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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사랑한 와인 - 와인잔에 담긴 미술관
이지희 지음 / 더블북 / 2024년 9월
평점 :
미술과 와인은 각각 그 자체로도 깊은 감동을 주는 예술적 분야지만, 이 두 가지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지희 작가의 "화가가 사랑한 와인"은 미술 작품과 와인의 결합을 통해 감각과 영혼을 동시에 자극하는 새로운 미학적 경험을 제안합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소믈리에로 활동하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은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며, 미술과 와인이라는 각기 다른 두 예술을 하나로 엮어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과 미각을 선사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아는 미켈란젤로, 르누아르, 피카소 등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 작품에 어울리는 와인을 페어링하여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미술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작품에 걸맞는 와인의 향과 맛을 함께 상상하게 함으로써 예술적 몰입을 극대화시킵니다.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품에 대해 설명하며, 로댕의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고귀함과 심미성에 샴페인이 어울린다는 저자의 해설은 신선하고 설득력 있습니다. 샴페인의 기포가 로댕의 섬세한 조각처럼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순간, 독자는 예술과 와인이 어떻게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샴페인의 투명함과 생기 넘치는 거품이 로댕의 '영원한 봄'의 기운을 담아내는 듯한 연결 고리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또한,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다루며 그의 예술적 창조력이 보르도 와인과 일맥상통한다는 저자의 설명도 주목할 만합니다. 미켈란젤로가 작품 속에서 인간의 아름다움과 신의 영광을 동시에 표현하려 했던 것처럼, 보르도 와인은 깊은 역사와 품격을 간직한 채, 맛과 향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특히 '아담의 창조'와 같은 걸작을 언급하며, 그 안에 담긴 완벽한 비율과 균형이 보르도 와인의 구조적 아름다움과 유사하다고 설명하는 부분은 독자로 하여금 와인과 예술을 하나로 느끼게 합니다.
📌"미켈란젤로가 재현한 인간의 아름다움은 곧 신이 내린 아름다움의 반영이며, 인간의 영혼은 그 아름다움을 관조함으로써 신에게 다가간다." (p.43)
💬미켈란젤로의 예술이 단순히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성함과 영혼의 깊이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과 그림 속 인체는 단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신의 완벽한 창조물을 반영한다는 관점입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은 인간의 육체미를 통해 이상적인 미를 구현하는 동시에, 그것이 신성한 질서와 연결된다는 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이 단순한 시각적 표현이 아니라, 영적인 경험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느낍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아담의 손끝을 보면, 그가 묘사한 아름다움이 신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궁극적으로 인간이 신에게 다가가려는 영적인 갈망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인간의 아름다움은 신의 완벽함을 반영하며, 예술을 통해 신에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그것이 거짓이라면, 바로 그 거짓이 예술의 기초가 된다." – 에드가 드가 (p.89)
💬우리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그 예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예술은 그러한 '거짓' 혹은 '왜곡된' 현실을 통해 새로운 진실을 만들어냅니다. 예술작품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작품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 해석이 바로 예술의 다채로움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진실을 고집하기보다는, 그 거짓 속에서 드러나는 독창적인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인 셈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만들어 가는 장인이다."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p.281)
💬마치 예술가가 재료를 다루고 작품을 완성해 가듯, 인간도 자신의 경험과 선택을 통해 인생을 조각해 나가는 존재라는 의미 같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어진 재료가 항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창조하는 능력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 말은 또한 삶의 불확실성과 어려움을 예술적 창조 행위처럼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실패도, 고난도 하나의 과정이며, 그것을 통해 더 깊이 있고 독특한 삶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와인에 대한 해설입니다. 미술 작품과의 연결을 넘어, 와인 그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도 함께 제공됩니다. 와인의 산지, 품종, 제조 과정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와인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도 유익하며,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와인 사전'은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와줍니다. 특히 부르고뉴 와인이나 시칠리아 와인과 같은 특정 지역 와인에 대한 설명은, 각 지역의 특성과 역사적 배경까지도 알려주어 문화적 깊이를 더해줍니다.
읽는 방식도 책을 반드시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저자의 말처럼 저 역시 권해 드리며, 자신의 취향이나 흥미에 따라 미술작가나 와인 산지를 먼저 선택해 읽을 것을 제안해 드립니다. 이 방식은 독자들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주며, 독자 스스로가 미술작품과 와인을 연결해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책을 읽으며 작품을 보고, 어떤 와인이 어울릴지 상상해보는 것 그 또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저자가미술을 전공한 후 소믈리에로 활동하게 된 배경은 책 속에서 말하는 미술과 와인의 연결성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듭니다. 미술작품을 설명하면서 와인의 향과 맛, 색감까지도 자연스럽게 연결해 내는 글은, 미술작품을 단순히 시각적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미각적 즐거움까지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느끼는 시각적 즐거움과, 와인의 향과 맛을 통해 느끼는 미각적 쾌락이 서로 보완되며, 독자는 예술과 와인이 가져다주는 풍부한 감동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화가가 사랑한 와인"은 예술과 와인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드릴 책입니다. 미술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혹은 두 가지 분야 모두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미술과 와인의 미학적 조화를 통해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법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술과 와인이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