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쿠 - 망자의 터
기타자와 도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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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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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눈앞에 나타나는 괴물일까.
피로 물든 시체일까.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일까.

《온고쿠 : 망자의 터》를 읽고 나면 조금 다른 답을 생각하게 된다.
가장 무서운 것은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인지도 모른다고.

《온고쿠》는 1923년 간토 대지진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그리움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후루세 소이치로에게 아내 시즈코의 죽음은 이미 지나간 사건이 아니다. 그녀를 잃은 순간부터 그의 시간은 멈춰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는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무녀에게 강령 의식을 부탁한다.

여기까지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의 절절한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온고쿠》는 그리움을 위로의 감정으로만 다루지 않으며 죽은 이를 붙잡으려는 마음이 죽은 자와 산 자 모두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끈질기게 파고든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집 안의 공기가 달라진다.
익숙했던 향기가 불길한 징조가 되고, 사랑했던 사람의 목소리가 공포의 신호가 된다. 가장 그리운 사람이 가장 두려운 존재로 변해간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포가 ‘무서운 존재가 나타난다’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해칠 수도 있다.’
이 한 가지 설정만으로도 감정에 상당히 잔인한 균열이 생긴다.

보통 귀신이 나타나면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귀신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서워하면서도 쉽게 외면할 수 없고, 도망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붙잡고 싶어진다.

바로 그 모순이 이 작품의 공포를 더욱 서늘하게 만든다.


🔖“뒤뒤뒤, 뒤에, 뒤, 뒤, 뒤, 뒤에-”

묘하게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공포는 때때로 무언가를 직접 상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훨씬 강해진다.
‘뒤에 있다’는 말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뒤를 의식하게 만든다.
지금 누군가 서 있는 것은 아닌지, 방금 지나친 공간에 무언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읽는 순간조차 주변을 확인하고 싶게 만든다.

《온고쿠》의 공포가 흥미로운 이유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은 어떤 괴물보다 훨씬 잔인하다.

무녀가 말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부러워서 그러지. 불러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도 말할래, 나도 말하고 싶어, 하고 술렁술렁 성가시게 떠들어 대면서 샘내고 조르는 게야.”

이 문장을 읽으며 처음에는 기이하고 섬뜩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 말에는 작품의 핵심적인 정서가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리지 못한 망자들. 떠나지 못한 존재들. 기억되고 싶어 하는 죽은 자들.

죽음 이후에도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욕망이 존재한다면,
죽음과 삶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모호해질 것이다.

그래서 《온고쿠》의 귀신은 살아 있을 때의 욕망과 미련을 품은 채 경계에 남겨진 존재들이다. 이 작품에서 귀신을 만들어내는 것은 죽음 뒤에도 사라지지 않은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후루세에게 시즈코는 잊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정반대다.
잊을 수 없어서 문제다.

아내를 잃은 슬픔과 죄책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은 이를 다시 불러내는 선택까지 한다.

그런데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이 과연 행복일까.

이 작품은 그 질문에 아주 잔혹한 방식으로 답한다.

🔖“열면… 열면 안 돼요.”

여기에서 가장 무서운 말은 다음 문장일지도 모른다.
🔖“저건 아씨가 아니에요.”

죽은 사람이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존재가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완전히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목소리도 같고 향기도 같고 모습도 익숙한데, 어딘가에서 분명히 다른 존재라면?

그것은 귀신보다 훨씬 끔찍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익숙한 것에서 안전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 순간 기억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존재가 바로 에리마키다.
망령을 먹는 얼굴 없는 괴이.

처음에는 그저 기괴하고 잔혹한 괴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악한 존재’라고 규정하기에는 묘한 구석이 있다.

🔖“나는 네 아내를 먹고 싶다.”

사랑하는 아내를 되찾고 싶은 사람 앞에서 그 아내를 먹겠다고 말하는 존재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데 망령을 먹는 행위가 살육이나 포식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승을 떠돌던 존재를 마침내 다른 곳으로 보내는 행위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에리마키는 괴물인 동시에 일종의 인도자처럼 보인다.
무섭고 잔혹하지만, 누구보다 죽은 자의 고통을 끝내주는 존재일 수도 있다.

괴물은 정말 괴물인가?
죽은 자를 붙잡고 있는 인간이 오히려 더 잔인한 것은 아닐까?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채와 ‘사북’이라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작품 속에서 사북을 떼지 않은 부채는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경계를 뒤틀어버리는 매개가 된다. 이것을 생각하면 부채라는 소재 자체가 상징적으로 느껴진다.

죽음과 삶, 기억과 망각, 사랑과 집착.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맞물려 돌아간다. 그리고 그 축이 어긋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저주’는 오랜 세월 이어져온 욕망과 집착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낸 결과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죽어도 욕망은 쉽게 죽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욕망은 세대를 넘어 살아남는다.


책장을 넘길수록 내게 더 오래 남은 것은 공포보다 미련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도 계속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그 사람이 한 번만이라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
그때는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렇기에 후루세의 선택을 어리석다고 말하기 어렵다.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말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쉬울 수 있지만,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사랑한다는 것은 붙잡는 것일까. 아니면 놓아주는 것일까.
가장 어려운 종류의 구원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하기 때문에 놓아주는 것.
그것이 남겨진 사람에게는 가장 잔인한 선택일 수도 있다.


책 속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은 부분은 망자를 먹는 존재가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설명하는 장면이다.

🔖“내가 먹는 건 죽었는데도 여전히 자기가 살아 있다고 믿는 놈들이다.”

죽었는데도 자신이 살아 있다고 믿는 존재.
그것은 과연 망령만을 뜻하는 것일까.
살아 있는 사람 역시 과거에 붙잡힌 채 현재를 살아가지 못할 수 있다.
죽은 사람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도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온고쿠》의 진짜 공포는
죽은 자를 보내지 못한 산 자 역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 갇힐 수 있다는 것.


《온고쿠》는 고딕 호러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재미가 분명한 작품이다.
강령 의식, 망령, 괴이, 가문의 비밀, 오래된 인습, 연이어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이 촘촘하게 이어지면서 독자를 불안한 세계로 끌고 간다.
하지만 그 안쪽에는 아주 오래되고 익숙한 인간의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온고쿠(遠國)’가 직역하면 ‘먼 나라’라는 뜻이라는 점도 이 작품을 읽고 난 뒤에는 묘하게 다가온다.

먼 나라.
살아 있는 우리가 갈 수 없는 곳.
그러나 언젠가는 누구나 향하게 될 곳.

그곳으로 먼저 떠난 사람을 억지로 되돌려 세우는 대신,
그 사람이 편히 갈 수 있도록 보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온고쿠》는 공포로 시작해 미련을 지나, ‘떠나보냄’이라는 감정에 도착하는 작품이었다.

무서움과 슬픔이 공존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슬픔마저 편안하게 느껴진다.

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가 이제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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