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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소 밀레르의 소설
마르소 밀레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6월
평점 :
🔻이 게시물은 밝은세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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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부를 판매한 소설가 마르소 밀레르는 누구인가?'
🔖"저주받은 배의 이름. 금지된 일탈을 모의했던 선장은 이제 사라졌다."
📌"진실을 외면한 삶은 자신을 가장 먼저 무너뜨린다."
누군가는 인간은 거대한 악을 저지르기보다 작은 거짓말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무너진다고 말한다.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도 바로 그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그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순간, 진실은 거짓으로 덧칠되고,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만들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이면서도, 인간이 자신의 양심을 외면하는 순간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소설처럼 느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보다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성공한 직업까지 갖춘 삶.
하지만 사람의 삶은 언제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평온해 보이는 얼굴 뒤에 가장 깊은 상처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가장 추악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대비는 인간의 내면 역시 그렇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름다운 자연이 오히려 인간의 욕망과 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특히 이 작품이 범인을 찾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고, '왜 그 선택을 했는가'를 끝없이 묻고 있는 점이 흥미를 더했다. 진실은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반드시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릴 힘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인상 깊었던 점은 화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 사라와 카렌, 그리고 마르소의 원고까지 이어지는 액자소설 형식이라는 점이다. 같은 사건도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진실처럼 보인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대를 이해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사실보다 믿고 싶은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그런 인간의 시선을 끝없이 흔든다.
🔖"50미터. 10미터. 암흑."
짧은 세 단어로 한 사람의 삶이 끝나는 순간을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내며 작품은 마르소 밀레르의 추락과 죽음에서 출발한다. 결말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오히려 모든 비밀의 시작이며, 그의 마지막을 따라가면서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는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나는 어느 순간 놓쳐버린 과거와의 연결 고리를 다시 찾아내야 한다."
사라가 사건의 실타레를 풀어내고자 하는 다짐에서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드는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오래된 일이라도 해결되지 않은 감정과 진실은 현재의 삶 속에서 계속 모습을 바꾸며 살아남는다. 언젠가 그 과거와 다시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진실은 모두 밝혀지는 게 좋을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 결코 밝힐 수 없을 만큼 파급력이 클 수도 있는 진실이라면 꽁꽁 싸매 묻어두는 게 바람직할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정의일 수도 있지만, 그 진실이 또 다른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을 읽으며 느낀 점은 거짓 위에 세워진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에는 평온할 수 있지만, 그 거짓은 결국 더 큰 비극이 되어 돌아온다.
🔖"마르소에게는 비밀이 있었고, 그를 신비로운 존재, 말수가 적고 가까이하기 힘든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사람의 성격조차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 속 상처가 만들어 낸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사람조차 그의 고통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은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또한,
🔖"단 한 번의 착오가 가져온 결과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다란 블랙홀을 만들어내고 있다."라는 문장에서는 인간의 선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절실히 느껴졌다. 처음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보다 감추려는 선택이 훨씬 큰 비극을 만든다는 사실은 현실에서도 자주 마주하는 모습이라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라가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진실을 찾기 시작하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슬픔보다도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충격이 더 크게 느껴졌다. 사랑도 우정도 신뢰 위에서 유지되는데,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삶 전체가 흔들린다는 사실이 절절하게 전해졌다.
🔖"그럼 나는 여태껏 아무것도 모르면서 당신과 한 이불을 덮고 살아온 거야?"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끝내 알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절규처럼 느껴졌다. 반대로 사라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서는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가 얼마나 큰 것인지도 함께 보여준다.
🔖"우리의 맑은 양심과 영혼을 외면하고 진실을 숨기는 행위는 상대를 죽이는 독약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반드시 칼이나 총만이 아니다. 침묵, 방관, 거짓말, 배신 역시 누군가의 삶을 서서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살아가며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잘못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것을 숨기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선택하는 순간이다. 한 번의 침묵은 또 다른 침묵을 낳고, 작은 거짓은 결국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세 개의 풍경, 세 개의 인생, 비밀을 간직하려다 오히려 뒤죽박죽 엉겨버린 세 개의 이야기."
끝내 모든 것을 잃어버린 비극.
한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끝내 말하지 못한 진실일 수도 있다는 것.
🔖"호수를 두르고 있는 산과 하늘, 레만호는 항상 거기에 있다."
아름다운 알프스와 레만호의 풍경은 끝까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 사람의 마음만은 끝내 그 아름다움을 닮지 못했다.
🔖"마르소는 ..... 원하던 뭔가를 찾아냈을까?"
결말에 다다른 순간, 마르소의 행동 하나하나를 되짚어 보게 된다. 진실은 늘 늦게 도착하는 법이지만, 그가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며 곱씹게 된다.
사람은 종종 자신이 본 것이 진실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각자의 조각난 진실만 보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범인이 누구였는지보다, 과연 진실 앞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사람인가'를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작품은 인간의 심리와 관계의 균열을 깊이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친구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배신과 거짓, 그리고 한 사람의 침묵이 얼마나 큰 비극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묵직하게 그려낸 작품이기에, 반전뿐 아니라 인간의 양심과 죄책감, 진실의 무게를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더욱 깊은 여운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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