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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현유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6월
평점 :
🎈이 게시물은
#별정원 (@starry_garden_ ) 서점지기님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나무옆의자 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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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상처받은 사람들이여, 오라."
처음 이 문장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호기심이었다.
제목은 '공산당'이지만, 책소개를 읽을수록 이 작품이 말하려는 것은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돈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삶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공산당'이라는 단어는 독자의 선입견을 흔드는 장치일 뿐, 소설이 향하는 곳은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였다.
주인공 나눔은 투자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죽음까지 생각한다.
그런데 삶의 끝에서 그가 붙잡은 것은 거액의 돈도, 성공도 아닌 정체불명의 셰어하우스였다. 처음에는 간첩 신고 포상금만을 바라보며 들어간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그는 조금씩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유쾌하게 펼쳐지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중 어느 한쪽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돈이 인간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리는지, 그리고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어떻게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지를 보여준다. '공산당'이라는 이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현실적인 상처를 안고 있다.
용미의 분노는 과장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처럼 읽혔다.
🔖"여기 대한민국 자본주의 세상은 말이야, 아무리 용이어도 시궁창에서 태어났으면 바다를 맡기지 않거든."
출발선이 다른 현실, 노력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음속으로 되뇌었을 법한 말이다. 물론 현실은 사람마다 다르고, 모든 성공과 실패를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문장은 사회적 불평등을 체감하는 이들의 좌절감을 강하게 드러내며 오래 남는다.
🔖"돈이 많은 집에서 태어난, 골든 DNA를 가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예요."
이 고백은 같은 시간을 살아도 누군가는 훨씬 많은 기회를 가지고 출발한다는 현실을 깨달았을 때의 허탈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문장은 경쟁 사회에서 패배를 경험한 사람들의 감정을 상징하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다음 문장은 가장 따뜻했던 장면이다.
🔖“그게 우리가 추구하는 삶이니까. 감자 전분을 만들기 위해 씨 뿌리고, 정성들여 키워서, 재배하고, 찌고 삶고 으깨고 건조하고! 이왕 할 거 일인 일닭은 해야 되니까 달걀 열심히 부화시켜서, 매일 밥 주고, 물 주고..."
효율만 따진다면 너무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이었다. 돈으로 사 먹는 것보다 함께 땀 흘려 만든 것이 더 큰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 이 작품의 핵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지만, 동시에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새벽의 공기는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살아왔던 사람이 노동 자체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노동이 착취가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돈이 아닌 생활에서 느낀 행복. 그건 짧은 꿈이었다."
현실의 씁쓸함이 모두 담겨 있다.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다시 돈을 벌기 위해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한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는 제목 때문에 정치소설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블랙코미디 특유의 유쾌함과 현실 풍자가 적절히 어우러지고, 각 인물의 사연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전한다.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어딜 가나 불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난 돌. 공산당은 온통 그런 모난 돌들의 집합체였다."
사회는 둥근 돌만 원하지만,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사람들은 언제나 모난 돌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정말 돈 때문에 행복한 것일까,
아니면 행복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이 소설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일하고, 함께 웃는 순간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어쩌면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혁명'은 돈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웃으며 읽기 시작했지만, 남은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사람의 가치였다.
돈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 그리고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공동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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