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오지 않는다 - 자동화 신화와 은폐된 인간 노동의 진실
안토니오 카실리 지음, 변정수 옮김 / 이상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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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이상북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AI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컸다.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인공[人工]지능이 인간의 실존적 위기를 이 정도로 위협할 줄은 누가 예상했으랴? 저마다 내 돈줄까진 괜찮을 거라며 선을 열심히 그었지만, 글쓰기는 물론이요 작·편곡, 일러스트와 3D 모델링 같은 창작 분야마저 인간의 자리가 AI에 밀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AI가 정답이 된 지금 이 불가항력적인 운명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까?


AI 자동화 신화의 할루시네이션 벗기기


비문학·사회학 신간엔 대체로 오답이 없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코로나 팬데믹과 AI의 등장으로 디지털 서비스들의 힘이 비대해진 지금, 안토니오 카실리의 『로봇은 오지 않는다』는 지금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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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동자는 자신이 언젠가 불필요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 속에서 살아간다.

─ P.62


​거의 모든 사람의 손에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고, 거의 모든 가정에 웬만한 PC방 성능 뺨치는 고사양 PC가 있다.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단 1경기만 패했던 그 인공지능 역시 모두가 자신의 비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시대의 노동의 양상은 우리 부모님 세대가 해온 노동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전통적 노동의 형태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거리를 걷다 보면 스크린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노동력이 호출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모습은 어떨까? AI가 내놓은 답변에 만족도를 매기는 행위, 게임 재화를 모아 현금으로 바꾸는 행위, 인스타그램 조회수와 좋아요를 긁어모으기 위해 해시태그를 다는 행위, OTT를 시청하는 행위 등은 ……


​노동일까, 아닐까?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안토니오 카실리는 AI 자동화 신화와 그리고 그 밑에 깔린 보이지 않는 노동, 그 사이를 교묘히 연결하며 착취하는 플랫폼을 과감하게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즐거움과 아마추어리즘의 탈을 쓰고 우리는 무급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기업과 뉴스가 대서특필을 하며 AI를 치켜세우지만, 여전히 AI는 무수히 많은 인간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그 노동력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 않은가.


​─

열람 주의,

당신의 디지털 활동에 회의가 올 수 있습니다.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상당 부분 있었기에 읽고 나서 다소 회의감이 몰려온 건 사실이다. 내가 주로 하는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로 하는 활동이 이 책의 저자가 지적하는 무급 노동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서. 책을 덮고 나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리뷰를 쓰는 활동은 앞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좋을까 하는 고민 역시 따라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 역시 무상으로 받은 책이면서 말이다. 깊은 고민 끝에 북스타그램을 몇 년간 진행해오며, 책을 통해 내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기에 거대하게 착취하는 대형 플랫폼을 두고 출판사를 무급 노동 착취의 주체로 바라보긴 어렵다는 흐린 눈스러운 결론을 내렸지만. (언젠가 고료를 받아보고 싶기는 하다.)


​이러한 개인적 고민은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숨겨진 이면을 보지 못한 채 플랫폼에, 자동화 신화에 너무 취해있는 건 아닌지 모두가 책을 통해 한번은 돌아봐야 할 적절한 시기인 건 확실하다. 저자의 결론은 '디지털 노동을 다시 노동의 영역으로 인정받는 것', '보편 디지털 소득의 지지'이다. 모두가 이 책을 읽고 나면 플랫폼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까? 완전 자동화는 오지 않는다는, 거대한 기업이 우리를 착취하고 있다는 이 회색빛 빨간약을 당신도 먹어보는 건 어떤지.


/

데이터는 집단적 자산으로서 이용자들에게 공정하게 공유되어야 하며,

소수의 기술 대기업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데이터의 집단화는 단지 경제적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디지털 플랫폼과 맺는 관계 자체를 다시 구성하는 문제다.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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