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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염증
김슬기 지음 / 서사원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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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아침에는 밥을 먹고, 통곡물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고, 식물성 기름은 동물성 지방보다 건강하다고 믿는다. 고기는 적당히 먹어야 하고, 채소는 많이 먹을수록 좋으며, 칼로리는 줄이는 것이 건강을 위한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그런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이 책의 큰 의미는 특정한 식단을 권하는 데만 있지 않은 것 같다.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던 음식에 대한 믿음을 한 번쯤 멈춰 세운다는 데 있다.
책은 인슐린 저항성, 염증, 지방, 탄수화물, 곡물, 육류, 식물성 단백질, 가공식품 등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면서 현대인의 식생활을 다시 바라본다. 특히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오랜 식단 연구를 바탕으로 저탄고지와 키토제닉 식단, 더 나아가 육식에 가까운 식단에 대해 강하게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인상적인 것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보다 ‘왜 그것을 건강하다고 믿어 왔는가’를 묻는 것이였다.
책에서 특히 놀라웠던 점은 탄수화물과 곡물, 식물성 기름이다.
저자는 쌀과 빵, 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탄수화물이 혈당과 인슐린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통곡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건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인에게 쌀밥은 탄수화물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밥을 먹어야 제대로 먹었다고 느끼고, 고기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마지막에 밥 한 공기를 먹어야 식사가 끝난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런 익숙한 식문화에 책은 의문을 품게 한다.
🤔“밥을 먹어야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것과, 몸에 정말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했다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
책에서 또 하나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은 지방에 대한 시선의 전환이다.
오랫동안 ‘동물성 지방은 나쁘고 식물성 지방은 좋다’는 식으로 구분해 온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식탁 위의 염증》은 이러한 이분법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책에서는 염증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보지 않는다.
상처가 났을 때 붓고 열이 나고 통증이 생기는 것처럼 염증은 본래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정상적인 면역 반응이기도 하다. 문제는 필요한 순간의 염증 반응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되는 염증과 대사적 문제가 건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건강을 ‘어떤 병이 생겼느냐’만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몸의 균형이 오랫동안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관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책 제목인 《식탁 위의 염증》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병원에서 병명을 진단받은 뒤에야 건강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매일 반복되는 식사부터 돌아보자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을 먹어라’라는 단정적인 답이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너무 쉽게 믿어 온 식생활의 기준을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의 육류에 대한 시선도 새로웠다. 고기를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면서 자신의 몸 상태가 달라졌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동물성 단백질의 아미노산 구성과 영양소의 이용 가능성을 강조한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단백질을 ‘몇 g 들어 있는가’만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이었다. 음식에 단백질이 들어 있다는 것과 몸이 그 단백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는 완전히 같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평소 단백질 섭취를 생각할 때 ‘함량’만 바라보았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중요한 것은 육식이냐 채식이냐를 편 가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먹는 음식의 영양적 질과 양, 그리고 전체 식단의 균형을 살펴보는 것이 아닐까.
책의 프롤로그에서 선사시대 인간의 식생활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특히 인간의 식생활을 현대의 영양 기준만으로 바라보지 않고, 인류가 오랜 시간 어떤 음식을 섭취해 왔는지를 통해 현재의 식단을 바라보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식생활이 정말 인간의 몸에 가장 적합한 것인지, 아니면 현대의 산업과 생활방식이 만들어낸 결과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이 내게 남긴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확인해 보는 습관’이었다.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수많은 제품들.
‘저지방’, ‘통곡물’, ‘무설탕’, ‘식물성’, ‘건강한 지방’ 같은 단어들.
이런 단어를 보는 순간 제품의 실제 성분을 자세히 살펴보기보다 이미 건강하다고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뒤 마트에서 식품을 고를 때도 조금 더 원재료표를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얼마나 가공되었는지,
내가 왜 이것을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어쩌면 건강을 위한 첫 번째 변화는 지금까지 아무 의심 없이 먹어 온 음식을 다시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건강을 다른 사람이 대신 책임져 줄 수 없는 영역이라고 이야기한다.
🔖“건강은 남이 대신 책임져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이라는 대목은 책 전체의 내용을 의미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이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았던 이유는 건강을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과 스스로 공부하고 선택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사는 치료를 도울 수 있고, 영양 전문가는 식단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고,
연구자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무엇을 먹을지는 내가 결정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나는 지금까지 내 식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문장은 책에서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물론 몸의 증상만으로 질병의 원인을 스스로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피로하거나 소화가 불편하거나 반복적으로 몸의 이상 신호가 나타날 때 그것을 참고 넘기지 않고,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정말 건강한 음식일까?’
‘나는 왜 이것을 건강하다고 믿고 있을까?’
‘전문가의 말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검증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레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건강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어제는 좋은 음식이었던 것이 오늘은 나쁜 음식이 되고, 누군가는 탄수화물을 줄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지방을 줄이라고 한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이 책에서와 같이 근거를 확인하고, 여러 관점을 비교하고, 나에게 적용할 때는 신중하게 판단하는 태도일 것이다.
지금까지 건강을 위해 먹고 있었을까,
아니면 ‘건강하다고 알려진 것’을 먹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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