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
모습 지음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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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작은서점973 (@littlebookshop973 )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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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는 천국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영혼을 이야기한다.
또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어느 쪽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죽음이라는 것은 인간이 끝내 완전히 알아낼 수 없는 가장 오래된 미지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제주 숲속 집이라는 조용한 공간에 한 여자가 찾아오고, 그녀가 바닷가에서 주워 온 거북복과 물떼새의 머리뼈에게 말을 건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가 뼈와 대화하는 걸 보여 드릴까요?”

처음에는 황당하고 엉뚱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따라가고 싶어진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존재의 목소리를 대신 전해준다는 설정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묘하게 흐려놓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죽음을 지나치게 무겁게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죽음을 생각할 때 흔히 슬픔과 상실을 먼저 떠올린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으면 그 빈자리를 받아들이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책 속 뼈들은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은 존재에게도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부여하는 순간, 죽음은 완전히 닫힌 세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세계와 이어진 어떤 장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들려오는 말은 더욱 의외다.
🔖“슬퍼지는 걸 조심해야 해! 신나게 놀아야 여기 남을 수 있지.”

죽음 이후의 세계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죽은 존재를 추모하는 방식이 슬픔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떠난 존재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슬픔만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 속의 웃음과 장난과 온기까지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사랑했던 존재에게 정말 바라는 것도 그것일 것이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

확인할 수 없는 세계이기에 오히려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상이 때로는 남겨진 사람에게 살아갈 힘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남겨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처럼 읽혔다.

떠난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존재가 남긴 기억은 분명히 우리 안에 남아 있다. 죽음으로 한 존재의 시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다른 형태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특히 오래 생각하게 된 문장은 이것이었다.

🔖“모른다는 것에 이렇게 안도하기는 처음이다. 조금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이 세계가 처음으로 마음에 들었다.”

평소라면 ‘모른다’는 것은 불안한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람은 알고 싶어 하고, 설명하고 싶어 하고, 확실한 답을 얻고 싶어 한다.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죽은 존재는 어디에 있는지, 다시 만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모르는 상태에서 오히려 위로를 발견한다.

모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희망할 수도 있다.

죽은 고양이가 어딘가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먼저 떠난 사람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여전히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는 것. 그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상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사람에게는 그런 상상 자체가 애도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책 속 ‘뼈’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뼈는 한때 살아 있던 존재가 남긴 흔적이다. 생명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물질이며, 한때 존재했던 시간을 증명하는 작은 증거이기도 하다.
바닷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뼈 하나가 낯선 물체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를 품은 존재가 되는 순간, 평범한 풍경 역시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실제로 뼈와 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책의 매력은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굳이 하나로 결정하지 않는 데 있다고 느꼈다.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질문보다
‘만약 그렇다면 어떨까?’라고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상상은 결국 읽는 이의 마음을 향한다.

죽은 존재에게 말을 걸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존재를 그리워하는 자신의 마음과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특히 반려동물이나 가족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존재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떠난 뒤에도 습관처럼 이름을 부르고, 익숙한 자리를 바라보고, 함께 걷던 길을 지나며 잠시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상대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살아 있는 그 존재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억은 죽음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또 하나의 생명인지도 모르겠다.

작가 후기에서 “먼저 말을 건넨 건 그녀지만 어느 순간 깨닫고 보니 우리는 술에 취하듯 재잘거리고 있었다.”라는 대목도 이 책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흥미롭게 다가왔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작은 행동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누군가 먼저 말을 거는 데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존재 사이에 말이 오가는 동안, 고립되어 있던 존재들이 연결된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외로움’과도 이어지는 것 같다.

🔖“살았든 죽었든 외로움이 문제예요.”

이 문장은 죽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말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살아 있으면서도 외로울 수 있다.
많은 사람 속에 있어도 아무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건넬 수 없다면 외롭다. 반대로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건넨 말을 받아준다면 아주 짧은 만남이라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 책에서 ‘대화’는 존재와 존재를 연결하는 방법처럼 느껴진다.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뼈에게 말을 걸고,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목소리를 상상하고,
끝났다고 생각했던 관계를 기억 속에서 다시 이어보는 것.

그 과정에서 죽음을 조금 덜 무서운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었는데, 지금 살아 있는 시간을 더 생각하게 된다.

아홉 달의 외출, 밤의 도로, 춤이라는 목차 역시 평범한 이야기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의 ‘춤’이라는 단어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춤으로 끝난다는 것은 묘하면서도 아름답다.
죽음을 정지와 끝으로만 바라본다면 춤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 것이다.
하지만 삶과 죽음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진 것이라면, 춤은 그 사이를 오가는 움직임처럼 느껴진다.

멈춰 있는 뼈에서 움직임을 상상하게 하고,
사라진 존재를 통해 생생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이 《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가 가진 독특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살아 있는 존재들과 얼마나 잘 대화하고 있는가.'

모습의 글과 그림이 만나는 지점도 그래서 궁금해진다.
글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면, 그림은 그 빈 공간에 또 다른 장면을 만들어낼 것이다.

작가 후기에서 말하듯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이상한 아이들’을 찾아보는 재미 역시 글로만 읽었을 때보다 실제 책을 펼쳤을 때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남은 것은 그리움에 대한 조금 이상하고도 따뜻한 감각이다. 사랑했던 존재는 떠났지만, 그 존재와 함께했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에서 발견한 작은 뼈 하나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사람이 지나온 수많은 기억들 역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떠나간 존재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책'으로 기억하고 싶다.

사람은 끝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
그것이 때로는 무섭지만,
다행이고, 다정한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

한동안 바닷가에 남겨진 작은 뼈 하나 머릿속에 되새겨보게 될 것 같다.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는 여기 살아 있는 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닐까.

《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는 그렇게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 슬픔과 유머 사이를 조용히 걸어간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풍경 속에서도 문득 무언가 말을 걸어오는 듯한 순간을 만나게 된다.

모른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할 필요는 없다는 것.
알 수 없는 세계가 있기에 상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랑했던 존재는 사라져도 그 존재를 향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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