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 - 민주주의를 둘러싼 200년의 전쟁
도메니코 로수르도 지음, 장석준 옮김 / 산현글방(산현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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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산현글방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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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움은 죽음의 부정성이 없는 충만한 삶의 긍정성이 과잉된 상태다.

모든 것이 '좋음'으로만 과잉되며, 고통과 결핍과 부정은 사라진다.

그러나 그 긍정은 생명력을 잃은 긍정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생명은 균열과 저항, 부정으로부터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국 매끄러운 긍정성은 살아 있는 것의 증거가 아니라 죽음의 증상이다.


─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심의용


정신 차리고 보니 투표권이 생겼고, 투표권을 행사하며 투표 결과와 당선자의 행보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의문을 가질 때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의심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려 하고, 내란 저지보다 정치적 이해를 더 우위를 두었던 여당의 모습을 보며 내 투표권이 무의미해진 모호한 기분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번역가와 정치인으로도 활동하는 장석준 작가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지나며 한 권의 책을 떠올렸다고 한다. 모난 문제 제기와 격렬한 논쟁의 사상사 도메니코 로수르도의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가 바로 그 책이다.(부제: 보통선거의 승리와 쇠퇴) 원서는 1993년에 나왔지만, 영어판은 2024년 4월, 그리고 한국어판은 지난 7월 산현글방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책은 민주주의 역사, 자유주의의 모순, 미국식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의 진상 등의 풍부한 논의를 담고 있다.


현행 정치체제는 과연 '1인 1표'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체제일까?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체제라고 불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의 문제는 무엇일까? 


(내가 이과였던 탓도 있지만) 전공이 아닌 이상 교과서에서 배우기 어려운, 결코 단순하지 않은 정치 역사와 복잡하고 뭔가 모순적인 듯한 개념이 혼란스럽기도 하고, 로수르도의 학식과 방대한 양의 내용을 리뷰로 어떻게 담아내면 좋을지도 다소 막막한 것은 있다. 그럼에도 '내 투표권이 무의미해진 기분'에 대한 해답을 책을 통해 받은 것 같아 상쾌한 기분이 든다.


"(P.274)정치문제 전반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유치한' 다중의 선택이 지배 계급 사이에서 차출돼 서로 경쟁하는 인물 중 어느 한 명의 지도자를 고르는 것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면, 이 목적에 부합하는 선거제도는 결국 소선거구제다. 이런 선거는 유력한 두 후보 간의 양강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고,…" 개표방송 때에는 지지세력이 강한 가장 진보적인 당과 가장 보수적인 당만 보이고, 선거에서 패배한 세력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활약은 하지 못하던 모습이 비록 한국이 비례대표제를 일부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좋은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연성 보나파르트주의의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식 대통령제는 정화 의례와 악의 추방으로 "(P.234)1917~20년에 빨갱이, 과격분자, 외국인, 온갖 종류의 반대파가 괴롭힘당했고 박해받았으며 기소됐고 추방됐다."고 한다. 이 역사는 미국에서도 ICE라는 형태로 다시 되풀이되었지만, 한국에서도 12·3 내란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았던가. 빨리빨리를 좋아하고, 단순한 것을 좋아하며, 다양성을 기피하는 한국 사회도 민주주의가 아닌 보나파르트주의로 향하기 쉬운 게 아닐까?


역자 서문에서 역자는 이 책이 한국의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를 돌아보는 데 좋은 참고 자료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더 일찍 소개가 되었더라면, 12·3 내란의 정체와 극복을 둘러싼 토론에 큰 도움이 되었을까 아쉬움도 남기며. 더욱 수준 높은 독자나 영향력 있는 독자가 읽는다면 우리나라 정치에 더 나은 대안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치·사회학 초보자의 관점에서 어설픈 리뷰를 쓰게 된 점이 이 좋은 책에 미안함을 느끼는 부분이다. 하지만, 누구라도 이 책에  도전한다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 단계 올라갈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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