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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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 게시물은
#르온서평단 #단맘 님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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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사랑하는 우리 딸에게. 엄마에게 아름다운 연못을 보내줘서 고마워. 엄마는 우리 딸이 바다를 품기를 바라.”

어떤 책은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전화를 걸 사람이 더 이상 곁에 없는 사람에게는, 그 마음이 오래된 그리움이 되어 돌아온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떠나온 딸과 남겨진 엄마의 이야기를 넘어,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의 온도를 기억하게 하는 한 편의 애틋한 편지 같은 소설이다.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엄마의 번호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고,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목소리를 마음속으로 불러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제는 “잘 지내?”라는 짧은 말조차 건넬 수 없는 사람에게, 이 이야기는 지나간 시간 속 가장 평범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브라질 나탈에서 미국 버몬트로 떠난 한 딸과, 고향에 남겨진 어머니의 이야기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이별’에 대한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누군가에게는 집을 떠나는 일이 새로운 시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빈자리를 견뎌야 하는 시간이 된다.

소설 속 딸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떠난 자리에 남겨질 엄마를 걱정한다. 반대로 엄마는 딸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도, 딸이 없는 일상 속에서 찾아오는 외로움을 감당해야 한다.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 쉽게 말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이 작품 안에서는 아주 섬세하게 그려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두 사람이 매일 이어가는 스카이프 통화였다. 매일 밤 화면 너머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녀의 모습은 따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릿하게 다가온다.

지금처럼 연락이 쉬운 시대에도 우리는 가까운 사람의 모든 순간을 알 수는 없다. 화면 속 얼굴을 바라보고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상대의 마음속 변화까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가까움 속의 거리감’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서로를 가장 사랑하지만 서로의 삶 전체를 완전히 알 수 없는 모녀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새로운 언어, 새로운 음식, 새로운 공간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녀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은 지나온 시간과 새로운 삶을 함께 품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온 고향과 엄마를 잊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들을 가진 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곳도 단지 음식이나 식물, 공간의 목록 따위로 요약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이름 붙여야 할 게 너무나도 많았고, 또 그 모든 것은 고유한 형태와 질감, 색깔을 갖고 있었다.”

낯선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그곳의 공기와 감정, 자신이 변화하는 과정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또한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인간적인 한계도 느껴졌다.

🔖“그 무렵 전화를 걸 때마다 어김없이 엄마는 이미 노트북 앞에 있어서, 그런 엄마가 꼭 노트북이라는 수조에 담겨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화면 속에 존재하는 엄마의 모습은 딸에게 위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물리적인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서로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표현 안에 담겨 있었다.

🔖“내가 영영 돌아가지 않으면 엄마에겐 무슨 일이 생길까, 문득 궁금했다. 이곳에 온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생각이었다.”

독립 이후에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는 새로운 곳에서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내가 떠난 자리에서 누군가 외로워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는 서로의 존재를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 하나 오래 기억에 남은 부분은 엄마와 딸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장면들이었다.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겪는 두려움과 변화, 상대가 견디는 외로움은 결국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마음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곳 생활은 어때?”라는 익숙한 질문으로 시작되는 두 사람의 통화는 어쩌면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그 짧은 질문 속에는 ‘잘 지내고 있니’, ‘너무 힘들지는 않니’, ‘나는 여전히 네 편이야’라는 수많은 마음이 담겨 있다.

다음 문장은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관계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고 느꼈다.🔖“나는 부재하기보다 존재하기를, 침묵하기보다 대화하기를, 누구를 떠나기보다 동시에 여러 곳에 사는 게 좋았다.”

우리는 한 곳에만 속한 존재가 아니다. 지나온 시간, 사랑했던 사람들, 새롭게 만난 세계가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든다. 어디 하나를 버려야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순간과 관계를 품은 채 살아갈 수 있다는 위로처럼 다가왔다.

🔖“가끔 꿈을 꿔. 네가 뭔가를 두려워한다는 걸 엄마가 알게 되는 그런 꿈 말이야. 그러고 나면 네가 무사하길, 네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 잠에서 깨, 우리 딸, 그렇게 살고 있니?” 라는 엄마의 말이 가장 마음을 울렸다.

부모는 자식이 모든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식은 그런 사랑을 알면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다. 이 과정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이 성장하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걸 갖게 되니 기뻤다. 만족스럽고, 편안하고, 안전한 마음이 들었다.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내게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나를 잃어가는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결국 떠남이 사랑의 부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멀어진다고 해서 사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과정 속에서 관계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너무 익숙해지지 않기, 너무 즐겁게 놀지 않기.’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아주 평범한 하루, 짧은 통화, 화면 너머의 얼굴, 말하지 못한 마음들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들을 보여준다. 떠나는 사람도, 남겨지는 사람도 결국 서로의 일부를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
“잘 지내고 있어?”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사랑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집’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집은 머무는 공간만이 아니라, 내가 사랑받았던 기억과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자리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떠나온 곳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내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집 안에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 떠나야 하고, 떠남을 통해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알아간다. 하지만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나를 만들어준 사람들과의 연결은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찾는 ‘나만의 집’은 완전히 새로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과 나의 시간이 함께 쌓여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독립을 경험한 사람, 가족과 떨어져 살아본 사람,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래 남을 이야기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이 책을 통해 들을 수 없는 목소리나 추억을 그리워할 수도 있고, 아무렇지 않게 나눴던 평범한 대화, 언제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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