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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무늬동물들 ㅣ 은행나무 시리즈 N° 21
하가람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6월
평점 :
🔻이 게시물은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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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시지만 오래 바라보면 눈물이 맺히는 빛.
그 빛 아래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함께 존재한다.
-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것은 행복했던 순간이었을까,
혹은 상실했던 순간이었을까'
돌이켜보면 가장 아팠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때 곁을 지켜준 사람들은 오래도록 내 삶의 무늬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외로움과 사랑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책을 읽기도 전에 뒤표지에 마음을 붙잡는 문장이 있다.
🔖"그리움은 허공을 껴안는 것. 이별은 눈 맞춤. 사랑은…… 햇빛무늬."
라는 문장이 그랬다.
짧은 문장 안에는 사람이 살아가며 마주하는 감정들이 모두 담겨 있는 듯했다.
그리움도, 이별도, 사랑도 삶을 통과하며 몸에 남는 하나의 무늬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앙금은 '호랑이'도, '햇빛무늬증후군'도 아니었다.
내 마음을 붙잡은 것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을 외로움의 시간이었다.
사람들 속에 있어도 혼자인 것 같았던 순간,
누군가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면서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기억.
《햇빛무늬동물들》은 연오와 웅이라는 두 존재를 통해
외로움이 어떻게 사랑으로, 그리고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사랑은 함께 있는 시간으로, 이별은 끝나는 순간으로 생각한다.
소설은 그 이후를 바라본다.
떠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의 시간,
사랑했던 기억보다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시간을 더 오래 응시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마음속에 느리게 스며드는 잔광처럼 다가온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곁에 머물러 주려는 마음,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이야말로
진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곁에서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있던 자리에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 아닐까.
살아가다 보면 문득 아무 이유 없이 어떤 계절이 떠오르고,
오래전 함께 걸었던 길이 생각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불러보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기도 전에 제목 속 '햇빛무늬'라는 단어에서
이미 오래 남는 그리움을 떠올렸다.
햇빛은 잠시 스쳐 지나가지만,
그 빛이 남긴 무늬는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빛이 무늬를 남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림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눈부심 뒤편에 드리워진 웅의 긴 그늘을, 나는 외면하고 있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밝은 모습은 쉽게 바라보지만, 그 사람이 품고 있는 긴 그림자는 미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도,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가장 깊은 외로움은 보지 못했던 경험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너는 호랑이. 사랑은 햇빛무늬."
사랑은 상대를 나와 같은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의미처럼 읽혔다. 그래서 햇빛무늬는 상처와 외로움까지 함께 품은 흔적처럼 다가왔다.
🔖"삶의 무수한 선택으로 바뀌는 건 너희 자신이 아니라 곁을 맴도는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이 얼마나 달라질지만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나를 가장 많이 바꾼 것은 선택 그 자체보다
그 선택 이후 곁에 남은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평생 남을 말을 남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오래 함께했지만 어느 순간 추억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간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문장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밝은 모습만 오래 기억하려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견뎌온 슬픔과 외로움, 말하지 못한 그림자까지
함께 바라볼 때 비로소 진짜 이해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빛과 그림자는 결코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리움은 허공을 껴안는 것"
그리움은 아무것도 없는 곳을 향해 손을 뻗는 일이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계속 그 자리를 향한다.
그래서 그리움은 슬프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가장 선명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상실을 품은 채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또 다른 만남을 통해 다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어쩌면 슬픔이란 것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견디는 사람이 생길 때
비로소 삶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햇빛무늬동물들》은
그 그림자를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구나 저마다의 무늬를 지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무늬를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나는 일,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했던 마음 하나,
외로운 사람의 손을 잡아주었던 하루,
그리고 헤어진 뒤에도 오래 기억하는 마음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 간다고.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햇빛보다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계절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 그림자가 있기에
언젠가 다시 찾아올 빛은 더욱 선명한 무늬를 남긴다.
아마 햇빛무늬란,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끝내 남게 되는 가장 따뜻한 흔적의 이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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