 기울일 수 있다.
결국 ‘나’가 건강하게 서야 ‘사랑’도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고,
그런 두 사람이 만나야 비로소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가장 큰 흐름처럼 느껴졌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라는 제목처럼,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었어야 했던 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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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소중한 것은 있어도
나보다 귀중한 것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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