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의 미리보기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5
쿠로노 신이치 지음, 이미향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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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노 신이치의 신작 열일곱의 미리보기는 열일곱이라는 불안정한 나이대의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들의 내일을 응원하는 따뜻한 소설입니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쉽게 간과해왔던 청소년기의 불안과 압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실종을 겪으며 가정을 책임지게 된 주인공 아쓰미와 그녀의 소꿉친구 유타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 청소년의 고군분투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내며, 독자에게는 성장과 자립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 아쓰미는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증발'하는 사건을 겪습니다. 그 후 아빠를 대신해 엄마와 여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게 됩니다. 증발이라는 단어는 아쓰미가 느끼는 삶의 혼란과 무력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사람이 액체도 아닌데 이런 말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라는 아쓰미의 말처럼, 아빠의 부재는 현실에서 발 디딜 곳을 잃어버린 청소년의 불안한 마음을 대변합니다 .아쓰미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에 놓이며,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들어야 했습니다.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엄마와 여동생 유미를 돌보는 일이 일상이 되었지만, 가족의 기대와 요구는 점점 커집니다.

이 과정에서 아쓰미가 느끼는 무력감과 부담감은 많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연결됩니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청소년, 사회적 구조 속에서 고립된 아이들이 스스로를 희생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모습은, 각자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자화상으로 다가옵니다. 아쓰미는 가족의 요구에 시달리면서도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이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을 느낍니다.

특히, "엄마는 결코 대놓고 말하고 있진 않지만, 내가 돈을 벌어 오길 기대하는 게 분명했다"라는 대목은 아쓰미가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 그녀는 가정 내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 하지만, 그 무게는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소설의 주요 갈등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위치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겪는 고뇌와 혼란에서 비롯됩니다. 아쓰미는 증발해버린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가족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고,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합니다. 유타로 역시 학교를 그만두고 노동자로 일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난 공부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또 이 학교는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잖아"라는 유타로의 말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


두 사람은 각자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가려는 시도를 하지만, 그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청소년기의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아쓰미와 유타로가 도쿄로 떠나기로 결정하는 장면은 그들의 결단이 불확실한 내일을 향한 도전임을 상징합니다. "나하고 같이 도쿄 갈래?"라는 유타로의 질문에 아쓰미는 바로 "갈게"라고 대답하지만, 그것이 곧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도쿄로 떠나는 결정이 어린 시절의 유희가 아니라 진지한 삶의 전환임을 깨달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이 소설은 단순한 청소년기의 이야기를 넘어, 인생의 한 시점에서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미리보기'라는 독특한 구조를 사용합니다. 열일곱 살의 아쓰미와 소꿉친구 유타로의 여정은 현재 시점에서 성인이 된 아쓰미의 회상으로 그려집니다. 이 회상은 스물여섯 살의 아쓰미가 10대 환자인 미카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플롯 장치는 청소년기의 불확실성과 그 이후의 삶을 비교하며, 지금을 견뎌내면 더 나은 미래가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스물여섯 살의 아쓰미가 환자 미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도 그 나이대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을 고백하는 장면은 인상 깊었습니다. 어른이 된 아쓰미는 여전히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청소년기의 고민과 방황이 결국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아쓰미와 유타로의 불안한 현실을 가감 없이 그리면서도, 그들 스스로가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합니다.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이 결코 쉽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선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이는 단순히 아쓰미와 유타로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전해줍니다.

특히 현실의 부조리함과 청소년기의 복잡한 감정선을 예리하게 포착하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아쓰미와 유타로의 이야기는 열일곱 살이라는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해줍니다.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청소년 시기의 불안과 고뇌, 그리고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발걸음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어른들이 보호해주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으며, 스스로 길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분류될 수 없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쿠로노 신이치의 이번 신작은, 우리 모두가 불안한 미래를 살아가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삶의 미리보기인 열일곱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유효한 삶의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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