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시체를 부탁해
한새마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절판


한새마 작가는 2019년 엘릭시르 미스터리 단편 부분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21년과 2022년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우수상, 2023년 한국추리작가협회 신예상까지 수상한, 한국 추리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신예 작가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미스터리 장르와 사회적 주제를 결합한 작품들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그의 글은 주로 사회적 문제와 인간 심리의 어두운 측면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한새마는 독자들에게 날카로운 사회적 비판과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는,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불릴 만큼 독창적인 미스터리 소설을 창작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추리문학은 전통적으로 범죄와 미스터리, 인간의 심리적 깊이를 다루어왔으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긴장감과 흥미를 제공하는 장르입니다. 그러나 한새마는 이러한 전통적 틀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범죄와 사회적 문제들을 미스터리 장르 속에 녹여내어, 작품을 더욱 현실적이고 다층적으로 만듭니다.


"엄마, 시체를 부탁해"는 일곱 편의 단편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문제를 파고드는 깊이 있는 미스터리를 선사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직면하게 만들며, 이를 추리와 스릴러의 문법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혼합 속에서도, 중심에 있는 건 인간의 어두운 심리와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비극들입니다. 이 작품집은 그야말로 ‘현실의 공포’를 다룹니다.

한새마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추리적 재미를 넘어, 독자들이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하게 합니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고통,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 간병 살인, 산후우울증 등 사회적 약자들이 직면한 비극을 가시화함으로써, 그들이 겪는 절망과 어둠을 독자들이 외면하지 않도록 끌어들입니다. 특히 ‘모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발생하는 극단적인 선택과 범죄를 심리적으로 깊이 탐구하며,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낮달'은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모녀의 생존 이야기를 다루며,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를 충격으로 몰아넣습니다. 가난한 모녀의 상황은 디스토피아적 배경을 빌려, 현실의 빈곤과 불안정한 삶을 투영합니다. 바리케이드 너머 오염된 구역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현실의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과 겹칩니다. 오염된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은 그들이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임을 상징하며, 그런 배제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두려움이 이야기를 더욱 섬뜩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들은 사회의 ‘낮달’처럼, 존재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가령, '엄마, 시체를 부탁해'에서 엄마가 딸의 살인을 덮으려는 이야기는 단순히 범죄 스릴러로 읽히지 않습니다. 장애아를 둔 엄마가 가진 죄책감과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딸을 보호하려는 모정은 독자로 하여금 그 심리적 딜레마를 공감하게 만듭니다. 엄마가 처한 현실은 그 자체로 고통스럽고, 독자는 이 상황에서 도덕적 판단이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나의 지옥보다 당신의 지옥이 더 견딜 만한지 묻고 싶었다.”

💬모성이 가진 고통과 죄책감,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거나 측정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을 예리하게 파고듭니다. 각 인물들이 자신의 고통을 당연시하고 타인의 고통을 상대화하는 순간, 그 속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심리적으로 잘 표현한 대목입니다.

📌“엄마는 어떻게 시체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엄마가 딸을 구하기 위해 벌인 행위가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서는 비이성적 행동임을 암시합니다. 이 순간 독자는 엄마의 행동이 윤리적, 법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인식하지만, 동시에 그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됩니다.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는 장기를 배양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아들을 살리려는 엄마의 필사적인 노력이 장기 매매라는 불법 거래와 도덕적 딜레마로 얽히며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마더 머더 쇼크' 역시 산후우울증을 겪는 엄마가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고 믿는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진실이 밝혀지면서 독자는 모성의 어두운 이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모성이라는 사랑은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그 안에 숨겨진 자기 파괴적 집착과 망상은 오히려 주변을 망가뜨리고 파멸로 이끕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모성과 사랑의 순수성을 해체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감정들을 드러냅니다. 사랑과 집착, 보호와 폭력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계 넘나들기는 한새마 작가의 작품에서 중요한 갈등 요소로 작용하며, 독자에게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여름의 시간'은 시간 역순으로 진행되는 플롯을 통해 독자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습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시간이 역으로 흘러가며, 과거의 사건들이 밝혀질수록 독자는 이야기의 진실에 더욱 충격을 받게 된다. 이 작품 역시 반전을 기반으로 한 전개 방식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처럼 각 단편들은 모두 미스터리 장르의 전형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그 안에서 사회적 문제와 가족 내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들은 놀라운 반전과 서술 트릭이 특징적입니다. 이러한 트릭은 독자가 이야기를 파악하는 과정을 흔들어 놓으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몰고 갑니다. 특히 '엄마, 시체를 부탁해'에서는 독자가 초반에 예상하는 전개가 끝에 가서 전혀 다른 결말로 바뀌며 충격을 안깁니다. 또한, '마더 머더 쇼크'에서는 다중 화자의 시점 전환과 플래시백을 통해 독자에게 혼란을 주면서도 이야기에 몰입하게 했습니다. 주인공의 기억과 그것을 의심하는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독자가 주인공의 심리적 혼란을 고스란히 체험하게 만듭니다. 이런 서술 기법은 스토리의 진행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며, 마치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의 단서를 찾아가게 하는 재미를 줍니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는 ‘모성’입니다. 그런데 그 모성은 단순한 희생과 사랑의 미화가 아니라, 때로는 파괴적이고 극단적인 양상을 띱니다.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도덕적 선악의 기준이 흐려지고, 이로 인해 가족 내의 균열이 발생하는 과정을 그린 것입니다. 이렇듯 사회적 문제와 심리적 복잡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미스터리 단편집으로서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큰 만족을 느낄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적인 고통을 배경으로 삼아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깊이를 제공해줄 것입니니다.

또한 한새마 작가가 왜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불리는지 이해하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단순히 미스터리와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면서도, 파격적인 서술 기법과 반전을 통해 독자에게 끊임없이 긴장감을 줍니다. 책을 읽는 내내 반전의 묘미를 느끼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