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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의 제2차 세계 대전사
권성욱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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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열린책들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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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독 역사를 어려워하는 학생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양차 세계 대전이라 하면, 모두가 자주 이야기하는 굵직한 사건밖에 모른다.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깊게 연관된 일본이 독일과 이탈리아와 함께 추축국이었다던가, 추축국이 패배했고, 미국과 소련이 강대국으로 떠오르며, 전쟁 이후에는 국제 연합이 만들어졌다던가. 유리병에 커다란 돌만 넣은 꼴이라 여전히 역사라 하면 '음…그렇군요.' 하는 반응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최근 잠깐 읽은 유유 출판사의 『어린이책 읽는 법』에서 역사책을 다루는 짧은 장의 한 구절이 인상 깊었다.
'역사는 연대의 흐름을 알고 맥락에 따라 사건과 유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맥락 잡기가 어려운 어린이로서는 역사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얻어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라고.(어른도 포함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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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벽돌을 넘어 마치 군용 탄약상자 같다. 군더더기 없이 960쪽가량 되는 한 권의 전쟁사 책, 나는 이 책을 읽고 자갈만 들어있던 유리병의 빈틈이 메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전쟁사 연구가 권성욱의 『약소국의 제2차 세계 대전사』다.
제목을 보니 세계대전에서 '세계'란 몇 개의 나라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긴 하겠다고 이제야 깨닫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가 아는 제2차 세계 대전은 강대국을 위한 역사'라고 지적한다. 또, 역사는 힘 있는 자들을 위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미국 이외의 세상에 꽤 무관심하다는 사실 역시 지적하며 많은 <마이너> 국가들의 전쟁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에티오피아, 핀란드와 발트 3국,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을 포함해 20개 국의 제2차 세계 대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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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戰線]에서 정세[政勢]까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영토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제2차 세계 대전에는 강대국의 그 야심이 더욱 거셌던 모양이다. 책에 등장하는 20개의 국가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해있거나, 전략적 통로에 있던 탓에 호시탐탐 노려져야 했다. 이 시기 국제 연맹이나 중립법은 꽤 제 기능을 하지조차 못했기에, 약소국들은 강대국과 맞서 싸워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었고, 무솔리니나 히틀러가 끊임없이 등장하며 약소국들은 항복하기도, 무너지기도, 때론 뛰어난 지휘관의 등장으로 대등하게 싸우기도 한다. 언제나 견고했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던 철의 동맹이 약소국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었다.
평소라면 이름조차 들을 수 없었을 에티오피아나 그리스의 명장을 알아가기도 하고, 정치뿐만 아니라 군사적, 지정학적 조건까지 더불어 배울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전선에서 정세까지 담겨있는 책. 이 지난한 약소국의 전쟁 끝에 유럽 연합이 탄생했음을 알리며 거대한 한 권의 책은 끝이 난다.
두께로 보나 꽤 난이도 있는 책이지만, 역사를 어느 정도 잘 아는 독자라면 더 많이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되어 주지 않을까. 사실 권성욱 저자의 재치 있는 필력이 이 방대한 역사를 흥미롭게 이끌어가니 누구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제2차 세계 대전을 공부하고 있다면, 이 책만큼은 반드시 읽기를 권하고 싶다.