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8월
평점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_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부터 떠올리게 된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가 좁혀지고, 단서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긴장감과 서늘함이 따라붙는다. 특히 본격 미스터리라면 복잡한 트릭과 치밀한 논리, 마지막 순간에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쾌감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데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1, 2권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독자를 사건 속으로 끌어들인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야기 전체의 공기를 지나치게 어둡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물들이 주고받는 말과 행동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고, 그 웃음 사이사이에 미스터리의 단서를 심어 놓는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는 재미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데만 있지 않고, ‘이 사람들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인물들의 관계와 대화를 지켜보는 것 역시 중요한 즐거움이었다.
특히 이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호쇼 레이코와 가게야마의 관계다.
재벌가의 외동딸이라는 특별한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숨긴 채 형사로 살아가는 레이코는 정의감도 있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욕도 강하다. 하지만 완벽한 천재형 주인공은 아니다. 허술한 부분도 있고 쉽게 흥분하기도 하며, 가게야마의 말 한마디에 발끈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반면 집사 가게야마는 지나치게 냉정하고, 지나치게 똑똑하며, 지나치게 솔직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나침’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재미있게 만든다.
가게야마는 레이코를 도와주는 조력자이면서 동시에 그녀의 자존심을 가장 자주 건드리는 인물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레이코가 나름대로 진지하게 내놓은 추리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조롱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두 사람 사이에 오랫동안 쌓여온 익숙함과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문장은 이 관계를 아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가씨, 부디 부탁드립니다. 잠꼬대는 주무시고 계실 때 해주시겠습니까?”
이 문장만 보면 상당히 무례한 말인데, 이상하게도 이 시리즈에서는 웃음이 난다. 가게야마의 독설은 레이코를 무너뜨리기 위한 공격이라기보다 두 사람 사이에서 반복되는 하나의 ‘대화 방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레이코가 절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게야마, 혹시 당신, 정중하게 말하기만 하면 무슨 폭언이라도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경어로 해도 반말로 해도 ‘하시지요’를 붙여도 폭언은 폭언이라고!”
이 장면에서는 사건보다 두 사람의 말싸움 자체가 하나의 작은 코미디처럼 작동한다. 추리소설에서 사건 해결을 위한 대화가 이렇게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들보다, 사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더 궁금해진다
1, 2권에는 각각 다섯 개의 사건이 등장한다. 살인, 교살, 추락사, 밀실, 변사 등 사건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각각의 사건을 관통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과 관계다.
누군가는 돈 때문에 움직이고, 누군가는 원한 때문에 움직이며,
또 누군가는 자신의 욕심이나 체면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래서 사건의 트릭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에 닿게 된다.
🤔사람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거짓말할 수 있을까?
본격 미스터리에서 트릭은 단순한 퍼즐이 아니며, 누군가가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이유나 욕망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작품 역시 복잡한 사건을 지나치게 비극적인 정조로 끌고 가지 않으면서도, 그 이면에 있는 인간의 이기심과 관계의 균열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볍게 읽히는 추리소설’이면서도 웃으며 읽었던 장면 뒤에 살인의 이유가 남고, 우스꽝스럽게 보였던 인물의 행동 뒤에 인간적인 욕망이 숨어 있다.
___
2권에서는 새로운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리듬이 더 재미있다.
2권까지 읽으면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새롭게 합류한 와카미야 아이리다.
레이코와 가게야마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관계에 아이리가 들어오면서 이야기의 리듬이 달라진다. 여기에 가자마쓰리 경부까지 더해지면서 네 사람의 조합은 상당히 독특해진다.
레이코가 버럭하고, 가게야마가 독설을 던지고, 가자마쓰리가 엉뚱한 추리를 하고, 아이리가 예상 밖의 반응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 조합의 장점은 누구 한 명이 모든 장면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인물들이 같은 사건을 바라보면서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이고, 그 차이가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들어낸다.
특히 가자마쓰리 경부의 허술함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는 방해가 될 때도 있지만, 묘한 긴장 완화 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가 등장하면 ‘이번에는 또 어떤 엉뚱한 추리를 할까?’라는 기대가 생긴다.
반대로 가게야마가 등장하면 ‘이번에는 레이코에게 어떤 독설을 날릴까?’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 시리즈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뿐 아니라 다음에 누가 어떤 말을 할지도 궁금해진다. 이것이 캐릭터 중심의 미스터리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웃음은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래 끌고 간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유머와 추리의 공존’이다.
보통 살인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에서 지나친 유머는 긴장감을 깨뜨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에서는 유머가 사건과 별개의 요소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물의 성격에서 웃음이 나오고, 그 인물들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웃음이 나오며,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사건을 계속 따라가게 된다.
그래서 무거운 미스터리를 읽을 때처럼 긴장해서 단서를 하나하나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사건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이 균형이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특히 가게야마의 말투는 이 작품의 유머를 대표한다.
🔖“그렇습니다만, 아가씨....... 지나치게 멋진 생각은, 유감스럽게도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말 자체만 놓고 보면 상당히 독하다. 하지만 이런 말투가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가게야마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미가 된다.
그리고 그의 독설이 실제로 사건의 핵심을 찌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가 레이코의 추리를 반박할 때마다 ‘이번에도 가게야마가 맞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레이코가 이번에는 제대로 한 방 먹여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라는 제목을 떠올리면 작품의 분위기가 더욱 잘 이해된다. 이 책은 독자를 극도의 공포나 긴장 상태로 몰아붙이는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제목처럼 정말 ‘저녁 식사 후’에 읽고 싶은, 하루의 일을 마치고 편안하게 앉아 한 편씩 읽기 좋은 이야기였다.
한 사건이 끝나면 다음 사건으로 넘어갈 수 있고, 각 에피소드가 비교적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긴 호흡의 복잡한 서사를 따라가야 하는 부담도 적었다. 그러면서도 사건의 중심에는 분명한 수수께끼가 있다.
‘누가 범인인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가?’
‘왜 이런 방법을 사용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순간에는 사건의 트릭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그 사건을 만들어낸 인간의 욕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사람들의 말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게야마의 독설과 레이코의 발끈하는 반응, 가자마쓰리의 자신만만하면서도 어딘가 허술한 태도, 아이리의 엉뚱한 분위기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히 다음 문장은 이 작품의 유머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가게야마라는 인물의 성격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좀도둑이라고?! 그렇다면 큰일이네, 바로 경찰을 불러줘.”
“아가씨, 자신의 직업을 잊으셨습니까?”
읽으면서 웃음이 나지만, 동시에 레이코라는 인물이 얼마나 자기 주변의 일상과 직업을 자연스럽게 오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다.
🔖“어쨌든 현재 레이코는 별일 없이 형사과에 계속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경찰로서 좀 생각해볼 문제 아닐까? 너무 눈치가 없는 거 아냐?”
이 문장은 작품의 서술 방식 자체가 얼마나 유쾌한지를 보여준다.
사건을 설명하다가 갑자기 독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한마디를 던진다. 진지한 설명과 장난스러운 시선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2권에서 만난 이 대화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저기, 그거 알아, 가게야마? 현직 형사는 말이지, 소형 크루저 정도라면 선박 면허 없이 운전해도 도로교통법에 안 걸린다는 거.”
“그야 뭐, 도로교통법에는 걸리지 않겠지요.”
이 장면이 재미있는 이유는 말의 논리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그 논리가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웃음이 난다.
이런 식의 언어적 유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살인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임에도 독자는 지나치게 무거운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가볍게 읽힌다고 해서 가벼운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이 시리즈가 가진 장점을 놓치게 된다.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욕망과 관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향한 질투, 돈을 둘러싼 갈등, 사회적 위치에 대한 욕망, 자신의 체면을 지키려는 마음, 오래된 원한과 오해.
사건마다 구체적인 모습은 다르지만 그 바탕에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웃음 속에 인간의 어두운 면을 슬쩍 보여준다.
바로 그 점이 좋았다.
‘이렇게까지 심각한 사건을 이렇게 웃기게 풀어도 괜찮을까?’ 싶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오히려 그 가벼움 덕분에 사건의 구조와 인간관계를 더 편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1권과 2권을 함께 읽고 나니 작품의 진짜 매력은 사건 하나하나보다는 네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의 변화와 호흡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레이코에게 가게야마는 없어서는 안 될 조력자이지만 동시에 가장 얄미운 존재이고, 가자마쓰리는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할 수 없지만 믿고 따라가기에는 불안한 인물이다. 여기에 아이리가 합류하면서 기존의 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생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네 사람은 서로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사건 앞에서는 하나의 팀처럼 움직인다.
아마 이 ‘불협화음 속의 조화’가 이 시리즈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핵심이 아닐까 싶다.
모든 미스터리가 반드시 어둡고 진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하루의 긴장을 조금 내려놓고 한 편의 사건과 몇 번의 웃음을 즐기는 것.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사건의 진실을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것.
웃음과 수수께끼, 독설과 추리가 절묘하게 한자리에 모인
《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티격태격하던 네 사람의 목소리가 궁금해진다면,
다음 저녁 식사 후에도 자연스럽게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펼쳐보게 될 것 같다.
-
#신수수께끼풀이는저녁식사후에
#신수께끼풀이는저녁식사후에2
#히가시가와도쿠야 #아르테
#소설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신간 #신간도서
#일본소설 #장르소설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책추천 #책소개 #도서리뷰 #책리뷰 #추천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