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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양장)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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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만 보고 사놓고는 오랜 기간 방치해뒀던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까치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클럽을 계기로 첫 페이지를 떼고, 완독까지 하게 되었다. 내가 사놓고 읽지 않았던 기간 동안 이 책은 북스타그래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슬쩍 훔쳐본 읽은 사람의 후기에는 대체로 충격적이라는 평이 있었다.
아무리 충격적이라 봐야 출판사가 인문교양서적을 주로 출간하는 '까치'인데…, 하고 별 걱정 없이 펼쳤던 내게 1부 「비밀 노트」는 꽤 당혹스러운 묘사가 많았다. 개와 수간을 즐기는 마을에서 괴롭힘당하는 장애 여성, 손주에게 욕설을 퍼붓는 할머니, 협잡질을 배워가는 쌍둥이 소년 아무리 '까치'라도 웬만한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 하지만 이 모든 묘사가 나에게 있어 포르노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건 ─ 어쩌면 출판사 콩깍지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위에 놓여있기 때문이었다.
왜 섹스를 그렇게까지 묘사했을까, 어린아이의 도덕성이 그렇게까지 타락했을까. 전란 속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가족과 마을 사람에게 미움받는다는 상황, 그러한 불행한 삶 속에서 스킨십으로 잠깐의 현실 도피를 하고 싶었으리라는 어설픈 추측과 생존에 대한 일종의 본능적인 집착일 것이라고, 나는 겪어 보지 못했던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을 어림짐작하며 조심스럽게 행간을 건너게 된다.
하지만, 2부와 3부를 지나며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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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OILER ALE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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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까 함부로 글을 쓰기 난감하지만, 1부의 지독한 묘사들은 창작물, 그러니까 '거짓'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치 『왕좌의 게임』이나 『반지의 제왕』처럼 온전히 판타지로 치부할 수 있을까, 진실이 아니고 거짓이었구나 안심하기엔 우리는 모두가 현재진행형으로 목격하고 있지 않은지, 비슷한 수준의 지독한 일이 이 세상 어느 곳에서든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존재와 문학에 있어 진실인지 거짓인지 세세하게 따질 필요가 있냐고 이 세 편의 소설을 통해 독자에 묻는 것 같았다. 쓰디쓴 풀뿌리를 씹어 삼키는 것처럼 불편함을 견디고, 문장 속에 숨어 있는 진리를 찾아내며 읽는다면 마치 슬라보예 지젝처럼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다른 작품, 『잘못 걸려온 전화』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