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의 독 (애장판)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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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블루홀식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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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를 내려놓고 그 속을 뒤졌다.
사진 한 장. 벌써 30년도 더 됐다.
난바 선생과 후지와라 씨, 남편과 가토 변호사.
내 옆에는 다쓰야가 괴팍한 표정을 짓고 서 있고
옆에는 웃는 얼굴을 한 내 친구가 찍혀 있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마음을 터놓았던 소중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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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그녀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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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가을, 무사시노의 그림자」 中

복잡한 가정사로 곤란한 처지를 벗어날 수 없었던 가가와 요코. 하루는 직업소개소의 착각으로 다른 사람과 면접 장소가 엇갈리게 된다. 그 다른 사람은 자신과 똑같은 생년월일을 가진 이시카와 기미였고, 이 사소한 해프닝으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기미가 요코에게 일을 하나 소개해 주는데, 그 일은 바로 난바 저택의 가정부 일. 심지어 더부살이까지 가능하다 하니, 죽은 여동생이 남긴 하나뿐인 조카와 함께 문제없는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일을 맡게 된다. 그 사람들이 가진 어두운 비밀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는 알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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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지옥이다.
아수라가 아이들을 잡아먹는 지옥.
그리고 나 역시 아수라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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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부문 수상작에 빛나는 우사미 마코토의 『어리석은 자의 독』이 더 새롭고 아름다운 표지로 다시 독자 앞에 나타났다. 책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생년월일을 가진 두 여성이 우연히 만나,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죽였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이다.

​『어리석은 자의 독』은 자극적이고 강렬한 사건이 팡 하고 터지기보다, 은밀하게 속삭이는듯한 자백으로 시작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단조로운 장면을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어두운 마음을 살살 흘리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어쩌면 이야미스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해도 될까. 전쟁으로 인해 각박해진 생활과 그로 인한 폭력,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가난 때문에 함께 빈약해지는 마음이 사람을 또 잔악하게 만드는 그런 요소들이 내겐 이야미스처럼 느껴졌다.
일상처럼 보이지만 음울함이 감도는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며 읽다가 마지막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알쏭달쏭했던 것들이 딱 들어맞는 퍼즐처럼 맞춰지는데 그때의 카타르시스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으랴.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하면 처음 읽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복선이 눈에 들어오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두 번은 읽어도 좋은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스포일러에 주의하느라 두루뭉술한 글쓰기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결말을 읽은 감상은 이러했다. 이야미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은 읽어야 할 소설이라고.

​+
1949년 9월 1일이라는 두 사람의 생년월일이 명확하게 나와있고, 사건이 벌어지는 년도까지 표시해 주니 괜히 호기심이 동해 사주팔자를 찾아봤다. 월주가 편인, 편관인데 이런 월주는 부모가 영 도움이 되지 못하는 데다 청소년기에 꽤 고생한다고. 거기에 사건이 주로 보여주는 1985년과 2015년은 을축년과 을미년으로 기미와 요코에게 겁재와 정재에 해당하는 연도이니, 둘 다 무언가 얻는 듯하면서도 상대방 때문에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운세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소설의 흐름이 이렇게까지 실제 사주와 비슷하다고? 일본에서도 당연히 사주를 보니 혹시 생년월일과 년도마저 우사미 마코토 선생님이 치밀한 게 의도한 설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사주를 그렇게 잘 아는 편은 아니므로 해석에 아쉬움이 있다면 아낌없이 지적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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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명문장 필사 노트
김현정 지음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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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문예춘추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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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학습이 힘겨울 때를 꼽자면, 전혀 와닿지 않는 예문으로 학습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세상에 좋은 문장들이 분명 많은데, 쓸모는 둘째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멋진 문장으로 좀 공부하고 싶다 이런 욕구가 이따금 용솟음친다고나 할까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구독자 7만 명을 보유한 일본어 전문 유튜버 '횬쌤니혼고' 김현정 선생님이 책과 드라마·영화에서 직접 엄선한 문장으로 엮은 일본어 필사책은 어떠신가요? 바로, 이번에 문예춘추사를 통해 출간된 『일본어 명문장 필사 노트』입니다. 공부는 되겠지만 심금을 울리지 않는 문장이 아닌, 관계와 삶과 사랑과 일과 자연이라는 키워드로 100개의 문장이 한 권에 엮여있어요.


세상에 출간된 모든 필사책을 두루 섭렵한 사람은 못되지만, 외국어를 좋아해서 외국어 필사책도 종종 사거나 선물 받습니다. 아쉽다는 감상이 있었던 외국어 필사책도 있었는데요, 한 가지 꼽자면 문장은 좋은 거 엄선했는데 원문과 한국어 해석 말곤 아무것도 없어서 공부하려면 꽤나 발품을 팔아야 했었던 경우가 떠오르네요.


그런데 김현정 선생님의 필사책은 책 첫 부분에 있는 '이 책을 보는 방법'을 보면 아시다시피 정말 다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느낌 좋은 감성 일본어 문장 원문, 번역문은 물론이고 JLPT 레벨로 난이도도 표시했고요. 거기에 문법 해설에 단어 모음, 횬쌤만의 다정한 코멘트까지. 외국어 필사책의 교과서 같은 느낌입니다. 너무 다 있는데, 다이소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전 이 구성이 참 좋았어요. 이 책이 외국어 필사책의 기본이 되었으면 싶은 생각도 들고, 출판사에서 또 시리즈처럼 다른 언어도 내줬으면 좋겠기도 하고, 아예 횬쌤이 또 한 번 더 출간해 주시면 어떨까 욕심도 납니다.


어떤 날에는 공부가 되고, 어떤 날에는 위로가 되고, 어떤 날에는 스스로 돌아보는 질문이 되는 횬쌤의 문장들. 혹시 일본어 공부 중이시라면 이 책도 한 권 들여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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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영수증 - 슈퍼리치 전문 세무사가 1,000만 건의 데이터에서 분석한 억만장자들의 돈 사용법
모리타 다카코 지음, 지소연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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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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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그대로인데, 구독이니 토큰이니 돈 나갈 곳은 계속해서 늘어가는 요즘이다. 사주팔자에 재성이 없으면 돈에 대한 집착이 없다던데, 무재녀마저 돈에 집착하게 만드는 경기 불황은 얼마나 심각한 건지. 역대급 불장을 손가락만 빨며 지켜보다 열기 다 식자마자 주식 공부를 시작했지만, 돈에 대한 불안과 후회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가난은 난가 싶고, 거지는 내일모레도 가능한데, 부자가 된다는 건 왜 이렇게 아득하게만 느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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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감각이 돈 버는 법이 아닌 돈 쓰는 법에 있다면 믿어지는가? 부자들의 영수증 1,000만 장이라는 데이터를 분석한 세무사가 부자가 되는 분명한 깨달음을 얻고 책을 쓰게 되었으니, 그 책이 바로 모리타 다카코의 『부자의 영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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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쓰는 방법은 단순한 경비의 증거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이다.


파도처럼 요동치는 주식장에서 수익을 내는 투자의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영리한 돈 쓰기 역시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출 철학'과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는 두 키워드를 바탕으로 책은 부자들의 수입과 지출을 꼼꼼히 살피며 단순 수치를 넘은 가치 그 자체를 얻을 수 있도록 이끈다.


【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돈을 다루는 무기들 】

○ 돈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미래를 대비하는 사고방식

○ 내게 정말 가치 있는 지출을 판별하는 방법

○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에 대한 힌트

○ 진정한 풍요를 거머쥐는 돈 사용법

○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으로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힘


제목이 『부자의 영수증』이라니, 허구한 날 책 아니면 문구 잡동사니를 사 모으는 나랑은 거리가 있겠지 싶어 읽을 엄두도 안 났던 책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그들의 소비에 누구나 본받을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소비들은 내 주머니 사정이 어떻든 모방 가능한 것들이 꽤 많았다. 실제로 저자 역시 부자의 습관을 설명하며 이런 것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지 않냐며 묻는다. 예술품 구매나 해외 부동산을 산다던가 하는 아직은 아득한 부자들의 돈 사용법도 있었지만, 독서, 기록이나 목욕 같은 내가 실제로 하고 있는 돈 사용법도 있었다. 이전에는 그냥 좋아서 했었지만, 지금부터는 '자기 투자'라는 생각으로 한다면, 여기에 책에서 알려주는 부자들의 삶의 태도를 더한다면 나도 경제적 자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초면엔 엄두도 안 났는데, 완독 후에는 읽어서 다행이라는 감상만 남았다. 투자의 기술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진짜 부자가 되고 싶다면 이 책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 Unsplash의 Michael Walter 의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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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들어라 - 피카소의 화실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침묵까지 ㅣ 철학하는 철학사 4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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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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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열린책들 출판사의 보석같은 작가가 또 있다면 그건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가 아닐까.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로 디지털 시대에 유토피아를 말하는 『사냥꾼, 목동, 비평가』, 디지털 혁명 시대에 논의가 시작된 '무조건적 기본 소득'을 탐구하고 사회 시스템의 재편을 이야기하는 『모두를 위한 자유』,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동물을 취급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동물은 생각한다』 등의 주옥같은 저서들이 열린책들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작년, 『모두를 위한 자유』로 그가 펼치는 논리에 처음으로 매료되었던 나는 그의 책을 자주 찾아보곤 했었는데, 여러 저작물 사이에서 언젠가 꼭 전부 읽으리라 다짐했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였다.


「철학하는 철학사」는 철학자 본인의 철학을 개진하는 일에서 잠시 벗어나 모두가 읽기 쉬운 철학사를 다루는 시리즈다. 철학사라 해서 철학자의 사상이나 생몰년도, 사건들만을 다루어 그저 시시한 단계에서 끝나버리고 마는 책은 아니다. 「철학하는 철학사」라는 제목의 시리즈답게 서양 철학을 당대 사회, 경제, 문화와 엮어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2018년에 고대와 중세 철학을 보여주는 『세상을 알라』로 시작해 매 최소 500쪽이 되는 두꺼운 철학사 책이 지금까지 총 4종이 출간되었고, 이번에 좋은 기회로 이 시리즈에서 가장 최근에 출간된 『세상을 만들어라』를 받아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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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아연했지만 낙담하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림을 벽으로 돌려놓고

더 이상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창조했으며

언젠가 자신의 시대가 올 거라고 확신했다.

그때부터 자신이 경쟁자로 여기던 마티스와는 달리

조화가 아닌 부조화를 목표로 삼았다.

또한 통일적인 형상을 창조하지 않고

파편화된 형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완성된 것이 아닌 생성과 붕괴였다.

그의 그림은 경험의 구성물이어야 했다.

우리의 세계는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고,

우리 경험 세계의 더 근원적인 리듬은 아직 발견되거나 발굴되지 않았다.


─ PP.28-29


이 책을 어떻게 요약해서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기에 감상만 주저리 풀어놓지만,

간단하게 말한다면, '유익한데 재미까지 있어요!'라고 하고 싶다.


20세기 이후 펼쳐질 세계의 균열과 혼란을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라는 작품을 통한 영리한 은유로 시작하고, 베르그송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깊은 사상과 방대한 역사를 리듬 있게 풀어내는 텍스트에 독일 철학의 아이콘일 뿐만 아니라 좋은 스토리텔러임을 느낀다. 원전이나 사상적인 부분만 읽었을 때에는 알 수 없었던 철학자의 이모저모 ─ 예를 들면 후설의 하남자스러움(P.216)이라던가 나치에 열광적이게 된 하이데거(P.247)라던가 ─ 가 벽돌책을 즐겁게 만들어주었고, 동시대의 서로 다른 철학자들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설명하고, 전공이 아닌 이상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 저서를 간단하게 요약하는 부분이 굉장히 유익했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를 알게 된 시점부터 지독하게 사고 싶었지만, 긴축재정 이슈로 미뤄두던 시리즈였다. 그런데 한 권 읽어보니 알겠더라 이 시리즈는 당장 집에 둬야 한다고. (사실 전권 협찬받으신 분들 부러웠어요….) 철학 붐이 왔다. 이제 막 철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사람뿐만 아니라,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철학사는 「철학하는 철학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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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힘 - 단 한 줄을 쓰더라도 우아하게
사라 카우프먼 지음, 박혜원 옮김 / 서스테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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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서스테인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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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겉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글을 쓸 때 자꾸만 익숙한 표현을 찾는다는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글에서 반복되는 표현이 걸리적거리고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조금 더 좋은 동사를 쓸 순 없었을까 나름대로 생각해 보지만 결국 떠오르지 않아 얼마나 많은 글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발행해버렸던가. 때론 발행조차 못하고 비공개로 두기도 했고.


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는 향상심에 틈만 나면 글쓰기 책을 찾아 읽었다. 윌리엄 진서부터 나민애까지. 그러다 최근 내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을 발견했으니, 바로 사라 카우프먼의 『동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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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서스테인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이 책은 제목처럼 '동사'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무용 비평가로 논픽션 글쓰기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가 있었기에 그만이 가능한 교수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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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동작을 '정의할' 것인가? 

작가의 의도를 독자가 제대로 알아주길 원한다면 정확한 동사를 사용해야 한다.


당신이 픽션을 쓰고 싶어 하든, 논픽션을 쓰고 싶어 하든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픽션과 논픽션의 예문을 두루 활용하며 설명하고, '명료하고 선명하게'라는 소신으로 비판과 함께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은 누가 읽더라도 더 나은 글쓰기를 가능케한다. 나도 모호하게 쓰진 않았나 돌아보게 만드는 저자의 정확한 비판에 뼈를 맞은 듯 얼얼해지기도 했지만, 영양가 있는 쓴소리에 평생 옆에 끼고 살고 싶은 글쓰기 책이 되었다.


각 장 말미마다 독자가 직접 연습할 수 있게 과제가 주어진다. 읽기만 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직접 해보라고. 책을 읽으며 사라 카우프먼이 제시하는 '동사 연습'도 몇 번 수행하니 아직 서툴지만 글을 쓰며 걷어낼 건 없는지, 더 나은 동사를 쓸 수는 없는지 고민하게 된다. 일상적으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데서 책의 쓰임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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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곳곳에, 그리고 부록으로 있는 빈티지 동사 사전까지 '영어로 쓰였음'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영어학을, 대학원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한 역자 박혜원 선생님이 인용된 동사들을 한국어로 옮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감도 안 잡힌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 문법서가 아니며, 동사가 어느 언어에도 존재하고 그 힘이 글쓰기에서 가지는 영향력에 대한 철학은 번역해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로도 읽힐 가치가 있었기에 출간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동사의 힘』을 읽기 전으로 돌아가 책이 영어의 표현이 많다는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난 읽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사전을 뒤적거리며 좋은 동사를 길어와야 한다는 과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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