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
신도 후유키 지음, 장하나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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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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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나는 아직 그 길을 쉽게 지나가지 못한다.

함께 산책하던 공원.
매일처럼 같이 걷고, 냄새를 맡고, 잠시 쉬어가던 익숙한 길.
이제는 버스를 타고 지나가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일부러 기억하려고 한 것도 아닌데 창밖으로 그 풍경이 스쳐 지나가면
그 아이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너무 생생하게 떠오른다.
‘여기서 같이 걸었었지.’
‘이 길을 참 좋아했었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2년 전의 일이 어제 있었던 것처럼 가슴 한쪽이 아파온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슬픔도 언젠가는 희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반려동물을 잃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그 아이와 함께했던 것은 그저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매일 반복되던 산책, 밥을 먹는 모습, 나를 바라보던 눈빛,
집 안에서 타닥타닥 탁탁탁 들리던 작은 발소리까지.
그 모든 평범한 순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기억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이 책은 나에게 사랑했던 존재가 떠난 뒤에도 그 사랑은 어디에 남아 있는가를 묻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떠나보낸 그 아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반려견과 함께 살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매일 밥을 주고, 산책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때로는 말썽을 부리는 모습을 보며 웃는다.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느껴지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주 귀한 시간이라는 것을 쉽게 잊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득 아이가 나보다 먼저 늙어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예전처럼 높이 뛰지 못하고, 산책 속도가 느려지고, 잠이 많아지고, 어느 날에는 병원이라는 단어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된다.

그때부터 ‘함께한다’는 말의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는 책장을 넘길수록 이 이야기가 사랑하는 존재를 만난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그 존재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처음의 미나미노는 사람보다 일이 중요하고, 효율과 이익을 우선하며,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우연히 파스텔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는 설정은 익숙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파스텔은 미나미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면서 마음을 열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저 곁에 있는다.

쫓아내려고 해도 다시 돌아오고, 마음을 닫은 사람에게도 변함없이 자신의 사랑을 건넨다. 인간이라면 관계를 계산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기도 하지만, 강아지의 사랑은 그런 계산과는 조금 다르다.

좋아서 좋아하고, 기다리고 싶어서 기다리고, 함께 있고 싶어서 곁에 있는다.
반려견에게서 가장 크게 위로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때때로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 왜 알아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관계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고, 상대의 마음을 의심하고, 사랑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는 그런 복잡한 계산이 상대적으로 적다.

오늘 함께 있고, 함께 밥을 먹고, 같이 산책을 하고, 서로를 바라봐 주는 것.
그 자체가 사랑이다.
그래서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유난히 힘든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가 삶의 어느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기 때문이다.

현관을 열었을 때 달려오던 발소리.
사료 그릇이 바닥에 닿는 소리.
잠들기 전 이불 속에서 느껴지던 작은 온기.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행동들이 갑자기 ‘추억’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보내는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가장 특별한 하루일 수 있다는 것.

책 속에는
🔖“개의 하루는 사람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일주일에 가까운 속도로 흘러간다”는 문장이 나온다.

정확한 시간의 환산을 말하는 문장이라기보다,
이 문장이 건네는 정서가 오래 남는다.

사람에게는 수많은 일정 중 하루일 뿐인 날이 강아지에게는
주인과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하루라는 것.

생각해 보면 자주 ‘나중에’를 말한다.

나중에 산책 많이 해줘야지.
주말에 더 오래 놀아줘야지.
시간이 좀 생기면 여행도 같이 가야지.
사진도 더 많이 찍어야지.

그런데 반려견에게 ‘나중’이라는 개념은 사람만큼 길지 않다.
그래서 이 문장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에게 하나의 질문처럼 다가온다.

‘나는 지금 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을까?’

책 속 또 다른 문장인
🔖“지금 어떤 길을 걷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잠깐 쉬어가는 것도 괜찮아요." 라는 말도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읽히지만,
미나미노와 파스텔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이 문장이 조금 더 넓게 다가온다.

반려동물은 자꾸만 현재를 보여준다.
산책을 하다가 냄새 하나에 멈춰 서고, 햇볕이 좋은 곳에 누워 한참을 쉬고, 별것 아닌 장난감 하나에도 신나 한다.
그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 함께 있었느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너무 빨리 지나가느라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사랑하는 존재와 보내는 시간을 뒤로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이별’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이 온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아이를 가족으로 맞이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처음부터 이별의 가능성을 알고도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펫로스가 그렇게 깊은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겨우 강아지 한 마리’가 아니다.
함께 잠들고 함께 일어나며 하루의 일상을 공유했던 가족 한 명을 잃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무지개다리’라는 공간도 남겨진 사람이 사랑했던 존재를 마음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위로의 장소처럼 느껴진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는 누구도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함께했던 존재는 사라져도 그 존재와 함께한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함께 걷던 길도,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던 얼굴도, 무릎 위에 올라오던 순간도, 아플 때 걱정했던 마음도 모두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죽음으로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어 계속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인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가 슬프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떠났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로 이별을 다시 바라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별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반려동물이 떠난 뒤에는 집 안에 남은 물건을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 수 있고, 습관처럼 이름을 부르다가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현실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기다림’은 남겨진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함께했던 사랑을 계속 품고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는 충분히 따뜻한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그리고 그 존재가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처음에는 미나미노가 파스텔을 돌보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반대로 느껴진다.

파스텔이 미나미노를 돌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먹이고 씻기고 산책시키는 것은 인간이지만,
마음을 열게 하고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때로 동물일 수 있다.

반려동물은 그저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가족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반복되는 기다림이 어느 순간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이야기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지금도 생각합니다. 그때 그게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에게 묻게 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때 조금 더 안아줄걸. 조금 더 같이 있어줄걸.
병원에 한 번 더 데려갈걸. 그 말을 하지 말걸. 그 선택을 하지 말걸.
이런 후회는 사랑했던 사람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다시 고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곁에 있는 존재에게 더 많이 마음을 건네는 일일 것이다.

책 속 첫 번째 장면에서 느껴지는
🔖“언제나처럼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앉았다”로 시작해
“우리 둘만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장면도 그런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햇살이 내려앉고, 바람이 불고, 음악이 들리고, 곁에 사랑하는 존재가 있는 순간.

행복이라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평범한 장면이
가장 그리운 기억이 되는 것.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 곁에 있는 반려견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되고, 이름을 한 번 더 불러주고 싶어진다.

평소라면 귀찮다고 생각했을 행동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산책을 조금 더 천천히 해볼까.
오늘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이를 조금 더 바라봐줄까.
잠들기 전에 한 번 더 쓰다듬어줄까.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가 읽는 이에게 남기는 것은 이별이 언젠가는 찾아오기 때문에 지금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는 힘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서로에게 건넨 사랑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반려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함께 있는 동안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알려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반대로 반려견에게 받는 가장 큰 선물은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는 것. 아무 조건 없이 반겨주는 것.
힘들 때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것.
그리고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것.


사랑하는 존재가 내 곁에 있는 지금, 그 시간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무지개다리’라는 말보다 ‘오늘’이라는 단어가 더 마음에 남는다.
그러니 오늘의 산책 한 번, 오늘의 눈맞춤 한 번, 오늘의 쓰다듬 한 번이
훗날 가장 그리운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떠난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는 사랑이 아니라,
곁에 있을 때 충분히 바라보고 충분히 사랑하는 것.

한동안 마음속에서 파스텔의 발걸음이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그 발걸음 소리 끝에서 문득, 곁에 있는 작은 생명을 바라보게 된다.

‘오늘도 함께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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