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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 바깥에서 - 노예와 여성, 노동자와 소수자가 바꾼 쓰기의 역사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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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틈새의시간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다수가 추구하는 가치 반대편에서 항상 목소리를 내주는 고마운 털보 아저씨, 박홍규 교수님이 이번에는 여성, 노예, 노동자, 피해자의 언어를 쓴 작가를 소개한다. 지난 9월 11일 틈새의시간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표준어 바깥에서』는 우화를 통해 권력을 비판했던 노예 출신의 이솝부터 흑인이자 동성애자의 정체성을 가진 제임스 볼드윈까지 17명의 작가의 생애와 작가의 작품이 가지는 의의를 풀어내는 책이다.
가름끈이 짧아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도 좋았지만 제목에 쓰인 '표준어'라는 단어가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시대와 소외되는 자들의 삶에 대해서, 또 그들은 그 시대에 감히 어떤 목소리를 내었는지 때론 교수님 개인적 일화와 단상도 살짝 더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유익하면서도 독자에게 오늘날은 어떤지 돌아보게 만든다.
귄터 발라프에 따르면 노동자의 존엄성이 가장 심각하게 훼손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인터넷 상거래라고, 기업과 고객 사이에 끼여있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인 대우를 감내하며 일한다고 한다. 극한의 효율과 편리함 때문에 수많은 쿠팡 노동자들이 사망에 이르렀음에도 쿠팡의 위상이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귄터 발라프 같은 작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아마 나뿐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쿠파스(*쿠팡 파트너스의 줄임말로 쿠팡 링크를 통해 수수료를 얻음)라는 사익을 위해 주류를 찬동하는 글을 쓰는 것만큼은 지양해야 하지 않나.
소개된 작가 중 넷뿐이라지만, 여성 작가의 서사 역시 독자에게 가치 있는 정신을 안겨준다. 이 책의 취지와 꼭 맞는 작가로 꼽힌 스웨덴의 마이아 에켈뢰브는 청소 노동자나 신문 배달 같은 중심에서 빗겨난 일을 하며 버려진 종이 위에 자신의 글을 써 내려간 작가다. 스웨덴 사회복지 제도의 실상과 굴욕을 낱낱이 드러내며 낮은 자리에서도 책과 문학으로 고된 삶을 버텨냈다고 책은 소개한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교수님의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맺음말 「경계(境界)를 경계(警戒)하는 글쓰기」에서 그 동기를 밝힌다. 책은 보다 교육 환경이 좋지 못한 아이들에게 가능성과 중심에 설 수 없었음에도 위대했던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문자 권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도 보여주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글의 힘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고.
바로 며칠 전이 한글날이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을 가진 훈민정음과 97년 처음 도입된 기초교육과정으로 문자를 읽고 쓰는 데에 더 이상 장벽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문자로 쓴 글이 세상이 들어야만 하는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면.
누구나 글을 쓰기를 저자는 권하고 있다. 주류와 권력으로 수렴하는 이 시대에 『표준어 바깥에서』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경계를 깨부수는 도끼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