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드 : 어느 위대한 콜리 이야기
앨버트 페이슨 테르훈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게시물은 키멜리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_

- "햇살 가득한 ‘그곳’의 넓은 들판을 누비던 래드의 당당한 발걸음은, 사랑하는 존재를 어떻게 대하고 지켜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앨버트 페이슨 테르훈의 《래드》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숭고한 가치를 던져준다. 100인간과 동물이 맺을 수 있는 영적 교감의 최상급 형태를 보여주며, 한 생명체가 지닐 수 있는 존엄함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1919년에 출간되어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를 이어 읽혀온 이 작품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작가 앨버트 페이슨 테르훈이 자신의 삶을 함께했던 실제 콜리 래드를 직접 관찰하며 쓴 실화에 기반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반려동물 관련 도서가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길들이기’나 ‘귀여움’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면, 《래드》는 동물의 독립된 주체성과 그들이 지닌 깊은 내면세계를 지극히 존중한다.

​본능에 솔직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도 절대 비굴해지지 않는 래드의 삶은 ‘동물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씁쓸한 비유를 떠올리게 할 만큼 진정 숭고하다. 특히 래드가 도그 쇼라는 인간들의 허영과 욕망이 몰린 무대에서 겪는 수난이나, 약한 존재들을 향한 끝없는 사랑을 베풀 때 보여주는 모습은 인간인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레이디는 래드에게 하루하루 행복을 주는 햇살 같았다... 이 레이디 없는 삶도 래드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레이디가 자기처럼 온 마음을 다 바치지 않을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네이브가 '그곳'에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야기의 문을 여는 이 첫 문장은 래드가 가진 사랑의 깊이를 단번에 느끼게 한다. 래드의 사랑은 온전하고 헌신적이었기에, 짝인 레이디가 새로 온 개에게 시선을 돌릴 때 느꼈을 아픔은 인간의 실연만큼이나 짙게 다가왔다. 삶을 지탱하던 햇살이 흔들리는 시련 속에서도 래드는 붕괴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다. 사랑하되 구걸하지 않는 고귀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깊게 몰입하게 되었던 지점은 ‘인간 중심적 사고’와 ‘동물의 고귀한 본성’ 사이의 대비이다. 사람들은 돈을 주고 동물을 입양하면 그 동물의 주인이 되었다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작가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허영을 꼬집으며, 돈으로 생명의 소유권을 살 수는 있지만, 영혼의 지지와 신뢰는 결코 재화로 거래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개라는 생명체에게 선택받는 구원의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돈만 있다면 누구라도 개를 사서 소유주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음식을 주며 공을 들인다고 해도 개가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로 개의 진정한 주인은 될 수 없다. 그리고 일단 주인으로 받아들여지면 개에게 그는 영원히 '신'으로 존재한다."

래드가 인간에게 바치는 헌신의 깊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에게 주인은 밥을 주는 존재만이 아니라 생사와 옳고 그름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존재이자 법이다. 하지만 인간은 과연 그 신성한 신뢰에 답할 자격이 있을까?

책 속 에피소드 중 도그 쇼는 인간의 소유욕과 허영이 동물의 고통 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개들이 올가미 목걸이를 착용해 목이 졸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게 만드는 현장이나, 사진 원판에서 목줄을 지워버리는 가식, 그리고 아름다움을 외형적으로 단장하기 위해 테리어의 털을 손으로 직접 뽑는 행위 등은 인간이 동물을 ‘사랑’한다는 명목하에 얼마나 가혹하게 통제하고 소유하려 하는지를 특히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강아지를 훈련하는 데는 시간, 인내, 단호함, 지혜, 감정 조절, 그리고 부드러움이 꼭 필요하다. 이 가운데 세 개만이라도 갖춘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래드는 개에 불과했지만, 이 여섯 가지를 모두 넘치게 갖추고 있었다."

새끼를 키우고 약한 존재를 다루는 래드의 지혜는 어설픈 인간 어른보다 훨씬 깊고 담대했다. 인내와 부드러움을 두루 갖추고 다른 존재를 포용할 줄 아는 래드의 모습에서, 인간이 오히려 동물에게 참된 성숙을 배워야 한다는 숙연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 구절은 비단 개를 키우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타인을 다루고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정작 사람조차 갖추기 힘든 여섯 가지 덕목(시간, 인내, 단호함, 지혜, 감정 조절, 부드러움)을 품고 어린 새끼와 약자들을 대하는 래드의 면모는, 성숙한 인격체로서의 귀감을 선사한다.

🔖"그 슬픔 속에 단 하나의 기쁨이 있었다. 자기가 뭔가를 해서 주인과 안주인이 자기를 아주,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던 것이다. 그들이 왜 그렇게 기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왜 고통스러운 도그 쇼 무대에 서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주인이 기뻐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슬픔을 견디며 자랑스러워하는 래드의 모습은 가슴을 릿하게 만든다.

주인을 절대적인 '신'이자 삶의 법으로 섬기는 래드의 헌신은, 동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는 수많은 인간들에게 깊은 자성(自省)을 요구한다. 또한 인간의 무지와 이기심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충직한 래드의 존엄성은, 도리어 '인간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숙연하게 되묻게 만든다.

🔖"시인이라면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이 고요한 야생을 고독과 엄숙한 평화가 깃든 성스러운 신전이라 단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래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었다. 표면 아래 감춰진 대자연은 절대로 고독하지 않으며, 절대로 평화롭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은 자연을 보며 낭만적인 감상에 젖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야생의 생명체는 매 순간 생존을 위한 치열한 도전을 이어간다. 인간의 관념적 시선을 뛰어넘어 대자연의 날것 그대로의 치열함을 본능으로 간파해 내는 래드의 영리함과 야성미가 돋보여 오래 기억에 남았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1918년 열여섯의 나이로 숲과 호수가 있던 ‘그곳’에서 삶을 마감한 짙은 갈색의 슬픈 눈망울을 한 래드의 모습이 아련하게 잔상으로 남는다. 폭력적인 개들의 전투나 시대적 한계가 드러나는 고전적인 훈육 방식이 일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어 아직도 눈시울을 적시는 까닭은 상처받고 배신당하면서도 끝까지 잃지 않았던 래드의 ‘흔들림 없는 존엄’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하얀 눈송이 아래 대자연이 살아 숨 쉬듯, 래드의 짙은 갈색 눈동자 속에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영혼의 깊이가 들어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며 사람에게 상처받고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한결같은 온기와 충직함으로 곁을 지켜주는 래드의 이야기는 마음 가장 깊은 곳을 울리는 따뜻하고도 경건한 위로로 남을 것이다.

🐕🐾반려견이 있는 사람으로서 개가 허락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그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겨본다. 강아지가 주인 곁을 영영 떠나게 되면 그 영혼의 무게는 '1그램'이라고 했다. 영혼의 무게만큼이나 여린 생명에게 '신'과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그 순수한 영혼과 헌신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무거운 약속임을 '래드'는 나지막이 전해주는 듯하다.

_

#래드 #앨버트페이슨테르훈 #키멜리움북스
#반려견도서 #강아지책 #감동소설 #청소년문학
#소설 #소설책 #소설책추천 #고전 #신간 #신간소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