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기 위해 눈을 뜹니다 - 나를 잃지 않는 태도에 관하여
정혜덕 지음 / 위더북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게시물은 두란노(@duranno_ )가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위더북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_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하루를 스스로 책임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하루를 버티는 일을 아주 평범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집을 정리하고, 가족을 돌보고, 자신의 일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치열한 생존이다.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가장 마지막에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를 돌보지 못하면 결국 아무도 오래 돌볼 수 없다는 사실.

《안녕하기 위해 눈을 뜹니다》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큰 용기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에세이처럼 느껴졌다. 책의 주인공은 엄마이자 아내이고, 생업 작가이며, 유방암을 겪은 환자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을 어느 하나의 역할로 정의하지 않는다. 가족을 돌보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병을 받아들이면서도 삶의 기쁨을 놓지 않으려 한다.

책에는 유방암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과정도 솔직하게 담겨 있다. 주변 사람들이 쉽게 건네는 말에 상처받는 마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위로는 상대의 상황을 모두 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음을 인정하고 곁에 머무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아픔을 과장하지도, 억지로 긍정하지도 않는 저자의 시선이 오히려 더 깊은 위로가 되었다.

작가는 유방암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삶을 비극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병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을 놓지 않고, 두려움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상의 가장 작은 행동들이 자신을 구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 마음에 남았다. 이처럼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험한 세상을 살면서 이라도 튼튼해야지. 뭐든 와작와작 깨물면서 나를 밟고 올라선 인간들을 잠시 씹기라도 해야지. 그러고는 다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기쁨에 집중해야지. 양치도 기쁨도 너의 몫이다."

처음에는 유쾌한 농담처럼 읽혔지만, 곱씹을수록 삶의 태도를 담은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사람에게 세상을 견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지키는 일도, 행복을 찾아가는 일도 내 몫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지기보다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만드는 말처럼 다가왔다.

🔖"사랑이 영원해? 사랑은 변하는 거 아니었나?"

현실적인 결혼 생활과 육아를 통과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솔직한 고백처럼 들렸다. 그럼에도 반지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위로받는 모습은 사랑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붙잡아 주는 작은 마음들이 이어질 때 계속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이상적인 사랑보다 현실을 통과한 사랑이 더 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나의 질병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알아가기로 결심한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질병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걱정이 늘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이든 알면 해결될 것 같지만, 때로는 알수록 불안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에서 큰 공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태도가 진정한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독자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 망설였다. 진실을 말하면 그 진실이 나에게 팩트 폭력으로 돌아올 것만 같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두려움이 아닐까.
진실을 말하는 일이 때로는 가장 두렵다는 고백은 글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저자가 끝내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하는 과정은 삶을 다시 선택하는 과정처럼 읽힌다.


삶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힘은 결국 자기 안에서 나온다. 책은 암 투병, 육아, 경력 단절, 돈, 이사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다루지만 분위기는 의외로 밝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글을 쓰고, 꽃향기를 맡으며 하루를 살아낸다. 그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들려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지만 결국 다시 발가락에 힘을 주고 일어나면 된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위로보다 더 오래 남는 용기를 건네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말하는 희망은 오늘도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친절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버틸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행복은 아주 사소한 향기와 작은 친절 속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나면 '잘 살아야지.'보다 '오늘도 나를 잃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먼저 하게 된다. 오늘도 흔들리겠지만,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가락에 힘을 주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오래 남는 따뜻한 에세이였다.
세상을 구하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오늘의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혹시 지금 삶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한 번 펼쳐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지만, 무너질 것 같은 날에도 발가락에 힘을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당신에게도 '안녕'이라는 말을 건넬 수 있기를 바랍니다.

_

#에세이 #에세이추천 #신간에세이 #취미는독서
#새로나온책 #신간도서 #신간 #신간소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서평 #안녕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