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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가장 고립된 나라에서 내가 배운 것
레아 이피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9월
평점 :
"자유 FREE"는 그녀가 알바니아에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두 개의 거대한 이념을 겪으며 성장한 과정을 중심으로,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깊이 있게 모색한 책입니다. 알바니아의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저자가 느꼈던 격동의 감정과 자유의 의미를 묻는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피가 어린 시절 느꼈던 순수한 이상과 성인이 되어 경험한 현실의 모순을 통해 ‘자유’라는 복잡한 개념을 재정의하게 된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레아 이피가 자라던 시기, 알바니아는 20세기 후반 가장 고립된 공산주의 국가 중 하나로, 엔베르 호자 독재하에 철저한 스탈린주의를 유지했습니다. 저자는 스탈린주의 체제를 끝까지 고수하며 외부와 단절된 이 나라에서 레아는 공산주의를 무조건적인 신념으로 받아들이며 자랐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자유를 당연하게 여겼고, 그 자유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피는 "스탈린을 껴안았던 그날까지, 나는 자유의 의미를 스스로 물어본 적이 없었다" 라고 말하며 자신의 무의식적 신념을 회고합니다. 그녀에게 공산주의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었고, 당의 지도자들은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녀에게 공산주의 체제는 억압적이기보다는 오히려 평등과 희망이 있는 체제였습니다. 물자가 부족하고, 정치적 처형이 빈번했지만 그녀에게 그곳은 "마지막 스탈린주의의 전초 기지가 아니라 그저 집일 뿐이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는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알바니아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며, 당시 체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 들여졌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 공산주의가 붕괴하고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알바니아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합니다. 정치적 체제 전환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 돋보였습니다.
그녀는 정치적 다원주의가 더는 처벌 가능한 범죄가 아니라고 뉴스에서 선언하는 장면을 보며 혼란에 빠집니다. 특히 당의 이념을 철저히 따랐다고 믿었던 부모님조차 그동안 숨겨온 비밀을 고백하며, 그녀는 자신의 신념이 잘못된 기반 위에 서 있음을 알게 됩니다. 부모님의 고백은 곧 그녀의 자아를 뒤흔드는 충격적인 계기가 됩니다. 어린 시절 가졌던 순수한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 레아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며, 그동안 추구해온 자유의 개념에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공산주의 붕괴 이후 찾아온 자본주의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약속했지만, 그 역시도 많은 이들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레아는 서유럽에서 배운 자본주의가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이 시스템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억압을 가져다줄 뿐임을 깨닫습니다. 그녀는 이를 두고 "1990년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며, 공산주의에서 경험한 혼돈과 불확실함이 자본주의에서도 반복된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경험은 레아가 자유라는 개념을 단순히 정치적 체제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도록 만듭니다.
📌"진정한 자유는 도덕적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녀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두 체제 모두에서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억압을 경험하면서, 자유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이 따르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자유는 단지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레아가 철학을 공부하고 마르크스의 사상을 다시 탐구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녀는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모두 자유에 대해 생각하려는 시도"라며, 그 둘이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공산주의에서 억압을 경험한 그녀가 다시 사회주의를 연구하게 된 배경에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더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자유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데올로기의 차이가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탐구합니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한 후 알바니아는 더 나은 삶을 약속받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일자리와 경제적 안정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망명과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아는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자본주의의 자유는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지만, 그 선택의 대가는 매우 무거웠습니다. 그녀는 자본주의가 약속한 ‘자유’가 새로운 형태의 속임수임을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처럼 가족의 다양한 정치적 신념 속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저자는 이러한 복잡한 가정 환경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형성해 나갔습니다. 그녀의 할머니는 가정 내에서 중요한 중재 역할을 했으며, 저자가 정치적 혼란과 신념의 붕괴를 겪는 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어릴 적 그녀는 열렬한 공산주의 신봉자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 내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목격하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의 장단점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레아가 성장하면서 인간의 삶에서 자유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레아 이피는 알바니아 사회가 겪은 혼란을 자신과 가족의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한다. 특히 인상 깊은 구절은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지. 하지만 우리 자신을 잃지는 않았다. 우리의 품위를 잃지는 않았어"라는 대목입니다. 이 구절은 정치적 이념이나 체제의 변화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자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저자는 어떤 체제 하에서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본질임을 말합니다.
"자유 FREE"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 속에서 인간이 겪는 혼란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심도 있게 다룬 작품입니다. 특히 동유럽과 같은 고립된 공산주의 사회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매우 유익합니다. 또한 개인의 성장과 자유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이 책은 사회 체제뿐 아니라, 가족과 개인의 삶 속에서 자유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매우 가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