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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저는 죽음의 시간을 정해놓고 살아갑니다.
어플리케이션 중 D-day를 표시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남은 날들을 확인합니다.
처음 이 어플을 사용해서 죽을 날까지 남은 날들을 생각해보려고 했던 이유는
그만큼 남은 날(?)들을 제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저에게 찾아온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도 이러한 맥락의 책입니다.
우리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안 잊고 있었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20년 가까운 시간을 종양내과 의사로 환자들의 삶과 죽음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김범석 작가님입니다.
삶을 잊고 있을 때 떠나간 환자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마지막은 언제나 나를 향해 묻는다.
언젠가 당신도 여기에 다다르게 될 텐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모습으로 여기에 당도하고 싶은가?
나는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고 다시 한번 생의 감각이 팽팽해진다.
어쩌면 죽음만큼이나 삶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출처 입력
저자의 이야기들은 정말 단 하나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싶은 이야기들입니다.
여기에는 드라마가 없습니다.
드라마가 각색되어지고 무언가 교훈을 주기 위함이 있다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냥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입니다.
임종의 순간에도 갚지 않은 2억원에 대한 이야기를 유언으로 남긴 사람의 이야기
끝까지 자신의 고집대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이야기
이기적이라는 이름으로 타인들의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는 이야기
도대체 인간은 존엄한 죽음을 반드시 맞이해야만 할 이유가 있는가?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이라는 것은?
누구를 위해 계속 연명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삶이 죽음보다 낫다'라는 것이 정말 진리인지?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옆에서 지켜본 삶의 모습들은 단 하나의 해답이 아닌 정말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죽음만 잊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삶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산다.
잘 들어보라. 삶을 잊은 당신에게 누군가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종착역에 당도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묻는다.
이제는 남아 있는 우리가 우리의 삶으로서 대답할 차례다.
출처 입력
저자의 [이야기를 마치며]에서 풀어내는 말들이 왜 이리 마음에 와닿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다 읽고 거실에서 열심히 게임 중인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00아, 엄마가 만일 암에 걸려서 더이상 치료가 불가하다고 하면 더이상 치료보다는 잘 죽을 수 있게 해줘."
아들이 식겁합니다. 왜 또 이상한 이야길 하냐고 질색입니다.
"00아, 엄마는 단 하루를 살아도 정말 제대로 살고 싶어. 백년 천년 사는 것보다.. 단 하루의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하고 정말 잘 살았노라 말하고 싶어"
아들에게 책을 읽어보길 권했습니다.
이 책은 의료계의 책이 그러하듯 삶의 중요성, 생명의 소중함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닙니다.
당연히 그 부분에 촛점이 맞추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한 사람들의 이기적 태도등도 이야기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가 <3월의 신부를 위한 인사>입니다.
항암 치료를 하는 환자의 딸이 내년 3월에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 환자의 보호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과정에서의 짧은 성찰을 이야기합니다.
'아버지가 함께 하지 못해 어떻하냐'라는 어설픈 위로를 하려던 자신의 말을 붙잡아 삼킨 내용입니다.
남들이 다 이해할 수 없는 내 몫의 슬픔이라는 것이 있다.
그 같은 슬픔은 타인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이 그들의 잣대로 규정짓고 재단하려 할 때 슬픔을 견뎌야 하는 사람에게 더 큰 슬픔이 되곤 한다.
출처 입력
저자는 본인 또한 젊은 시절 자신의 생애를 가지고 함부로 동정하고 판단하던 이들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얼마전 [싱 어게인]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제는 웃고 싶다고, 내가 웃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싶다고 말하던 11호 가수도 생각이 납니다.
[레이디스 코드]라는 그룹의 비극적 사건 이후에 함부로 웃을 수도 없다고 말하는 그녀가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무엇보다 그렇게 그녀를 웃을 수 없게 만들었던 타인의 시선의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기준으로 내 인생을 재단하고 내 현실을 동정하고는 가버렸다.
그들에 의해서 나는 불쌍한 사람이 된 채 그것으로 끝이 났다.
나는 그런 가볍고 얄팍한 동정이 싫었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내 인생을, 내 이야기를 멋대로 판단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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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얼마나 이렇게 많은 이들의 인생을 많은 이야기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저자는 이 에피소의 마지막을 다음 이야기로 마무리짓습니다.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 선생은 <제법 안온한 날들>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사람은 일방적으로 불행하지 않다"라고 했다. 의사가 보기에 아무리 불행해 보이는 환자와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나갈 것이며 불행은 그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그 말이 옳다.
"결혼 축하해요" 그 짧은 말 외에 어떤 말도 더하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삶에 더 깊이 관여할 권리나 지분이 없다.
단지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버지가 떠난 뒤에도 남은 가족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낼 것이고 살아낼 것이다.
그 슬픔의 빈 공간은 나의 안타까움과 걱정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채워나가야 하는 각자의 몫이다.
출처 입력
이것 말고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가족은 어디까지 가족인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죽음이라는 삶의 한 과정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많은 것들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프지 않고도 그러한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책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