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해선 안 되는 것들
이다모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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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아프로스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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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공포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오래 하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귀신이나 괴물처럼 눈에 보이는 존재를 공포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사람을 가장 오래 붙잡는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 설명할 수 없는 기분,
그리고 평범했던 일상이 조금씩 낯설어지는 순간들.

누군가 무심코 흘린 한마디, 이해할 수 없는 메모 한 장,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작은 이상함이
조금씩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존재해선 안 되는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도 무언가를 억지로 보여주기보다 상상할 여백을 남긴다는 점이다. 그 빈틈을 채우는 것은 읽는 이의 상상력이고, 그 상상은 어떤 장면보다 더 깊은 두려움을 만들어 낸다.

좋은 공포란 이처럼 익숙했던 세상을 잠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숲길, 밤의 적막, 창밖의 나무, 혼자 있는 방의 정적까지도 한순간 다른 의미를 품게 만드는 것.
그것이 공포라는 장르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수록된 글들을 읽으며
'혹시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을 멈출 수 없었다.


이야기들 중 인상에 남은 두 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기자괴담>은 취재 기록과 인터뷰, 증언, 메모가 차곡차곡 쌓이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려가는 이야기였다. 실제 사건 기록을 들여다보는 듯한 형식 덕분에 읽는 내내 '혹시 정말 있었던 일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강했다.

박XX의 아버지의 의심과 다른 사람들의 의심.
두 해석은 끝내 완전히 하나로 수렴되지 않아서 끝없이 의심하게 된다.
정말 사람의 악의였을까,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있었던 걸까.
그 애매함이 오히려 이야기의 긴장을 오래 붙잡아 둔다.

읽는 동안 가장 소름이 돋았던 장면은 박XX가 남긴 메모였다.
문장은 의미가 끊기고 같은 단어가 반복되지만, 오히려 그 혼란스러운 문장들이 공포를 증폭시킨다.

특히 🔖"산, 나무, 산, 나무."라는 반복은 처음에는 정신이 무너진 사람의 횡설수설처럼 보였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문장을 연결해 해석하는 순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나무'가 가리키는 표현을 깨닫는 순간은 이 단편의 백미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어두운 영상을 밝게 조절하는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밝기를 높이는 순간 숨어 있던 존재가 드러난다는 설정은 흔한 연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장면을 실제 취재 영상이라는 형식 안에 녹여냈기 때문에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혹시 나도 사진을 밝게 조절하면 무언가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찜찜한 상상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든다.


<엄습하고 불길한 기운>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공포의 대상이 '전염되는 불길함'이라는 점이었다. 누군가가 저주를 직접 겪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조사하고 기록하고 읽는 사람에게까지 이상 현상이 번져 나간다는 설정이 굉장히 섬뜩했다.

특히 편집자가 점점 변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불면증으로 시작하지만, 손톱을 뜯고 허공을 바라보며, 결국 사건으로 이어진다.
공포가 갑자기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이상 징후가 조금씩 쌓여 간다는 점이 현실적인 불안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도 우리는 작은 이상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기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은 부분은 📌"산에서 주운 것은 집에 들이지 마라."라는 경고가 하나의 규칙처럼 이어지면서, 각각의 단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반복적인 장치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세계관을 믿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는데도 그것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고 했다."

특별한 묘사가 없어도 상상만으로 공포를 느끼게 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가까워진다는 공포는 훨씬 오래 여운을 남겼다.

🔖"어쩌면 저주는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가까운 곳에 와 있는 건 아닐까."

저주는 특별한 사람만 겪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읽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에게도 조금씩 다가올 수 있다는 암시처럼 읽혀졌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도 괜히 창밖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드는 여운이 남았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의 가장 큰 장점은 기록과 증언, 반복되는 징조를 통해 불안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저주'의 실체보다 저주가 사람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더 무섭게 다가왔고, 그래서 읽은 뒤에도 짧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단편 중 하나였다.

《존재해선 안 되는 것들》 속 기록과 기억, 그리고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마주했을 때 무너지는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한 장, 또 한 장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야기는 끝을 향해 나아가는데도 이상하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오래된 기록을 함께 들춰보는 듯한 기분, 그리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는 감각이 책을 덮은 뒤에도 긴 여운으로 남았다.


창밖의 나무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되고, 적막한 밤의 소리에도 문득 마음이 머문다. 책 속 괴담은 활자를 벗어나 일상 가장 가까운 곳까지 천천히 스며든다. 그래서 진짜 공포는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비로소 시작되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인간의 불안과 상상력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는지를 보여주었다. 책을 덮은 지금도 몇몇 문장과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잔혹한 장면보다 분위기와 심리로 독자를 압박하는 한국식 오컬트 호러를 좋아한다면 깊은 인상을 받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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