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ㅣ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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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아르테 (@21_arte ) 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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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냄새를 따라 들어간 곳에서, 사람 마음의 작은 미스터리를 만나다!


제목만 보면 왠지 아기자기한 베이커리 소설 같고, 동시에 “수수께끼”라는 단어 때문에 가벼운 추리물의 분위기도 풍긴다. 실제로 책은 그 두 가지 이미지를 모두 품고 있다. 다만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미스터리’ 자체보다도, 빵 냄새가 배어 있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방식이었다.
이 작품은 사건을 해결하는 소설이라기보다, 빵집이라는 따뜻한 장소를 빌려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주인공 이치쿠라 고하루는 오사카에서 대학을 다니며 빵집 ‘노스티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다. 빵을 좋아하고, 집에서도 가깝고, 무엇보다 남은 빵을 가져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시작한 일이지만, 그 빵집에서의 시간은 아르바이트 이상의 의미를 띠게 된다. 고하루는 만화가를 꿈꾸는 인물답게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 작은 습관과 분위기의 틈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리고 그 관찰은 곧 ‘왜 저 사람은 저런 행동을 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에서의 미스터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누가 범인인지, 어떤 트릭이 숨어 있는지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소한 거짓말과 망설임, 오래된 후회와 다정한 오해를 풀어내는 쪽에 가깝다.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미스터리를 표방하면서도 끝까지 폭력이나 자극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면 살인, 실종, 복수 같은 강한 사건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정반대의 길을 간다.
여기에는 피비린내 나는 사건도 없고, 극적인 반전으로 독자를 충격에 빠뜨리는 장면도 없다. 대신 친구와의 엇갈린 마음,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의 고민, 서툰 호감과 질투, 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빵에 깃든 추억 같은 것들이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 담긴다. 그래서 이 책의 미스터리는 “범죄를 해결하는 추리”라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추리”에 가깝다. 누군가의 행동 뒤에 숨어 있는 마음을 읽어내고, 그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방식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첫 번째 이야기의 크루아상, 두 번째 이야기의 바게트, 세 번째 이야기의 시나몬롤, 그리고 마지막 카레빵까지, 빵은 그저 맛있어 보이는 배경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과 사연을 담아내는 매개가 된다. 특히 작가가 실제 빵집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빵을 만드는 과정과 질감, 냄새를 묘사하는 장면들이 유난히 생생하다. 반죽을 만지고 발효를 기다리고 오븐에서 갓 나온 빵을 식히는 장면들은 활자만 읽고 있는데도 이상할 만큼 선명하게 그려진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배가 고파지는 경험은 흔치 않은데, 이 작품은 그걸 해낸다.


“대학생이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유는 뭘까. 빵을 좋아해서, 집에서 가까워서, 친구가 같이 하자고 해서. 나, 이치쿠라 고하루는 그 세 가지에 모두 해당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팔고 남은 빵을 받을 수 있어서다. 혼자 사는 가난한 대학생한테 이보다 고마운 일은 없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고하루라는 인물이 꽤 선명해진다. 오늘 먹을 빵과 내일의 생활을 생각해야 하는 평범한 대학생. 그런데 바로 그 평범함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고하루는 천재 탐정도 아니고 특별한 권력을 가진 인물도 아니다. 대신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고, 지나치기 쉬운 말과 표정의 결을 포착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가 해결하는 수수께끼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관계의 어긋남, 말하지 못한 마음, 추억의 흔적 같은 것들이다.

“나는 여전히 노스티모의 주방에서 빵을 만들고 있다. … 바게트용 반죽은 다른 빵에 사용하는 반죽보다 점도가 높아서 꽤 묵직하다. 반죽을 들어 올리자 고무장갑 너머로 냉기가 전해졌다. … 빵은 성형했을 때 반죽의 가스가 빠지므로, 부풀게 하기 위해서는 두 번 발효시킬 필요가 있다. 빵이 만들어질 때까지의 여정은 생각보다 길다.”

이 대목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빵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천천히 이해되고 다가갈 수밖에 없다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겉으로 보기엔 사소한 오해도, 한 사람의 오래된 추억도, 누군가의 꿈과 망설임도 조금씩 반죽되고 발효되는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형태를 드러낸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건을 빠르게 밀어붙이기보다, 그 마음이 부풀어 오를 시간을 조용히 기다려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빵이 사람을 선택하는 거니까” — 이 소설이 건네는 다정한 세계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문장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애당초 사람이 빵을 선택하는 건 오만한 일이야. 빵이 사람을 선택하는 거니까.”

처음엔 귀엽고 엉뚱한 말처럼 들리지만, 곱씹을수록 이 작품 전체를 설명하는 문장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고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떤 순간의 감정과 기억, 상황이 우리를 특정한 곳으로 이끌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유난히 카레빵이 먹고 싶고, 어떤 날은 시나몬 향이 위로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어떤 날은 빵집이라는 장소가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내는 장소가 된다.

빵은 배를 채우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추억을 붙잡는 매개이고, 누군가의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며, 말로 설명되지 않는 관계의 온도를 보여주는 장치다. 마지막 이야기 ‘추억의 카레빵’이 특히 그런 힘을 잘 보여주는데, 소박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네. 남편이 사다 준 건…… 이 카레빵이었어요.”

이 짧은 문장 하나에, 사람 한 명의 시간을 다시 더듬어 가는 일이 담겨 있다. 어떤 음식의 맛이 한 사람의 생애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기억을 되찾는 일이 곧 사랑을 다시 만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뭉클했다.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이런 순간들이다.
요란하게 울리지는 않지만, 조용히 마음을 계속 건드린다.

누군가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왜 그 빵을 고르는지,
왜 말하지 못한 마음을 오래 품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 . .
이 소설은 그 질문들에 대해 요란한 해답 대신, 따뜻한 빵 냄새 같은 방식으로 조용히 답한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로서의 짜릿함보다는 빵과 사람의 온기가 더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막 구운 빵을 손에 쥐었을 때처럼, 잠깐이나마 하루의 온도가 올라가는 느낌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도 결국은 하나의 추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극적인 미스터리 대신 온기 있는 미스터리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배가 고픈 밤에는 조금 위험할 수 있지만, 복잡한 머리를 잠시 쉬게 하고 싶을 때 펼치면 은근히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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