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금동대향로 ㅣ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8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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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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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 바라볼 때 흔히 ‘무엇인지’를 먼저 알고 싶어 한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정답을 알게 되면 비로소 그 유물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백제금동대향로는 조금 다르다.

1993년 부여 능산리에서 발견된 이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보로 자리 잡았지만, 천오백 년 가까운 시간을 견뎌온 이 거대한 향로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는지, 그 안에 새겨진 수많은 인물과 동물, 산과 물은 무엇을 상징하는지에 대해서도 하나의 해석으로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더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 작은 금속 세계 안에 백제 사람들은 무엇을 담아내고 싶었던 것일까.

황윤 작가의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금동대향로》는 바로 그 질문을 따라 부여 곳곳을 여행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향로 하나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수미산 세계관, 도교의 신선사상, 유교적 정치 질서, 백제 왕실의 역사와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읽다 보면 백제금동대향로가 당시 백제 사람들이 바라보았던 세계를 압축해놓은 하나의 우주처럼 느껴진다.


백제금동대향로를 처음 떠올리면 가장 먼저 아름다운 외형이 생각난다.

아래에는 용이 있고, 그 위에는 산과 나무, 동물과 사람들이 가득하며, 꼭대기에는 날개를 활짝 편 금시조가 자리한다. 높이 약 62cm, 무게 약 12kg에 이르는 거대한 향로이니 실제로 마주한다면 그 존재감이 상당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외관상의 아름다움에서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다.

산은 왜 있는 것인지, 물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동물들은 왜 그곳에 있는지,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나씩 질문한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도교·불교·유교라는 서로 다른 사상적 틀이 하나의 작품 안에서 겹쳐 읽힐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도교의 신선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산과 자연의 표현이 있는가 하면, 불교의 수미산 세계관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요소가 보이고, 왕권과 국가 질서의 측면에서는 유교적 의미까지 연결된다.

어느 하나를 선택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하기보다 서로 다른 가능성을 비교해보는 과정 자체가 이 책의 매력이다.

이것이 백제금동대향로를 이해하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우리는 종교와 철학을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하지만, 백제라는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게는 불교와 도교, 유교가 지금처럼 완전히 분리된 세계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나의 국가 안에서 정치와 종교, 철학과 예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고, 그 복합적인 사고방식이 하나의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향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하나의 유물에 하나의 의미만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현대인의 사고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흥미롭게 읽힌 부분은 불교의 전륜성왕과 백제금동대향로의 관계를 살펴보는 대목이었다.

전륜성왕은 무력보다 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이상적인 군주를 의미한다. 삼국시대의 왕들에게 이런 이상적인 군주의 이미지는 상당히 매력적인 정치적 상징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금시조가 품고 있는 여의주와 향로 아래쪽 용의 모습을 《경률이상》의 이야기와 연결해 바라본다.

특히 향로의 가장 위에 있는 금시조와 그 아래의 용을 바라보면서, 그동안 ‘멋진 장식’이라고만 생각했던 형상이 하나의 서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 속에서 저자가 향로를 바라보며 남긴,

🔖“부리 아래 동그란 물건이 바로 그것이다.”

라는 표현과 함께 금시조가 품은 여의주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문화재를 볼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도 ‘보이는 것’을 ‘의미’로 연결하는 일일 것이다.

눈앞에는 작은 구슬 하나가 있을 뿐인데, 그 안에 불교의 이상적인 군주와 왕권, 세계관까지 연결될 수 있다니.

그 순간부터 향로의 꼭대기에 있는 금시조는 단순하게 새가 아니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백제금동대향로와 성왕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백제 성왕은 백제의 수도를 사비로 옮기고 국호를 남부여로 바꾸는 등 백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왕이다. 한강 유역을 둘러싼 고구려·신라와의 경쟁 속에서 국가의 위상을 다시 세우려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에 맞이한 관산성 전투의 결과는 너무나 비극적이었다.
551년 백제와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라가 한강 하류를 차지하면서 나제동맹이 깨지고, 백제와 신라는 적이 되어 싸우게 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역사는 참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동맹도 국가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깨질 수 있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고, 한 번의 선택이 한 나라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책 속에서 저자가 남긴,

🔖“외교에 있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라는 문장은 이 대목을 읽고 난 뒤 오래 남았다.

천오백 년 전의 국제관계를 바라보면서도 지금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다.

역사는 과거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과 국가가 이해관계 속에서 선택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놀라울 만큼 현재와 닮아 있다.


성왕과 위덕왕의 시호를 불교와 유교의 양쪽에서 바라보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역사책에서 왕의 이름을 보면 그저 왕을 구분하기 위한 명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자의 의미와 당시의 사상적 배경까지 함께 살펴보면 이름 하나에도 정치적·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성왕을 전륜성왕과 연결하고, 위덕왕의 이름 역시 유교적 의미와 불교적 의미를 함께 살펴보는 방식은 ‘왕의 이름’이라는 아주 익숙한 대상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역사에서 이름은 이름만을 나타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시대 사람들이 왕에게 기대했던 이상, 왕 스스로 지향했던 정치적 이미지, 국가가 내세우고 싶었던 가치가 이름 속에 녹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사료의 한계 때문에 단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고고학과 역사학의 매력이 느껴진다.

남아 있는 기록만으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흔적을 통해 가능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복원하는 학문.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보여주는 고고학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견되기까지의 이야기였다.
백제가 멸망한 뒤 사찰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신라군이 주둔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한때 높은 위계를 가진 건물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 시간의 변화 속에서도 백제금동대향로는 땅속에 묻힌 채 살아남았다.
그리고 수백 년, 수천 년이 지난 뒤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책 속의 다음 문장이 참 인상적이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자신의 위치를 완벽하게 숨기고 있었다.”

이 표현이 참 절묘하게 느껴졌다.
물론 유물이 의지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문장 그대로 읽다 보면 마치 향로가 천오백 년 동안 자신의 시간을 지키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땅을 지나갔을 것이다.
백제 사람들도 있었고, 백제가 멸망한 뒤 그곳을 사용한 사람들도 있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장소의 존재조차 잊혔을 것이다.
그런데 향로는 그 모든 시간을 견뎠다.

그리고 1993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재를 볼 때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그 유물이 살아남은 시간 전체인지도 모른다.


《일상이 고고학》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고고학을 여행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박물관에 가서 유물 앞에 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유물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지, 당시 사람들은 어떤 세계를 상상했는지를 따라간다.

특히 백제금동대향로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부여의 박물관과 능산리사지, 왕궁터와 주변 유적까지 함께 살펴보는 방식이 좋았다.

하나의 유물을 이해하려면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시대를 이해해야 하고, 그 시대를 이해하려면 당시의 정치·사회·종교·문화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고고학은 사라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남겨진 흔적을 통해 듣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박물관에 가면 유물 앞에 붙어 있는 설명부터 읽게 된다.

제작 시기, 크기, 재질, 출토지.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음에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될 것 같다.

‘당시 사람들은 이 작품을 바라보며 무엇을 떠올렸을까?’

문화유산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은 오래 바라보면서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백제금동대향로가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석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래서 오히려 매력적이다. 모든 비밀이 밝혀진 유물이라면 우리는 이미 정해진 설명을 읽고 돌아오면 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직접 상상하고 질문할 여지가 남는다.


천오백 년 전 백제가 남긴 것은 향로가 아니라 ‘세계’였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백제금동대향로의 아름다움보다 그 안에 담긴 복합적인 세계관이 오래 생각에 머물렀다.

산과 물, 사람과 동물, 용과 금시조.
불교의 수미산과 전륜성왕.
도교의 신선 세계.
유교적 왕권과 국가 질서.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향로 안에서 서로 만나고 있다.

백제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세련된 사상적·문화적 세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특히 백제의 대외 교류와 기술, 예술적 수준을 생각하면 ‘삼국시대’라는 한 단어로 그 시대를 뭉뚱그려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단순한 일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 사람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이상적인 왕은 어떤 존재였는지, 자연과 인간과 신성한 세계를 어떻게 연결했는지를 보여주는 사상적 지도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지도를 완벽하게 읽어내지 못한다는 사실마저도 이 유물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부여에 가게 된다면 국립부여박물관에 들러 향로를 천천히 바라보면서 용의 표정도 보고, 금시조가 품은 여의주도 살펴보고, 산과 나무 사이에 새겨진 사람과 동물들을 하나씩 찾아보고 싶다.

그리고 능산리사지와 왕궁터를 걸으며 이곳에서 실제로 살아갔던 백제 사람들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천오백 년 전 만들어진 향로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오래 생각해보고 싶다.


백제금동대향로는 과거에 만들어진 유물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마다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현재진행형의 문화유산이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금동대향로》는 화려한 금빛보다, 천오백 년의 시간을 견뎌낸 그 작은 세계 안에 담긴 백제인의 생각과 꿈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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