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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로 산다는 것 -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내가 책을 미친 듯이 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다.
40년동안 알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전혀 알지 못함을 알았을 때.
그동안 진리라고 믿었던 것이 진리가 아닌 하나의 가설임을 알았을 때.
지금까지 A라고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은 B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알아차림이 좋았다.
제대로 알고 싶었다.
그동안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반성을 많이 했다.
그래서 더 미친 듯이 매달리고 있다.
역사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경제에 대해서..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보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 읽은 [미아로 산다는 것]은 혼돈 그 자체였다.
도대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난 이 사람의 말에 왜 자꾸 반박이 드는 것이지?
난 여전히 '세뇌'당한 사람인 것인가?
아니면 이 박노자라는 분이 '사회주의'라는 것에 지독히 '세뇌'당한 것일까?
통합과 연대를 이야기하면서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을 보면서 .. 과연 통합과 연대는 어디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도 문장에서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극명하게 보였다.(나의 착각 혹은 오해일수도 있다.)
그 일례로
(209) 북파 공작원들이 북에서 살인, 파괴 등을 했으며, 북에서는 '공비'라고 불리는 공작원들이 남으로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북파 공작원들은 살인 파괴를 행한 자들이고, 북의 공작원들은 그냥 남으로 내려온 사람. 그들이 민간인도 학살했던 '무장공비'에 대해서도 그들의 행위보다는 그냥 98년이 마지막이다. 라는 문장이다. 그냥 사실을 전하는 것 같지만 문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그렇지가 않다. 나의 삐딱한 시선이 문제일까?
(75) 한국에서는 '사회주의'가 나쁜 것으로 이식되지만, 사회주의야말로 셋집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월세나 전세 부담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합니다.
셋집살이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박노자씨는 국민 모두라고 이야기하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적인 약자 편들기라는 것은 공평한가? 셋집살이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회주의는 무슨 뜻으로 다가올까?
무조건 반감만 들었던 것은 아니다. 3장 한국 급의 사회 편에서는 격하게 공감했다.
이러한 급의 사회를 해소해나가기 위한 교육혁명의 필요성도 충분히 공감한다.
정말 열심히 읽었다. 밑줄 쳐 가며..
(읽고 나서 누군가에게 나눔 할 예정이라 최대한 깨끗하게 보려고 노력하며..)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한쪽의 지나치게 편향된 이야기. 연대와 통합을 말하고 있지만,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은 아닌 거 같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이야기들은 필요하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절대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 목소리가 분명 나와야 한다.
그래야 기득권들이 자신들 마음대로 하려고 했던 것들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연대와 통합을 말하는 자들 또한 자신들의 생각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과 수용범위를 넓혀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냥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정말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한편 인류의 역사상 진정한 평등이 이루어졌던 시대가 있었던가 생각해본다.
진정한 평등이 무엇인지?
만일 평등이 정말 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좌파라고 말하는 이들의 생각의 한계도 느끼고
우파라고 말하는 이들의 편협함도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