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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들어라 - 피카소의 화실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침묵까지 ㅣ 철학하는 철학사 4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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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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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열린책들 출판사의 보석같은 작가가 또 있다면 그건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가 아닐까.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로 디지털 시대에 유토피아를 말하는 『사냥꾼, 목동, 비평가』, 디지털 혁명 시대에 논의가 시작된 '무조건적 기본 소득'을 탐구하고 사회 시스템의 재편을 이야기하는 『모두를 위한 자유』,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동물을 취급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동물은 생각한다』 등의 주옥같은 저서들이 열린책들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작년, 『모두를 위한 자유』로 그가 펼치는 논리에 처음으로 매료되었던 나는 그의 책을 자주 찾아보곤 했었는데, 여러 저작물 사이에서 언젠가 꼭 전부 읽으리라 다짐했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였다.
「철학하는 철학사」는 철학자 본인의 철학을 개진하는 일에서 잠시 벗어나 모두가 읽기 쉬운 철학사를 다루는 시리즈다. 철학사라 해서 철학자의 사상이나 생몰년도, 사건들만을 다루어 그저 시시한 단계에서 끝나버리고 마는 책은 아니다. 「철학하는 철학사」라는 제목의 시리즈답게 서양 철학을 당대 사회, 경제, 문화와 엮어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2018년에 고대와 중세 철학을 보여주는 『세상을 알라』로 시작해 매 최소 500쪽이 되는 두꺼운 철학사 책이 지금까지 총 4종이 출간되었고, 이번에 좋은 기회로 이 시리즈에서 가장 최근에 출간된 『세상을 만들어라』를 받아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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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아연했지만 낙담하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림을 벽으로 돌려놓고
더 이상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창조했으며
언젠가 자신의 시대가 올 거라고 확신했다.
그때부터 자신이 경쟁자로 여기던 마티스와는 달리
조화가 아닌 부조화를 목표로 삼았다.
또한 통일적인 형상을 창조하지 않고
파편화된 형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완성된 것이 아닌 생성과 붕괴였다.
그의 그림은 경험의 구성물이어야 했다.
우리의 세계는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고,
우리 경험 세계의 더 근원적인 리듬은 아직 발견되거나 발굴되지 않았다.
─ PP.28-29
이 책을 어떻게 요약해서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기에 감상만 주저리 풀어놓지만,
간단하게 말한다면, '유익한데 재미까지 있어요!'라고 하고 싶다.
20세기 이후 펼쳐질 세계의 균열과 혼란을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라는 작품을 통한 영리한 은유로 시작하고, 베르그송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깊은 사상과 방대한 역사를 리듬 있게 풀어내는 텍스트에 독일 철학의 아이콘일 뿐만 아니라 좋은 스토리텔러임을 느낀다. 원전이나 사상적인 부분만 읽었을 때에는 알 수 없었던 철학자의 이모저모 ─ 예를 들면 후설의 하남자스러움(P.216)이라던가 나치에 열광적이게 된 하이데거(P.247)라던가 ─ 가 벽돌책을 즐겁게 만들어주었고, 동시대의 서로 다른 철학자들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설명하고, 전공이 아닌 이상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 저서를 간단하게 요약하는 부분이 굉장히 유익했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를 알게 된 시점부터 지독하게 사고 싶었지만, 긴축재정 이슈로 미뤄두던 시리즈였다. 그런데 한 권 읽어보니 알겠더라 이 시리즈는 당장 집에 둬야 한다고. (사실 전권 협찬받으신 분들 부러웠어요….) 철학 붐이 왔다. 이제 막 철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사람뿐만 아니라,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철학사는 「철학하는 철학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