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처럼 노래하라 - 물속 생명을 조율하는 소리,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아모리나 킹던 지음, 김지원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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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문학수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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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바다를 침묵의 공간으로 오해해 왔다.
프랑스의 해양 탐험가 쟈크 쿠스토가 바다를 ‘침묵의 세계(The Silent World)’라 칭했던 것처럼, 인간의 감각은 파도 밑에서 펼쳐지는 음향의 다채로움을 포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모리나 킹던의 《물고기처럼 노래하라》는 이러한 육지 중심적 통념을 깨부수며, 바다가 실상은 온갖 생명의 목소리로 가득 찬 거대한 교향곡의 현장임을 일깨워 준다.

인간의 귀는 스쿠버다이빙을 하거나 물속에 머리를 감았을 때 들려오는 것은 그저 먹먹한 이명(耳鳴)과 자신의 숨소리뿐인 것처럼 공기라는 매질 안에서 진동을 받아들이도록 진화했기에 물속에 들어서면 침묵을 경험한다.

하지만 물은 공기보다 입자가 조밀하여 소리를 약 4.5배나 더 빠르게, 그리고 멀리 전달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이 책을 접하며 가장 놀라웠던 대목은 소리가 해양 생물들의 생존과 진화 그 자체를 결정지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인간은 귀로 세상을 듣지만, 바닷속 생물들은 온몸으로 세상을 파동으로 감지한다. 물고기는 측선과 부레를 이용해 진동을 느끼고, 귀가 없는 산호초 유충이나 가재조차도 소리의 결을 따라 집을 찾거나 위협을 피한다.

특히 새벽과 황혼녘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물고기들의 집단 합창이나, 산호초가 자라나며 내는 소리가 어린 유충들을 안전한 서식지로 이끌어당긴다는 사실은 생명의 이색적이고도 치밀한 생존 전략을 보여준다.


현장 연구자인 콕스가 저자에게 전한 🔖“새가 물고기처럼 노래하는 겁니다”라는 말은 진화의 역사와 관점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육상 동물의 조상이 물속에서 먼저 소리로 소통하는 법을 익혔음을 떠올려 보면, 오늘날 우리가 들는 자연의 소리 역시 까마득한 수중 생태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책은 인간이 바다에 가하고 있는 음향적 침범을 냉철하게 고찰한다. 거대한 화물선의 엔진 소리, 지진파 탐사 에어건, 모터보트의 진동은 해양 생물들의 ‘청취 공간’과 ‘소통 공간’을 급격히 축소시키고 있다. 소리로 세상을 인지하고 먹이를 찾으며 짝을 만나는 존재들에게 인간의 소음은 시각 장애를 일으키는 짙은 안개이자, 일상을 무너뜨리는 폭력과 다름없다.

책 속에서 저자가 베스강을 따라 내려가며 묘사한 장면은 소음과 생명이 위태롭게 교차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모터 소리 사이로 들리는 🔖“첨치 특유의 두드리는 소리”와 🔖“두꺼비고기의 부드러운 ‘붑붑’ 하는 코러스”는 배들로 통로가 막힌 수로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는 생명체들의 눈물겨운 발버둥처럼 느껴진다.

또한 52헤르츠 고래의 이야기를 다룬 대목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금을 댄 다큐멘터리... BTS의 노래 〈Whalien 52〉”등을 언급하며 대중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한편, 소음으로 가득 찬 대양에서 고래들이 하루 24시간 내내 🔖“먼 엔진의 그르렁거리는 소리 속에서 헤엄을 친다”는 묘사는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또한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글레이셔만 국립공원에서 배가 사라지자 🔖“어미와 새끼 혹등고래가 서로 거리를 유지하고자 조그맣게 속삭이는 소리까지도 잡아낼 만큼 조용해졌다”는 대목은 씁쓸한 깨달음을 준다. 우리가 잠시 멈추었을 때 비로소 바다의 생명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인간의 소음이 그들의 친밀한 대화마저 얼마나 거칠게 짓밟아 왔는지 증명한다.

《물고기처럼 노래하라》를 읽고 난 뒤 파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다. 수면 아래에는 우리가 미처 듣지 못했을 뿐, 수많은 생명이 각자의 주파수로 삶을 노래하고 있었다. 저자의 지적처럼 인간은 기묘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고래와 바다로부터 분리해 왔다.

거대한 엔진 소음은 🔖“어부, 보트 타는 사람들, 다른 바다 여행자들이 파도 위에서나 선체를 통해 들었을 고래의 소리를 모조리 집어삼켰다”는 구절처럼, 소음은 바다 생물뿐만 아니라 인간 스스로도 자연의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격리해 버렸다.


지구라는 행성은 인간만의 무대가 아니다. 이제는 선박의 감속 운항이나 저소음 엔진 개발처럼, 바다의 진정한 주인들에게 조용한 터전을 돌려주기 위한 사려 깊은 노력이 필요하다. 푸른 파도 너머에서 들려오는 물속 생명체들의 조용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지구 생태계의 참된 이웃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한동안 물결 아래의 음향 세계가 귓가에 잔향처럼 남았다. 바닷가에 서서 파도를 바라볼 때, 이제 우리는 수면 위로 부서지는 하얀 거품만을 보지 않을 것이다. 그 수평선 너머,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속에서 수억 년 동안 이어져 온 나지막한 고래의 휘파람과 물고기들의 노래, 그리고 그 거대한 울림의 세계를 가만히 떠올려보게 될 것이다.

바다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들으려 하지 않았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부터 시작된다는 깊은 깨달음을 전해주는 책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해양생물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잊고 살았던 '듣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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