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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란 무엇인가 -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분노를 해석하는 12가지 담론,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바버라 H. 로젠와인 지음, 석기용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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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말 그대로 분노(Anger)에 대한 책입니다.
"나의 분노는 당신의 분노와 다르고, 당신의 분노는 그들의 분노와 다르다!"
분노라는 감정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해석되어 왔으며, 적용되어 왔는지를 12개의 담론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바버라 로젠와인
불교로부터 시작하여 스토아학파, 아우슈비츠와 굴라크 수용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분노까지.. 고대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며 분노의 역사를 설명하는 저자는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역사학자로 현재 시카고 로욜라대학교의 명예 교수라고 합니다.
분노가 분노지, 분노에 뭐가 다른게 있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분노라는 것에.. 아니. 분노 이외에도 여러가지 감정 혹은 견해들에 대해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지 그것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책은 이러한 무심했던 세상에 대한 이해 혹은 견해를 조금은 더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분노에 대하여
책에서 "분노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가 직접적으로 답변을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35) 분노란 무엇인가? 영구불변의 정의 같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여느 감정이 다 그렇듯 분노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거나 도구를 사용해 조작할 수 없다. 분노는 오로지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관찰함으로써만 알게 되며, 아마도 그들이 머리에 떠올리는 것은 모욕, 커진 목소리, 혈압 상승, 뇌의 특정 영역에 나타난 산소화 등과 같은 분노의 원인과 결과일 것이다. 분노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은 정서 공동체에 따라 다양하며, 사람들이 분노를 판단하는 방식 또한 마찬가지이다.
쉽게 말해 분노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에서 다시 한번 언급이 되지만 "분노는 00 이다."이다 라고 정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은 '분노를 버려라'라고 말하는 불교의 불법을 말합니다.
절대적 가치인 "분노를 버려라"를 이야기하지만 막상 이것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용인되는 분노들의 활동이 있었고, 이에 대해 어느 한쪽이 옳다, 옳지 않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절대가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것이 적용됨에 있어서 다양성을 보이는 것. 또한 이어지는 고대 로마의 스토아 학파에서도 불교와 비슷한 유사성을 보여줍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이 철학에서 어떻게 분노를 다루고 있는지, 종교적인 측면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봄으로써 결론적으로 "답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답을 내어놓으려 하였으나 '분노는 그때 그때 달랐다'라는 것을 보여줄 뿐인 것이지요. 지금 우리들이 분노가 엄청 거룩한 감정 혹은 자제해야 할 감정 등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의미 없음을 보여줍니다.
즉, 저자는 분노에 대한 정의 내림을 거부하고, 분노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을 수용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분노와 폭력의 관계
현대 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 (요새 이상하게 그녀의 이름을 많이 듣습니다.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마사 누스바움은 분노와 폭력의 결합이 만연해 있다고 말합니다. 공적인 삶에서 분노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반대하며 분노를 (거의) 절대적으로 거부하는 정서 공동체에 합류하자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자인 로젠와인은 그렇다면 폭력과 분노는 확실히 연결되었는가? 라고 묻습니다. 분노, 폭력, 평화는 모두 구성적이고 논쟁적인 어휘들이라고 말합니다.사람들이 분노를 폭력과 연결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분노를 비이성적인 힘으로 여기며 일단 고삐가 풀리면 통제할 수 없는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해하기 때문이지 그 이해는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지금 우리가 그렇게 이해하자고 암묵적 합의가 되어 있을 뿐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분노라는 것이 여러 감정들과 연결되어 있는 많은 판단과 욕망과 감정의 산물이지. 어떠한 특별한 사유의 결과물이 아니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관점을 들어 저자는 설명합니다. 감정은 평가의 결과 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은 결국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 어떠한 절대적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분노라고 하면 생각되는 일반적 모습들.. 이러한 모습들은 충분히 설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분노(Anger)라고 하면 보여지는 모습은 결국 사회적으로 학습된 모습일뿐 실제의 분노라는 것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질 수 있다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나의 분노, 우리의 분노
절대적 거부부터 최고의 따뜻한 환영에 이르기까지, 큰 편차를 보이는 분노의 도덕적 의미들과 분노를 바라보는 광범위한 태도들을 보여줌으로서 저자인 로젠와인이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분노가 단일한 어떤 '것'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1담론부터 12담론까지 이어지는 계속된 이야기들은 일관되게 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절대적 평가가 될 수 없었음을 말이죠.
아우슈비츠에서 나타난 분노하였으나 폭력이 수반되지 않았음을 통해 분노와 폭력의 연결고리를 부정하고, 여러 부족들 사회에서 '분노'가 아예 없는 것을 통해 '분노'의 당연성을 거부합니다. 현재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히 여기는 '분노'에 대한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다양한 실제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자신들의 감정공동체의 분노만을 정당한 분노로 여기며 다른 이들의 분노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변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이 책의 목적은 "과거에 존재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많은 종류의 분노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 입니다. 분노의 도덕성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나의 분노는 정당하고 타인의 분노는 부당하다는 식의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말자는 것이지요. 각자의 관심에 따라 각자의 분노에 따라 쪼개져 있는 현 사회의 분열된 모습에 대해서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져보자고 말합니다.
(276) 내가 느끼는 분노가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꺼이 직면하게 해주며,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내가 상대하고 있는 분노를 다른 상황들에서 가졌던 분노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넘겨짚지 않고 그저 새로운 종류의 분노로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열린 마음인 거 같습니다.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서 무조건 'Anger'만 생각하지 아니하고, 다른 모습도 있을 수 있게 만들어준 책 [분노란 무엇인가]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으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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