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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으로 데려다줘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8월
평점 :
🎈이 서평 게시물은
해피북스투유 출판사의 #해북이 '2'기 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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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돌아갈 수 없는 계절이 하나쯤은 있다.
그때 하지 못했던 말, 끝내 묻지 못했던 진실,
그리고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작은 후회까지
마음 한편에 오래 머무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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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쯤은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사랑 때문에 숨긴 비밀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믿었던 일이 시간이 지나 또 다른 상처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 여름으로 데려다줘》는 시간이 멈춰버린 어느 여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눈부신 풍경 속에서 한 여성이 마주하는 것은 거대한 유산이 아니라, 오래 묻혀 있던 가족의 비밀과 사랑의 흔적, 그리고 결국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여정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피오나에게 어느 날 낯선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친아버지 안톤 클라크의 죽음과 엄청난 유산에 대한 소식이었다. 이미 어린 시절 엄마에게 생부의 존재를 들었지만,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를 생각하며 애써 외면했던 존재. 그런데 이제 죽은 아버지가 거대한 와이너리와 막대한 재산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피오나가 물려받은 재산에는 30년 전 토스카나의 여름, 엄마와 안톤이 남긴 사랑과 상처, 그리고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진실이 함께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왜 나에게 이런 유산을 남겼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유산은 돈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톤이 남긴 것은 피오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마지막 메시지였고, 엄마가 숨겨왔던 삶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열쇠였다.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누군가를 악인으로 만들어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엄마의 선택도, 안톤의 사랑도, 프레디의 행동도 모두 완벽하지 않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침묵했고, 누군가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현실을 외면했다. 하지만 그 선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처와 후회를 남긴다.
읽으면서 크게 느껴졌던 것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 최선이 항상 옳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지나간 선택을 돌아보며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보다,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과거의 잘못을 없던 일처럼 만들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후회는 우리를 붙잡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에서 토스카나는 배경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중요한 등장인물처럼 느껴졌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올리브 나무,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은 풍경은 피오나가 자신의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과정과 함께한다.
🔖“주차장을 가로지르자 광활한 들판, 숲, 나란히 정돈된 계단식 포도밭이 내려다보였다. 동쪽에는 어두운 소나무 숲이, 그 옆으로는 올리브 나무 숲이 있었다. 햇빛을 받은 올리브 나무의 옅은 잎사귀들이 희미한 은빛으로 일렁였다.”
피오나에게 토스카나는 생부의 유산을 확인하기 위한 장소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깨닫는 공간이었다. 때로는 익숙한 장소를 떠나야만 비로소 보이는 진실이 있다. 피오나에게 토스카나에서 보낸 시간은 과거를 찾는 여행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부분은 ‘후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흔히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후회 없는 사람이 존재할까?
피오나는 자신이 태어난 이유, 부모의 선택, 자신이 놓쳐버린 시간들을 마주하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가 깨닫는 것은 후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까지 자신의 삶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되도록 후회 없는 삶을 살려고 애썼다. 그렇지만 이제는 후회도 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한낱 인간일 뿐이니까. 아무리 애쓴다 한들 후회라는 감정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로, 그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또한,
🔖“모든 삶은 ‘했더라면 좋았을걸’ 싶은 것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과거와 현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라는 문장 역시
이 책이 전하고 싶은 위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나간 일을 붙잡으며 스스로를 괴롭힐 때가 많다.
하지만 후회한다는 것은 그만큼 진심으로 살아왔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살아가는 것보다, 그 경험을 품고 지금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이 책 속 사랑은 흔히 생각하는 아름답고 완벽한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
사랑했지만 선택하지 못했던 사람들, 사랑하기 때문에 더 큰 상처를 준 사람들, 서로를 위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서로에게 아픔을 남긴 사람들.
하지만 그 불완전함 때문에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당신이 제 아내였다면 저는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깊은 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현실도 느끼게 한다.
사람은 사랑하면서도 실수하고, 좋은 의도로 선택한 일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필요한 것은 완벽한 사랑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이 책은... 유산을 둘러싼 가족 미스터리처럼 시작하지만,
결국 한 사람이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성장 이야기였다.
피오나는 30년 전 여름의 비밀을 찾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상처와 마주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붙잡고 살아가는 것보다,
지나온 시간을 인정하고 현재의 삶을 소중히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과거는 과거로 받아들이고 지금 당신이 있는 자리에서 감사하는 것, 그게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우리는 누구나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순간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고, 그 모든 기억 또한 나를 이루는 소중한 조각이라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준다.
돌아갈 수 없는 그 여름은 끝났지만, 그 계절에 남겨진 사랑과 용서는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더욱 진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 역시 지나온 시간들을 조금은 다정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그때의 나를 이해하고 지금의 삶을 다시 사랑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여름으로 데려다줘》는 그렇게 오래 묻어둔 기억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앞으로 나아갈 작은 용기를 건네는 한 편의 따뜻한 여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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