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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시작하겠습니다 ㅣ YA! 26
배예람 지음 / 이지북 / 2024년 9월
평점 :
배예람 작가의 첫 장편소설 "살인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청소년기 불안과 집단 속 고독, 그리고 관계의 모순을 잔혹한 게임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현실과 악몽이 교차하는 기이한 학교 공간 속에서, 주인공 나희와 이경이 서로를 죽여야만 탈출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며 벌어지는 갈등과 성장을 다룹니다. 이 소설은 "살의"라는 극단적 감정을 통해 사랑, 우정, 소외, 강박이라는 복잡한 정서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며 독자에게 심리적 충격과 사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소설은 "제0교시 살의 영역"이라는 시험을 통해, 서로를 죽여야만 탈출할 수 있는 극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나희’와 ‘이경’이라는 두 인물이 필사적으로 서로를 죽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은 단순히 폭력이 아닌 오해와 애증의 축적된 감정입니다. 시험지를 풀어내는 장면에서 각자가 상대의 이름을 적으며 드러나는 마음은 복합적입니다. “그 아이가 고통스럽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이중적인 감정을 다룹니다. 이는 청소년기 특유의 복잡한 내면과 감정의 모순을 극적으로 형상화합니다.
📌“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야. 네가 혼자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무도 네 곁에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 (p.114)
💬작품은 타인을 미워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먼저 버리는 관계의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좋아했던 만큼, 위했던 만큼 네가 고통스럽기를 바란다”는 나희와 이경의 감정은 청소년기의 복잡한 심리를 정교하게 반영합니다. 특히, 나희가 이경을 향한 애정이 뒤틀리며 살의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질투와 집착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작중에서 나희가 이렇게 외치는 장면에서 강하게 드러납니다.
큰 주제 중 하나는 학교라는 집단에서의 소외와 관계의 불안정함입니다. ‘나희’는 무리에 속하지 못할까 불안에 떨고, ‘이경’은 외모에 대한 집착 속에서 고통받습니다. “무리에 속하고자 필사적인 아이는 비참해 보인다”는 문장은 소설의 핵심 정서를 잘 전달합니다.
두 인물은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상처를 주고받으며, 끝내 서로를 증오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싸우는 대상은 서로가 아닌,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이경과 나희가 맞서 싸워야 하는 각 층의 괴물들은 그들 내면의 약점과 불안을 은유하며, 그 싸움이 내면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를테면 ‘목이 긴 여자’는 나희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불안감을, ‘움직이는 인체 모형’은 이경이 외모와 몸매에 대한 강박을 투영합니다. 각 층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두 인물이 자신을 괴롭혀온 감정들과의 치열한 투쟁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괴물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품어온 상처와 억압된 감정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아이를 좋아했던 만큼 그 아이가 고통스럽게 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살의와 치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서사입니다. 나희와 이경은 서로에게 강한 애정을 품고 있었으나, 결국 상처와 배신이 그들의 관계를 뒤틀었습니다. 살의는 사실 애정의 반대편에 있던 감정의 또 다른 표현이었고, 그 감정이 왜곡되면서 비극으로 치닫게 된 것입니다. 이 경계선에 놓인 감정은 청소년기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관계에서 느끼는 소유욕과 의존성, 그리고 사랑에서 비롯된 강박과 질투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청소년기 관계의 불안정성과 고독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살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단순한 폭력적 감정이 아닌 관계와 상처의 문제로 확장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한 작가는 청소년들의 불완전한 감정과 소통 부재로 인한 오해를 치밀하게 묘사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화해와 치유의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두 인물이 서로를 향한 진심을 가리고 있던 가면을 벗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결말부에서는 작은 희망과 회복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무리에서 배제된 아이들은 커다란 덩어리 사이사이에 낀 작은 알갱이이다.”
💬"살인을 시작하겠습니다"는 누구나 학창 시절 겪었을 법한 친구 관계와 집단 내 경쟁, 소속되지 못한 외로움을 다루며,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이와 같은 문장들은 집단 속에서 소외된 개인의 고독감과 불안감을 명료하게 포착합니다. 나희와 이경이 겪는 심리적 갈등은 단지 두 인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집단주의와 소외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모든 상처에는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구절은 이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감정적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지만, 누군가의 애정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소설은 독자에게 “서로를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던지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극단적 설정 속에서도 작가는 두 인물이 진정으로 극복해야 할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모든 상처에는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게 어떤 종류의 상처든,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두 인물은 마침내 가면을 벗고 서로의 진심에 다가서며 비로소 진정한 탈출의 단서를 찾습니다. 이는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정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살인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청소년기 특유의 불안과 감정을 정면으로 다루는 심리 소설입니다. 사랑과 증오, 소외와 연대가 얽힌 두 주인공의 여정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경험했던 관계의 복잡함을 되돌아보게합니다. 이 작품은 불완전한 감정과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는 성장의 과정을 그리며, 청소년기뿐 아니라 누구나 겪을 법한 관계의 어려움과 심리적 갈등을 공감 있게 전달합니다.
작가는 “게임”이라는 형식적 장치를 활용해 몰입감을 더하면서도, 관계와 감정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깊이 있는 서사를 완성했습니다. 나희와 이경이 겪는 미묘한 갈등은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자주 경험하는 심리를 그대로 투영하며, 그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조차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끝으로, 소설의 메시지는 스스로의 약점을 인정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이경과 나희가 괴물과 싸우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나 자신을 얼마나 진실하게 대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청소년기와 인간관계에 대한 심리적 통찰을 담고 있는 수작으로서 상처와 화해, 사랑과 증오라는 복잡한 감정의 미로에서 길을 찾는 여정에 동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드립니다.나 자신과 타인의 진실을 마주하는 두려움과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며,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위로받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진정한 합격’이란 서로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이 메시지는 독자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