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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 - 일상의 사소한 기쁨을 선택하는 태도에 관하여
정지우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8월
평점 :
🔻이 게시물은 #포레스트출판사 (@forest.kr_ )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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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행복해지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조금만 더 형편이 나아지면, 지금의 걱정이 해결되면, 원하는 것을 이루면 그때는 비로소 마음 편히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행복을 미래의 어느 지점에 가져다 놓고 지금의 삶은 잠시 견뎌야 하는 시간처럼 여기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정말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가.
하나의 목표에 도착하면 그곳에 영원히 머물 수 있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불안이 지나가면 또 다른 불안이 찾아오고, 하나의 욕망을 채우면 또 다른 욕망이 생긴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 중 하나는 불행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불행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행복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행복을 불행의 반대편에 세워두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동안 불안도 생기고, 관계에서 상처도 받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생긴다. 아무리 노력해도 걱정거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을 전부 제거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목표일지도 모른다.
책에서 말하는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행이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되, 그것이 내 삶의 전부가 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 것에 가깝다.
책 속에서 저자는 🔖“오늘의 문제는 그저 오늘의 문제로 남겨두고 잊어버리는 일이 때로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늘 생긴 하나의 문제를 너무 쉽게 인생 전체의 문제로 확대한다. 누군가에게 들은 한마디가 하루를 망치고, 하루의 실패가 일주일의 기분을 끌어내리고,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힘든 일이 있었다는 사실과 내 인생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오늘은 오늘의 문제만큼만 힘들어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
오늘의 실패에 내일의 실패까지 미리 끌어다 놓지 않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불행까지 현재의 마음속에 들여놓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은 조금 덜 무거워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표현은 ‘나와 가장 사이좋은 불행을 찾아서’였다.
저자는 모든 불행을 제거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차라리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불행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생각한다.
🔖“나와 가장 사이좋은 불행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준다.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행복만 선택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선택하면 그에 따르는 피로를 감수해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면 상처받을 가능성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가족을 선택하면 책임이 생기고, 자유를 선택하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불행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완벽한 삶’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던 마음에도 제동을 건다.
책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외로 냉정한 시선을 보여준다.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더 좋은 선택이 있을 수 있고, 지금보다 훨씬 근사한 삶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오히려 현재의 삶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할 수 있다.
🔖“무한한 가능성에 사로잡히면 사람은 그 무엇에도 만족할 수 없게 된다”는 문장은 요즘의 삶을 생각하게 했다.
지금은 선택지가 너무 많은 시대이다.
누군가의 여행을 보고 나면 내 여행이 부족해 보이고, 다른 사람의 직업과 삶을 보면 내가 선택한 길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인간관계, 더 나은 배우자, 더 멋진 삶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생각은 끝이 없다. 그런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살아가는 것과 하나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것은 어쩌면 반대 방향일지도 모른다.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동시에 다른 가능성들을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가진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삶이다’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의 삶에 마음을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고 있는 것이 내가 된다”라는 책의 한 문장도 깊이 생각하게 했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혹은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어떤 사람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미래의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오늘 반복하는 행동에 더 가까울 것이다.
매일 무엇을 보고, 누구와 이야기하고, 무엇에 시간을 쓰고, 무엇을 포기하는지가 나라는 사람의 모양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행복 역시 특별한 날에 갑자기 찾아오는 감정이라기보다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며 특히 좋았던 부분은 행복을 지나치게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이것이 내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하면서, 삶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랑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문장은 행복에 대한 꽤 현실적인 정의처럼 느껴졌다.
삶이 늘 사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사람에게 지치고, 내가 선택한 것까지 의심스럽다. 그런 날에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면 그것은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작은 이유라도 찾아내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산책을 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읽고, 누군가와 웃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선택한 오늘을 조금 더 괜찮은 하루로 만들어보는 것.
행복은 어쩌면 이런 사소한 선택들의 총합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책 속에 등장하는 ‘조금 지쳤나 보다’라는 말도 참 따뜻했다.🔖“조금 지쳤나 보구나”라는 말에는 상대의 잘못을 곧바로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바라보는 마음이 들어 있다.
사람은 늘 최상의 상태로 살아가지 않는다. 나도 지치고, 상대도 지치고, 그래서 평소와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때 ‘왜 저래?’라고 단정하는 대신 ‘조금 지쳤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수많은 관계가 조금은 덜 날카로워지지 않을까.
타인을 이해하는 일과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에게도 “오늘은 조금 지쳤나 보다”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오늘 내가 예민했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고, 오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삶 전체가 실패한 것도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를 살아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에게 벌을 줄 필요는 없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최고의 삶이 아니라 좋은 삶’이라는 방향은 그래서 더욱 오래 남는다. 우리는 자주 최고를 기준으로 삶을 평가한다.
최고의 직장, 최고의 성과, 최고의 집, 최고의 인간관계, 최고의 모습...
하지만 ‘최고’라는 기준은 끝이 없다. 누군가보다 앞서야 하고, 어제보다 더 나아야 하고, 계속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반면 좋은 삶에는 반드시 1등이 필요하지 않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때때로 웃고, 힘든 날에는 쉬고,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
어쩌면 그런 삶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불안이 없어야 행복한 것이 아니고, 문제가 해결되어야 웃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 걱정이 남아 있어도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고, 관계에 어려움이 있어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며, 미래가 불확실해도 오늘의 햇빛을 바라볼 수 있다.
삶은 완벽하게 정리된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어지러운 상태 그대로 계속 흘러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불행을 무시하라는 뜻으로 읽히지 않았다. 불행에게 내 삶 전체를 내어주지 말라는 말처럼 다가왔다.
힘든 일은 힘든 일로 인정하되, 그것이 나의 하루 전체가 되게 하지는 않는 것.
불안은 불안대로 존재하게 두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는 것.
상처가 있어도 관계를 이어가고, 실패가 있어도 다시 무언가를 시도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오늘의 삶을 조금씩 고쳐가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행복'이라는 단어가 조금 덜 거창해졌다.
행복은 어쩌면 인생이 완성된 뒤 받는 보상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견하고 선택하는 작은 순간들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을 조금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
오늘도 삶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내일도 걱정거리가 생길 것이고, 또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이렇게 말해도 좋겠다.
'오늘은 오늘의 문제까지만.'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작은 행복 하나쯤은 놓치지 말자고.
완벽해서 좋은 삶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데도 계속 사랑해보고 싶은 삶.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 충분함을 알아차리는 순간, 행복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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